유교는 군자가 됨을 목표로, 운전은 모범운전자가 됨을 목표로!
<도로교통법 제2조 33항>
'모범운전자'란 제146조에 따라 무사고운전자 또는 유공운전자의 표시장을 받거나 2년 이상 사업용 자동차 운전에 종사하면서 교통사고를 일으킨 전력이 없는 사람으로서 경찰청장이 정하는 바에 따라 선발되어 교통안전 봉사활동에 종사하는 사람을 말한다.
모든 물건에는 알맹이와 껍데기가 있고 모든 일에는 처음과 끝이 있습니다.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에는 모두 출발지와 목적지가 있습니다. 시동을 걸고 출발해 목적지까지 도달하는 과정더러 우리는 운전이라고 합니다. 합법적으로 자동차를 몰기 위해서는 운전면허증이 필요합니다. 대한민국에서 운전면허증을 발급받기 위해서는 차례대로 필기시험, 장내기능시험, 도로주행시험을 통과해야 합니다. 운전면허학원에서 장내기능, 도로주행교육을 받지 않고 독학할 수는 있지만 의무교육 6시간은 필수로 들어야 합니다. 의무교육은 기어조작법, 주차요령처럼 직접 해보지 않고는 배우기 어려운 내용이 없습니다. 다만 안전벨트를 철저히 매고, 운전대를 두 손으로 잡아야 하며, 항상 전방을 주시해야 하고, 차선변경 시 방향 표시등을 켜고 안전거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대략적인 기초교육을 가르칩니다.
분명 우리 모두가 실제 도로에서 자동차를 몰기 전부터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도로 위에서 배운 내용을 꼭 지키는 사람은 꽤 드뭅니다. 안전벨트가 답답해 풀어헤치고, 한 손으로 운전대를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핸드폰을 만지거나 전화하는 사람 보신 적 많을 겁니다. 팔을 옮기는 게 귀찮아 방향 표시등을 켜지 않고, 조금이라도 빨리 가고 싶은 욕심에 앞차에 바싹 붙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발지와 목적지가 있기에 우리는 이런 행위조차 운전이라고 부릅니다.
우리는 안전벨트 착용유무에 따라 운전의 종류를 구분해야 합니다. 안전벨트를 매고 배운 대로 하는 사람의 모범운전과 자기 제멋대로 하는 난폭운전으로 말입니다. 모범운전자와 난폭운전자는 말하자면 군자(君子)와 소인(小人)입니다. 군자는 안전벨트를 성실히 매어 스스로의 몸을 지키고, 운전대를 바로 잡아 남을 지키며, 자신의 편이함보다는 사회적 약속을 생각하며, 배운 대로 운전합니다. 모범운전이 닿는 길을 공자는 도(道), 맹자는 왕도(王道, 좋은 도)라고 했습니다. 반면 소인은 두 손으로 운전대를 잡기 귀찮아 남을 해치며, 교통법규보다는 편이함이 좋고, 배운 대로가 아니라 되는대로 운전합니다. 난폭운전은 유교에서 말하는 무도(無道, 도가 없음)이자 패도(覇道, 나쁜 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군자란 이른바 귀족을 뜻하는 말이었습니다. 군자의 군(君)은 천자(天子, 황제)와 제후(諸侯, 왕)처럼 세상과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을, 자(子)는 군을 섬기는 높은 신하인 공경대부(公卿大夫)를 의미했습니다. 한때 군자는 귀족으로 태어난, '군자이기에 군자'의 의미였습니다. 우습지 않나요? 롤스로이스, 페라리 사의 값비싼 명차를 탄다고 모범운전자라는 말을 듣는 격입니다. 그러나 태어나서 얻는 지위에 따라 사람의 품격까지도 결정되는 불합리에 반대한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공자입니다. 공자는 군자에 대한 정의를 '군자답기에 군자'로 바꾸었습니다. 리무진을 타고 다니는 회장님도 별 수 있나요? 모범운전이라는 말을 들으려면 안전벨트를 매야합니다.
물론 공자는 천자제후, 공경대부의 신분적 지위를 부정하지 않았습니다. 어쩔 수 없는 시대적 한계입니다. 대신 군자에게 지위에 따른 책임을 부여했습니다. 누구라도 도덕을 배우면 군자라는 높은 도덕적 지위에 오를 수 있으며 군자다운 군자가 대접받는 사회야 말로 옳게 된 세상이라고 말했습니다. 유교는 군자가 되어 도로 걷기를 지향하는 가르침입니다. 군자가 무엇인지 알고, 군자가 되기를 목표로 하는 일은 운전석에 앉고 바로 안전벨트를 매는 일처럼 기초 중에 기초입니다. 이제 군자는 어떤 사람이고 어떻게 해야 군자가 될 수 있는지 알아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