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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린 산천어 Jul 25. 2023

중용, 핸들링

너무함과 모자람의 사이에서, 철 좀 들어라! 

관성 드리프트입니다. 애니메이션 '이니셜 D'를 본 적 있는 분들(그렇다면 저희 아버지 세대십니다:)이라면 익숙하실 수도 있습니다.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
 제2장 제1절 제14조(조향장치)
  ①자동차의 조향장치의 구조는 다음 각 호의 기준에 적합해야 한다.
 1. 조향장치의 각부는 조작 시에 차대 및 차체등 자동차의 다른 부분과 접촉되지 아니하고, 갈라지거나 금이 가고 파손되는 등의 손상이 없으며, 작동에 이상이 없을 것
 2. 조향장치는 조작 시에 운전자의 옷이나 장신구 등에 걸리지 아니할 것
 3. 다음 각 목의 자동차 구분에 따른 해당 속도로 반지름 50미터의 곡선에 접하여 주행할 때 자동차의 선회원(旋回圓)이 동일하거나 더 커지는 구조일 것과. 승용자동차: 시속 50킬로미터나. 승용자동차 외의 자동차: 시속 40킬로미터(최고속도가 시속 40킬로미터 미만인 경우에는 해당 자동차의 최고속도)
 4. 자동차를 최고속도(연결자동차의 경우에는 견인자동차의 최고속도를 말한다)까지 주행하는 동안 조향핸들이 비정상적으로 조작되거나 조향장치가 비정상적으로 진동되지 아니하고 직진 주행이 가능할 것. 다만, 제10호가 목에 따른 조향장치에 의한 진동은 제외한다.




 핸들의 양끝과 끝 사이에서, 좌회전, 직진, 우회전 같이 중간의 적절한 상태를 찾는다면 중용(庸)입니다. 완만하게 휘어진 길에서는 핸들을 조금 돌리고, 급격한 커브길에서는 확 꺾어야 합니다. 핸들링이라고 무작정 감아버리는 게 아닙니다. 약간 휜 길에서 확 꺾으면 너무하고, 커브길에서 조금 돌리면 모자랍니다. 치우치거나 기대지 않고 모자라거나 너무하지 않은 적절함이 중용입니다.


 중용은 도와 가장 가깝습니다. 상식(識, common sense)이라고 이해해도 좋습니다. 중용의 도는 일상생활에서 벗어나지 않는 의입니다. 일상보다 너무하고 모자란 말, 행동, 생각은 도가 아닙니다. 군자는 너무함과 모자람 사이에서 일상에 맞는 길을 선택해 핸들을 돌립니다. 중용의 도는 때와 상황에 따라 맞추기에 어디 못 박혀 정해진 게 아닙니다. 사람은 보통 기쁨을 드러내기 좋아하고 슬픔을 드러내기 싫어하지만, 결혼식에서는 기쁨을 드러내고 슬픔을 자제하며 장례식에서는 슬픔을 드러내고 기쁨을 자제합니다. 중용은 때와 상황을 아는 것, '철듦'입니다


 중용은 환자에게 약을 처방하는 일과 유사합니다. 독도 알맞게 쓰면 약이 되고, 약도 잘못 쓰면 독이 됩니다. 사랑은 치우치면 편애가 됩니다. 자효제가 너무하면 스스로를 해치게 됩니다. 용기와 만용은 의롭냐 아니냐의 한 끗 차이입니다. 너무 고개를 깊게 숙이면 무도한 자들에게 깔보일 수 있습니다. 예의라는 틀에 마음을 쏟으면 바탕인 사랑과 배려를 잊게 됩니다. 배움에 끝이 없다곤 해도 세상 모든 지식을 외우고자 하면 되려 어리석게 됩니다. 인의예지의 덕에 중용이 없다면 도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덕이되 덕이 아니게 되어버립니다. 군자가 되기 위해서는 철들어야 합니다. 중용을 알아야 합니다.




