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_지금은 기후열파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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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서양 해류 순환을 경고하다
2023년,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교의 과학자 피터 딧레브센과 수산네 딧레브센은 세계적인 과학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중요한 경고를 담은 논문을 발표했다. 논문의 제목은 「대서양 자북 방향 순환(AMOC)의 임박한 붕괴에 대한 경고(Warning of a forthcoming collapse of the Atlantic Meridional Overturning Circulation)」, 즉 “대서양 해류 순환 시스템의 붕괴가 곧 일어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 논문은 지구 기후에 큰 영향을 주는 AMOC라는 해류가 21세기 중반, 빠르면 2025년부터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붕괴 시점으로는 2057년이 가장 유력하며, 2025년에서 2095년 사이에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였다.
AMOC란 무엇인가?
AMOC(Atlantic Meridional Overturning Circulation)는 남쪽의 따뜻한 바닷물이 북대서양으로 흘러가고, 고위도 지역에서 차가운 물이 바다 깊은 곳으로 가라앉아 다시 남쪽으로 되돌아오는 해류 순환 구조이다. 이 해류는 유럽의 온난한 겨울을 가능하게 하고, 남북 간 온도 균형을 맞추며, 전 지구의 강수량과 바다 생태계에 큰 영향을 주는 중요한 시스템이다. 하지만 최근 북극의 얼음이 빠르게 녹으면서 북대서양에 담수가 유입되고 있고, 이로 인해 해류 흐름이 약화되고 있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AMOC는 완전히 멈출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연구자들의 우려이다.
해류 붕괴가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가?
연구진은 1870년부터 2020년까지의 북대서양 해수면 온도(SST) 데이터를 분석하였다. 특히 북대서양 북부의 서브폴라 자이(Subpolar Gyre) 지역이 AMOC의 흐름을 잘 반영한다고 보고, 이 지역의 온도 변화를 AMOC의 지문(fingerprint)으로 사용하였다. 분석 결과, AMOC가 붕괴로 향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두 가지 경고 신호가 포착되었다. 하나는 분산증가이고 하나는 자기상관 증가이다. 분산 증가는 온도의 변화 폭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뜻으로, 시스템의 안정성이 무너지고 있다는 신호를 의미한다. 자기상관 증가는 변화 이후 예전 상태로 회복되는 속도가 느려지는 ‘임계 감속’ 현상으로, 붕괴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경고를 의미한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시스템이 구조적인 전환점(tipping point)에 접근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조짐이다.
그렇다면 해류는 언제 멈추는가?
연구자들은 AMOC 붕괴 시점을 보다 정확히 추정하기 위해 모멘트 기반 추정법과 최대우도추정법을 사용하였다. 모멘트 기반 추정법(moment-based estimation)은 데이터를 일정한 시간 단위로 나누고, 각 구간에서 평균, 분산, 자기상관 등을 계산하여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화를 분석하는 방식이다. 쉽게 말하면 과거와 현재의 통계적 특성이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비교하는 방법이다. 모델에 대한 복잡한 가정이 없어 직관적인 해석이 가능하지만, 분석에 사용하는 시간 창(window)의 길이에 따라 결과가 민감하게 바뀔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최대우도추정법(Maximum Likelihood Estimation, MLE)은 전체 데이터를 한 번에 고려해 가장 가능성 높은 경로를 계산하는 수학적 방식을 의미한다. 이 방법은 데이터가 어떤 통계 모델을 따른다고 가정하고, 실제 관측값들이 가장 잘 설명될 수 있도록 모델의 파라미터를 조정한다. 정확한 모델을 사용할 경우, 가장 정밀하고 안정적인 결과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두 방법 모두 일관되게 AMOC의 붕괴 시점은 2057년으로 예측하였으며, 2025년에서 2095년 사이에 붕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결과를 도출하였다.
왜 이 연구가 중요한가?
국제기구인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는 지금까지 “21세기 안에 AMOC가 붕괴할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해 왔다. 하지만 딧레브센 연구팀은 기존 기후 모델들이 북대서양 심층수 형성, 담수 유입, 빙하 해빙 등의 요소를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번 연구는 복잡한 모델이 아니라, 실제 관측된 온도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하였기 때문에 현실의 흐름을 보다 정확히 반영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즉, 이 연구는 “가능성”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진행 중인 현상”을 과학적으로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AMOC가 멈추면 어떤 일이 생기는가?
만약 AMOC가 붕괴하면, 유럽과 북미 지역은 갑작스러운 한파를 겪을 수 있으며, 열대와 아프리카 지역은 강수량 변화로 극심한 가뭄이나 홍수를 겪게 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해수면 상승, 남극 빙하 불안정, 해양 생태계 붕괴 등 전 지구적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식량 안보, 물 자원, 이주와 정착 문제 등 인류의 생존 조건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심각한 위협이다.
지금이 대응할 시간이다
딧레브센 연구팀은 지금과 같은 속도로 기후 변화가 진행된다면, AMOC의 붕괴는 피할 수 없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러한 붕괴를 늦추거나 막기 위해서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AMOC의 상태를 직접 관측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이번 논문은 단순한 이론이나 가능성이 아니라, 측정 가능한 과학적 증거를 바탕으로 한 경고이다. 우리는 이 경고를 외면할 것인가, 아니면 행동할 것인가?
<참고문헌>
Ditlevsen, P. D., & Ditlevsen, S. (2023). Warning of a forthcoming collapse of the Atlantic Meridional Overturning Circulation. Nature Communications, 14, Article 4254. https://doi.org/10.1038/s41467-023-39810-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