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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을 덮은 열돔

24_지금은 기후열파시대

by 지구별 여행자

24_지금은 기후열파시대



유럽을 덮은 열돔



일상으로 다가 온 열돔(Heat Dome)

열돔은 고기압의 정체로 인해 지상으로부터 상승한 더운 공기가 상부에서 눌리며 대기 중에 갇히는 현상을 말한다. 이 고기압 덮개는 대류를 차단하고 구름 형성을 억제하여 햇빛이 지표면을 지속적으로 가열하게 만든다. 이로 인해 한 지역의 온도는 비정상적으로 상승하고, 이 고온 상태가 수일 또는 수주간 지속되면서 사람, 생태계, 농작물, 도시 인프라에 심각한 피해를 초래한다. 이러한 현상은 지구온난화와 결합되면서 빈도와 강도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유럽을 뒤덮은 2025년 열돔

2025년 여름, 특히 6월에서 7월 사이 유럽 전역에서는 이례적인 폭염 현상이 나타났다. 이는 단순한 고온을 넘어선 기상학적 이상 현상, 즉 ‘열돔(heat dome)’으로 진단되었다. 이번 열돔은 대서양에서 형성된 강력한 고기압이 서서히 이동하며 유럽 중남부에 정체되었고, 이 고기압이 대기를 압박하면서 고온의 공기를 지면 가까이에 가둬두는 효과를 일으켰다. 결과적으로 상승기류는 차단되고, 지표면은 지속적인 햇볕에 노출되어 극단적인 고온이 며칠에서 수 주간 이어졌다. 이번 열돔은 단순한 더위 이상이었다. 이는 유럽 기후 시스템의 비선형적 불안정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일부 기상학자들은 이 현상을 기후변화로 인한 대기 역학의 근본적 재편 가능성으로 해석하고 있다.


포르투갈 모라 지역은 최고 46.6°C를 기록하며 유럽 전체에서 가장 극단적인 고온을 경험했다. 프랑스 남부의 다수 도시에서는 44°C 이상의 온도가 관측되었고, 에어컨이 없는 고령자의 주거지역에서는 사망자가 다수 보고되었다. 스페인 내륙 도시들, 특히 마드리드와 세비야에서는 낮 최고기온이 연일 40도를 웃돌며, 도시 열섬 현상과 겹쳐 온열질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탈리아와 그리스에서는 산불이 급속도로 확산되었고, 그리스 크레타섬에서는 1,000명 이상이 대피하는 긴급 상황이 벌어졌다. 심지어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 등 북유럽에 가까운 지역에서도 35도를 초과하는 폭염이 며칠씩 지속되어, 전통적인 온대기후 지역에서도 더 이상 기후 안전지대가 아님이 확인되었다. 기상청 통계에 따르면, 유럽 전역의 97개 주요 기후관측소 중 35곳에서 역대 7월 초 최고기온이 경신되었다. 이 모든 사례는 기후위기의 현재성을 극명하게 보여주며, 기후 구조 전환의 필요성을 강하게 환기시키고 있다.


무너진 계절의 경계, 장기화되는 여름

최근 유럽에서는 계절의 패턴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 단순히 더운 여름이 길어졌다는 것을 넘어, 기후 변화로 인해 ‘여름’이라는 계절의 범주 자체가 재정의되고 있는 것이다. 유럽의 기후 및 환경 전문 매체인 <Euronews Green>의 분석에 따르면, 유럽 주요 도시들의 여름은 평균적으로 두 달 이상 길어졌다. 특히 아테네, 로마, 마드리드 같은 남유럽 도시들은 이제 실질적으로 1년의 절반, 즉 5개월 가까이 여름이 지속되는 기후 패턴을 보이고 있다. 과거에는 7월과 8월 두 달에 집중되던 폭염이 이제는 5월부터 시작해 10월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이는 단순히 기온 상승을 넘어 계절 구조의 근본적인 변형을 의미한다.


이러한 계절 확장은 농업·노동·보건·에너지 소비 등 사회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예를 들어, 농작물 재배 주기와 수확 시점이 달라지고 있으며, 여름철 장시간 외부 노동은 더 이상 특정 시기에 국한되지 않아 노동자들의 건강과 생명 안전에 위협이 되고 있다. 또한 냉방 수요의 급증은 에너지 소비를 구조적으로 변화시키고, 전력망의 안정성을 위협하고 있다.


결국 이 모든 변화는 단지 기후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삶의 방식과 구조를 재편해야 한다는 신호로 읽혀야 한다. 여름의 장기화는 기후위기의 가시적 징후이며, 더 이상 계절에 대한 기존의 상식을 고수할 수 없다는 경고이다.


한반도도 예외일 수 없다

이번 유럽 열돔 현상은 단지 유럽의 일이 아니다. 최근 한반도에서도 117년 만의 최고 기온이 연일 갱신되며, 기후열파 시대의 현실이 체감되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은 이제 “예방”이 아니라 “적응”과 “전환”의 문제로, 그 시급성과 범위가 명확해지고 있다.


열돔은 “조용한 재난(silent disaster)”이 아니다. 이는 기후위기의 눈에 띄는 형태이며, 사회적 불평등과 재난의 연속성을 동시에 드러낸다. 유럽의 오늘은 한반도의 내일일 수 있으며, 이는 우리 사회 전체가 기후전환을 주체적으로 고민해야 함을 시사한다.




<참고문헌>


Euronews Green. (2025, July 6). Europe's summer is getting longer: Heat now lasts up to 5 months in cities like Athens and Tirana. Euronews Green.


Nature Geoscience. (2025). Heat wave duration accelerates faster than global warming. Nature Geoscience.


Science. (2023). Amplified seasonality in western Europe in a warmer world. Science Advances.

Euronews Green. (2024, August 10). Europe's summer is now two months longer than it was in the 20th century. Euronews. https://www.euronews.com/green/2024/08/10/europes-summer-is-now-two-months-longer-than-it-was-in-the-20th-century


Reuters. (2025, July 9). European heatwave caused 2,300 deaths, scientists estimate. Reuters Sustainability.


The Guardian. (2025, July 9). Climate breakdown tripled death toll in Europe's June heatwave, study finds. The Guardian.


Financial Times. (2025, July). Western Europe keeps setting new heat records as fastest-warming continent. Financial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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