옹야 27

子曰 中庸之爲德也 其至矣乎 民鮮 久矣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중용의 덕은 더할나위 없거늘! 사람들 중에 이 중용의 덕을 아는 이가 적게 된 지 오래되었구나.”


 중용은 뭇사람이 따르는 도덕입니다. 너무 앞서 나가지 않아서 따르기 좋고, 너무 뒤처지지 않아서 하찮지 않습니다. 너무 왼쪽이거나 오른쪽으로 치우치거나 기대어있지 않으니 알맞습니다. 너무 위라서 어렵지 않고, 마냥 쉬울 정도로 밑바닥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기계적으로 정중앙에 위치하지 않습니다. 무난하고 수월합니다.


 중용은 너무 하지 않습니다. 평범한 사람과 평범한 세상을 괴롭히는 것은 언제나 '해도 해도 너무한' 사람과 세상입니다. 도로 위 교통법규가 일반 승용차에 맞춰져 있지 않고, 포뮬러 1( Formula 1™, 국제 자동차 프로 레이싱 대회) 레이싱카에 맞춰진다면 어디 무서워서 운전할 엄두도 안 날 겁니다. 


 사람과 사람이 저마다 어울려 사는 평범한 중용의 도가 무너진다면 우리는 뿔뿔이 흩어지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중용은 잘나고 뛰어난 사람들보다도 평범한 소시민들이 지켜야 합니다. 레이싱카나 군용 탱크가 일반 도로에 끼어들지 못하게 하고, 비행기가 고속도로를 공항 착륙장처럼 쓰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선진 15, 

子貢 問 師與商也孰賢 子曰 師也 過 商也 不及. 曰 然則師愈與 子曰 過猶不及

자공이 여쭈었다. “자장과 자하는 누가 낫습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자장은 지나치고 자하는 미치지 못하네.” “그러면 자장이 낫습니까?”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네.”

요왈 2

子張이 問於孔子曰 何如 斯可以從政矣 子曰 尊五美 屛四惡 斯可以從政矣 子張曰 何謂五美 子曰 君子 惠而不費 勞而不怨 欲而不貪 泰而不驕 威而不猛. 子張曰 何謂惠而不費 子曰 因民之所利而利之 斯不亦惠而不費乎 擇可勞而勞之 又誰怨 欲仁而得仁 又焉貪 君子 無衆寡 無小大 無敢慢 斯不亦泰而不驕乎 君子 正其衣冠 尊其瞻視 儼然人望而畏之 斯不亦威而不猛乎? 子張曰 何謂四惡 子曰 不敎而殺 謂之虐 不戒視成 謂之暴 慢令致期 謂之賊 猶之與人也 出納之吝 謂之有司

자장이 공자께 여쭈었다. "어떻게 해야 정치를 따를 수 있습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다섯 가지 미덕을 높이고 네 가지 악덕을 물리쳐야 하네."

 "군자가 은혜를 베풀되 허비하지 않으며(惠而不費), 수고롭게 하되 원망을 받지 않으며(勞而不怨), 하고자 하면서도 탐하지 않으며(欲而不貪), 태연하면서도 교만하지 않으며(泰而不驕), 위엄이 있으면서도 사납지 않은(威而不猛)것이네."

"가르치지 않고 죽이는 것을 ‘학虐’이라 하고, 미리 경계하지 않고 성공成功하기를 요구하는 것을 ‘폭暴’이라 하고, 명령을 태만히 하고 기일을 각박하게 지키게 하는 것을 ‘적賊’이라 하고, 어차피 물건을 내주기는 마찬가지인데, 출납할 때에 인색하게 하는 것을 ‘유사有司’라고 하네."


