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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몽블 Jan 02. 2017

가끔은 노력하지 않을 노력을

괜찮아, 인생은 불완전하고 불안정한 거니까 불안해해도 돼.

늘 새해 첫날이 되면 새로운 해를 맞이하여 올해 이루고 싶은 목표 12개를 정했다. 매달 1개의 목표.

그렇게 그 목표들을 이루기 위해 매달 매주 매일 내가 해야 할 일을 정했다. 그리고 매달 말일에 또 1년의 중간인 7월 초쯤에 그리고 그 해 마지막인 12월에 이 것을 이루었는지 점검을 했다.


일을 하면서 아침에 회사 출근 전 영어학원에 가서 영어공부를 했고,

퇴근 후엔 포토샵 일러스트 같은 일에 도움이 될만한 강의를 들었다.

그러고 집에 오면 녹초가 돼버렸다.


나는 남들보다 뒤처지는 것 같아 조바심을 냈다.

늘 불안해 내 몸을 축내가면서 무언가를 배우거나 하고 있어야 안심이 되었다.

그렇게 힘들고 빡빡한 일정을 끝내고 나면 밤에 잠이라도 잘 자야 하는데


'지금 하는 일이 내게 맞는 일일까? 다들 열심히 사는데 나만 너무 나태한 건 아닐까?'

'하루하루가 지쳐. 사실 아무것도 하고 싶지가 않아.'

'돈도 없고, 집도 없고 그런데 빚은 많고. 내가 원하는 건 없고 원치 않은 건 많아.'

'누구에게라도 위로받고 싶어. 하지만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아.'

'하소연해봤자 나만 힘들어질 거야.'

'왜 맨날 내 연애와 인간관계는 이런 거지?'


"나의 하루가 늘 불안해."  


매일 잠들기 전 하는 온갖 생각들 때문에 나는 누운 뒤 한두 시간이 지나서야 만 잠이 들었다.

잡생각들은 머릿속에서 연결되고 계속 피어올라 머리를 복잡하게 흔들었다.


그 때문에 나의 아침은 늘 엉망진창이었다. 여러 알람이 차례대로 울리면 마지막 알람을 끄고는 무거운 머리와 움직이지 않는 몸을 억지로 깨워 화장실에 갔다. 그렇게 하루가 시작되면 회사에서는 너무 피곤해 일이 능률이 떨어졌고, 실수 연발이었다. 배우고 있는 것에도 그다지 집중을 하지 못하고 매번 시작만 하고 잘 마무리를 못했다. 집에 돌아와서는 또다시 내가 왜 그랬지부터 시작해 회사에서 제대로 처리 못한 바보 같은 일들을 질책했다.


생각 과잉이었다.

너무 많이 생각했고, 너무 오랫동안 생각했다. 그리고 불안감에 너무 많은 것들을 한 번에 시도했다.


"그때 그 말을 하지 말걸. 그렇게 행동하지 말걸. 그랬다면 지금 더 좋았을 텐데."라는 식으로 과거를 자책하고 후회했다. 때로는 "난 해도 안될 거야. 그냥 이대로 놔버릴래. 해봤자 뭐가 변하겠어."라는 식으로 미래를 비관했다. 그리곤 그 불안한 생각도 하지 않으려고 배움에 몰입했지만 즐거워서 하는 것이 아니어서 그런지 남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았다.


나에겐 아무것도 하지 않을 시간이 있어야 했고,

노력하지 않을 노력이 필요했다.




괜찮아, 인생은 불완전하고 불안정한 거니까 불안해해도 돼.
가끔은 쫌 편하게 생각해봐.



나한테 이렇게 말해주고 싶었다. 괜찮아, 누구나 그래,라고. 돈걱정 일 걱정 걱정이란 걱정을 모두 다 끌어안고 있어도 해결이 되진 않아,라고.


배우고 있던 모든 것들을 잠시 쉬기로 했다. 그랬더니 아침이 길어졌고, 잠을 더 많이 잘 수 있었다. 하루가 개운해졌고, 무언가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스트레스도 적어졌다. 그러고 나니 남은 시간에 친구들도 만나고, 책도 읽을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새롭게 시작하게 된 회사 생활도 좀 더 집중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아팠던 내 몸들이 점차 괜찮아지고 있다. 남은 시간에 운동을 시작했고, 그렇게 새해가 다가왔다.


이번 새해는 그저 너무 많은 계획을 세우지 않고, 즐겁고 행복하게,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지내는 것이 나의 계획 이자면 계획이다.


노력하지 않는 것을 선택하는 노력도 때론 필요한 듯하다.

지나간 일들에 후회 말고 앞으로 다가올 것들에 감사하며 지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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