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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면 82cm, SSP 시나리오와 해양의 경고

20_지금은 기후열파시대

by 지구별 여행자

20_지금은 기후열파시대



해수면 82cm,

SSP 시나리오와 해양의 경고



새로운 기후 시나리오, 해수면 상승

2023년 3월, 해양수산부 산하 국립해양조사원은 우리나라 주변 해역의 2100년까지의 해수면 상승 전망을 발표하였다. 이번 전망은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제6차 보고서에서 제시한 SSP(공통 사회·경제 경로)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한 것으로, 서울대학교 조양기 교수팀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고해상도(수평 해상도 약 6km)의 해양기후 수치예측모델을 활용해 국내 최초로 생산되었다.


고탄소 vs 저탄소 시나리오: 해수면 상승의 양극화

예측 결과에 따르면, 고탄소 배출 시나리오(SSP5-8.5) 하에서는 2100년까지 해수면이 최대 82cm 상승할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2050년까지 약 25cm, 이후 50년 동안 가속 상승하는 추세를 따른다. 반면, 저탄소 시나리오(SSP1-2.6) 하에서는 2100년까지 약 47cm 상승에 그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한 차이는 사회·경제 시스템의 방향에 따라 기후의 미래가 극단적으로 달라질 수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특히, 지속가능한 에너지 전환과 탄소중립 실현 여부가 해양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수십 cm 수준의 해수면 차이로 귀결된다는 점에서 중요한 정책적 메시지를 던진다.


동해안이 더 위험하다

해역별로 살펴보면, 모든 시나리오에서 동해의 해수면 상승폭이 황해나 대한해협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는 기후변화의 영향이 단일한 방식으로 퍼지는 것이 아니라, 지역 해류 구조, 수온, 기압 등 해양역학적 요인에 따라 불균형적으로 전개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동해안은 인구 밀집 지역이면서 관광·어업 등 지역경제의 해양의존도가 높은 만큼, 해수면 상승에 따른 침수 위험, 연안 침식, 기반시설 취약성에 대한 종합적 대응 전략이 절실하다


상승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

이번 SSP 기반 분석은, 2021년에 국립해양조사원이 기존 RCP8.5 시나리오를 적용하여 도출한 2100년까지 최대 73cm 상승 전망보다 9cm 더 높은 결과를 보여준다. 이는 단지 분석 도구의 정밀도 차이만이 아니라, 기후 시스템의 가속화 가능성을 암시하는 결과이다.


즉, 현재의 배출 경로가 지속될 경우, 과거보다 더 빠르고 더 높은 해수면 상승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해양 도시, 항만, 연안 인프라의 지속 가능성을 심각하게 위협한다.


<해수면 상승 전망 (2015∼2100년)>
시나리오 / 해수면 상승량 / 연평균 상승률 / 특이점
SSP5-8.5 (고탄소 시나리오) / 82 cm / 9.51 mm/년 / 화석연료 고사용, 도시 과개발
SSP1-2.6 (저탄소 시나리오) / 47 cm / 5.44 mm/년 / 재생에너지 확산, 지속가능 발전


기후적응을 위한 정보 인프라 구축

국립해양조사원은 이번 전망 자료를 ‘바다누리 해양정보 서비스’(www.khoa.go.kr/oceangrid)를 통해 공개하고 있으며, 향후 중간 시나리오(SSP2-4.5, SSP3-7.0) 기반의 고해상도 해수면 전망도 순차적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또한 전국 조위관측소에서 2021년까지 관측된 연평균 해수면 데이터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정보 인프라는 단지 데이터 제공을 넘어서, 항만시설의 침수예상도 작성, 연안재해 취약성 평가, 지자체별 기후적응 전략 수립 등에서 핵심적인 기반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시나리오 해설>
시나리오 / 설명
SSP5-8.5 / 산업기술 가속화, 화석연료 중심 고탄소 성장
SSP1-2.6 / 탄소중립 지향, 재생에너지 기반 저탄소 전환
(예정) SSP2-4.5, SSP3-7.0 / 중간 단계 시나리오 → 향후 순차적으로 발표 예정


기후열파 시대와 해수면 상승의 이중위기

오늘날 우리는 기후열파의 시대를 살고 있다. 연례화된 초고온 현상, 대형 산불, 가뭄, 수온 상승은 해양과 대기 시스템의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있으며, 이러한 조건은 해수면 상승의 속도를 더 빠르게 만들 수 있다.