 지나치나 미치지 못하나, 너무하나 모자라나 결국 같습니다. 운전을 하다가 사고를 당하게 된다면 모로가나 기어가나 운전미숙입니다. 졸음운전을 하다 사고를 내도, 너무 긴장하다 사고를 내도 도긴개긴입니다. 우습게 보일 정도로 퍼준다면 사랑이 아니라 호구 잡힌 샘입니다,  가르치고 이끌되 말미암아 미움받게 된다면 시키고 부려먹는 짓과 같습니다. 학생 때는 뭇 부모님들은 뭇 아이가 그렇듯 쑥쑥 자랄 것이라 생각하고 일부러 품이 넉넉하게 한 치수 큰 교복을 마련합니다. 하지만 사람은 내 몸에 맞는 옷을 입어야 합니다. 바지 밑단이 발에 밟히고 소매자락이 손바닥을 덮으면 교복이 아니라 망토에 가까운 모양이라 아이가 불편해합니다.


 중용은 어린 자녀에게 옷을 입히는 것과 비슷합니다. 아이에게는 '언제 어디에서나 늘'이 없습니다. 때때로, 곳곳이 알맞은 웃을 입혀야 합니다. 어린이집에 등원을 시킬 때는 원복을 입히던지 아이가 입고 싶어 하는 옷을 입히고, 비가 오면 비옷에 장화를 신기고, 더우면 얇고 시원한 옷을 추우면 두껍고 따뜻한 옷을 입혀야 합니다. 아이가 한여름에 목도리를 두르거나 한겨울에 반팔을 입고 싶어 하면 잘 달래서 말리고, 별의별 캐릭터가 그려진 옷을 입고 싶다고 떼쓰면 내 눈에는 이상하고 입히기 싫어도 알았다고 해야 합니다. 아이가 다치지 않되 삐치지도 않도록 해야 하기에 어려워 보이지만 우리는 모두가 스스로 옷을 입을 줄 아는 어른으로 성장합니다. 중용은 도덕이라는 아이를 군자로 키워내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로 21, 

子曰 不得中行而與之 必也狂狷乎 狂者 進取 狷者 有所不爲也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중용의 선비를 얻어 함께할 수 없다면 반드시 광자와 견자와 함께할 것이다. 광자는 진취적이고 견자는 하지 않는 바가 있다.”

양화 16

 子曰 古者 民有三疾 今也 或是之亡也 古之狂也 肆 今之狂也 蕩 古之矜也 廉 今之矜也 忿戾 古之愚也 直 今之愚也 詐而已矣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옛날에는 백성들에게 세 가지 병폐가 있었는데, 지금에는 이것마저도 없구나! 옛날의 뜻이 크나 행실이 따르지 못하는 광자는 작은 예절에 구애받지 않는 병폐가 있었는데 지금의 광자는 방탕하기만 하고, 옛날의 긍지가 있는 자는 모가 나서 엄격한 병폐가 있었는데 지금의 긍지가 있는 자는 사납기만 하며, 옛날의 어리석은 자는 고지식한 병폐가 있었는데 지금의 어리석은 자는 간사하기만 할 뿐이다.”


 광자와 견자는 이를테면 ADHD(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와 아스퍼거 증후군 환자와 비슷합니다. 정신병 환자라고 하면 장애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평범하지 않다"라고 생각하지만 평범함은 평균과 다릅니다. 대한민국에 남자는 172.5cm, 여자는 159.6cm를 넘는다고 해서 장신(長身, 키 큰 사람)이라고 하지 않는 것처럼 광자와 견자는 평균에서 조금 멀지언정 '멀쩡한 사람'입니다. 물론 정신 질환을 가진 사람은 사회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지만 이들이 가진 특징덕에 오히려 중용에 가까울 수 있습니다. ADHD 환자들은 주의력이 부족하지만 창의적이고, 아스퍼거 증후군 환자들은 자기중심적이지만 특정분야에 집중을 잘합니다. 중용은 때때로 바뀌고 곳곳이 다르기에, 광자와 견자가 알맞은 때와 상황, '제철'을 맞이한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겁니다.


