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추워지면, 자연스레 지갑에 현금 5천 원을 챙기게 된다. 따뜻한 거리 음식을 손에 쥐고 그 자리에서 맛보는 것이 겨울만의 특권이기 때문이다.
군고구마, 호떡, 오뎅, 그리고 붕어빵.
길거리마다 피어오르는 김과 함께 겨울의 진한 향기가 퍼져나간다.
오늘도 붕어빵이 생각났다.
붕어빵 트럭 앞에 서서 슈크림 3마리, 팥 3마리.
합이 6마리. 따끈한 붕어빵을 가슴에 안고 5천 원을 건넸다.
지금 손끝에 전해지는 이 온기는 단순히 붕어빵의 따뜻함이 아니다. 겨울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붕어빵을 한 마리 꺼내 들었다.
"오늘은 머리부터 먹을까? 아니면 꼬리부터 먹을까?"
이 단순한 선택이 왜 이렇게 매번 고민스러운지 모르겠다.
머리부터 먹는 날은 조금 조급한 날이다. 속에 든 팥을 가장 먼저 맛보고 싶어 입안 가득 따뜻한 달콤함을 느끼고 싶을 때다. 첫 입에서 오는 만족감은 크지만, 반대로 꼬리가 남았을 땐 그저 빵의 끝이라는 허전함이 남기도 한다. 삶도 이와 같았다. 중요한 일부터 빠르게 해결하려다 보면 그 뒤로 남은 것들에 대한 열정이 줄어들곤 했다.
꼬리부터 먹는 날은 조금 여유로운 날이다. 팥이 없는 부분을 천천히 베어 물며 마지막 순간까지 기대를 키워가는 재미가 있다. 팥이 입안에 가득 차는 순간의 달콤함은 기다림이 준 보상처럼 느껴진다. 그런 날은 마치 삶의 작은 디테일도 놓치지 않으려 애쓰는 나 자신과 닮아있다. 준비와 과정의 중요성을 느끼며, 끝까지 인내한 뒤 얻는 기쁨이 특별하게 다가온다.
오늘은 결국 머리부터 한 입 크게 베어 물었다. 팥이 가득 찬 붕어빵 머리에서 퍼지는 뜨거운 달콤함에 추운 날씨도 잠시 잊혔다. 그런데 먹다 보니 문득 생각했다. 꼬리를 먼저 먹었더라도 붕어빵은 결국 이 따뜻하고 달콤한 맛으로 나를 채워줬을 것이다. 삶의 선택도 그렇지 않을까? 무엇을 먼저 하든, 그 선택이 나를 행복으로 이끈다면 그것이 정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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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빵을 다 먹고 다시 두 손에 남은 붕어빵들을 가슴에 꼭 안았다. 겨울의 따뜻함이, 그리고 오늘의 작은 행복이 오래도록 남길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