기후열파와 해수면 상승은 상호 독립된 현상이 아니라, 하나의 기후위기 체계 내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는 ‘이중위기’이다. 예를 들어, 열파로 인해 빙하가 급속히 녹으면 해수 유입량이 증가하고, 이는 지역 해수면 상승을 가속화한다. 또한 수온이 상승하면 해수의 부피 팽창으로 인해 해수면은 더욱 높아진다.


따라서 오늘날의 기후위기를 단순히 ‘더운 날씨의 연속’으로 인식하기보다는, 해양과 연안을 압박하는 다층적 위기 구조로 인식하고 대응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해수면 상승 예측은 해양도시의 생존지도를 다시 그리는 일이다

국립해양조사원이 발표한 이번 해수면 상승 전망은 단순한 수치 예보가 아니다. 그것은 해양도시, 연안주민, 기후정책 입안자, 공동체 실천가 모두에게 닥친 시대적 질문에 대한 과학적 응답이다.


기후열파가 육지에서 인간의 일상을 압박하는 한편, 해수면 상승은 바다에서부터 삶의 기반을 잠식해 들어오는 무형의 위협이다. 이는 단지 온도계가 가리키는 숫자가 아니라, 도시의 저지대, 노인 주거지, 항만시설, 농업용수 공급계 등 복잡한 사회 생태계 전체를 위협하는 구조적 변화로 이해해야 한다.


우리는 지금 열파의 시대를 살고 있지만, 과거 빙하기 담론처럼 기후 시스템의 예측 불가능성과 급변 가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 기후변화의 미래는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갈래의 시나리오로 열려 있으며, 그 중 어느 길로 가느냐는 지금 우리가 내리는 결정에 달려 있다.




<참고문헌>



신(新)기후변화 시나리오 적용 우리나라 주변 해역 해수면, 2100년까지 최대 82cm 상승 전망

https://www.mof.go.kr/doc/ko/selectDoc.do?=&bbsSeq=10&docSeq=49514&menuSeq=971&utm_source=chatgpt.com


국립해양조사원. (2023.3.10). 우리나라 주변 해역 해수면, 2100년까지 최대 82cm 상승 전망 [보도자료]. 해양수산부.

https://www.khoa.go.kr/oceangrid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IPCC). (2021). Sixth Assessment Report (AR6). https://www.ipcc.ch/report/ar6/


O’Neill, B. C., Kriegler, E., Riahi, K., Ebi, K. L., Hallegatte, S., Carter, T. R., Mathur, R., & van Vuuren, D. P. (2014). A new scenario framework for climate change research: The concept of shared socioeconomic pathways. Climatic Change, 122(3), 387–400. https://doi.org/10.1007/s10584-013-0905-2


Kopp, R. E., DeConto, R. M., Bader, D. A., Hay, C. C., Horton, R. M., Kulp, S., ... & Strauss, B. H. (2017). US sea level rise scenarios for coastal risk management. NOAA Technical Report NOS CO-OPS 083.


국립해양조사원. (2021). IPCC 제5차 보고서 기반 RCP 시나리오를 적용한 해수면 상승 전망 보고서. 해양수산부.


서울대학교 조양기 외. (2023). SSP 기반 해양기후 수치예측모델 구축 및 해수면 변화 분석 결과 보고서 [공동연구 자료]. 국립해양조사원 협력 연구.


해양수산부. (2022). 해양·수산 분야 기후변화 적응대책 3차 종합계획 (2021–2025).


UNFCCC. (2015). The Paris Agreement. 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

https://unfccc.int/process-and-meetings/the-paris-agreement/the-paris-agree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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