 대한민국 평균인 아이큐 105를 넘기지 못한다고 소인이 되고, 넘는다고 군자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광자는 산만하지만 이것저것 자유롭게 받아들여 도에 빨리 나아갈 수 있고, 견자는 한우물만 파는 외골수이지만 반드시 지키기에 덕을 잘 지킬 수 있습니다. 광자와 견자는 너무 튀어서 소인보다 중용에 멀어 보이지만, 사실은 누구보다 군자에 가깝습니다. 어정쩡한 소인보다도 광자와 견자가 중용에 이르기 쉽습니다. 만일 내게 남들보다 성격에 모난 구석이 있더라도 중용에 이르고 군자가 되는 데에는 장애가 되지 않습니다. 모난 구석이 덕을 밀고 도에 나가도록 있습니다. 그러므로 도덕은 하지 않을 수 없고, 중간에 그만둘 없습니다.




중용 2, 

君子之中庸也 君子而時中 小人之中庸也 小人而無忌憚也

군자가 중용을 행하는 것은 군자다우면서 때에 맞게 하기 때문이요, 소인이 중용과 반대로 하는 것은 소인으로서 꺼리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학이 5, 

子曰 道千乘之國 敬事而信 節用而愛人 使民以時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전차 천 대를 동원할 수 있는 제후 나라를 다스리되 일을 신중히 처리하고 미덥게 하며, 씀씀이를 절약하고 사람을 사랑하며, 백성을 때에 맞게 부려야 한다.”

계씨 6

 孔子曰 侍於君子 有三愆 言未及之而言 謂之躁 言及之而不言 謂之隱 未見顔色而言 謂之瞽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군자를 모실 때 저지르는 세 가지 잘못이 있으니, 말할 때가 되지 않았는데 먼저 말하는 것을 ‘조급함’이라 하고, 말할 때가 되었는데 말하지 않는 것을 ‘숨김’이라 하고, 표정을 살피지 않고 말하는 것을 ‘장님’이라 한다.”


 우리나라 법에는 정상참작(情狀參酌)과 가중처벌(加重處罰)이라는 게 있습니다. 법률에 맞지 않아도 사람이 어떤 상황에 처해있느냐에 따라 봐주거나 벌을 적게 주고, 같은 범죄를 저질렀어도 너무하다 싶으면 벌을 더 많이 주는 것입니다. 같은 속도위반을 했을지라도 어머니의 임종을 지키기 위해 그랬다고 하면 사람으로서 그럴만하고, 같은 사람을 죽일지라도 길러준 어머니를 죽였다면 사람으로서 그럴 수 없는 짓입니다.


  중용을 알지 못하는 사람을 철부지(知)라고 합니다. 깊게 생각해야 할 때, 꼭 말해야 할 때, 힘차게 나아가야 할 때가 있고 머리를 비워야 할 때, 침묵을 지켜야 할 때, 멈춰서 쉬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철부지는 중용을 거꾸로 하는 사람입니다. 때를 아는 사람은 철이 들었다고 합니다. 아침에 깨고, 낮에 일하고, 밤에 자는 시답잖은 때가 아니라 사람을 때에 따라 알맞게 대하는 군자만을 철들었다고 합니다.


 중용은 정상참작하고 가중처벌할 철을 아는 것입니다. 의지가 필요한 사람에게는 버팀목이 되어주지만 너무 기대는 사람은 바로 서도록 합니다. 축 처진 사람을 북돋아주지만 우쭐하는 사람은 꾸짖습니다. 옳고 그름을 따져야 할 때도 있지만 얼굴과 마음을 살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중용을 알지 못하고 모든 일을 선과 악으로 나눈다면 세상은 쓸쓸하고 막막하기만 할 뿐 도덕이 전혀 없게 됩니다. 중용을 중용해야 합니다. 도덕을 따를 철은 언제나 지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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