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_지금은 기후열파시대
21_지금은 기후열파시대
한반도에서 되풀이되는 '살인 더위'
2025년 7월, 한반도는 기후열파 시대의 심각성을 다시금 실감하고 있다. 광명, 파주, 구미, 정읍, 서산, 인천, 대전, 광주, 부산 등 전국 각지에서 섭씨 40도에 육박하거나 넘는 극한의 온도가 기록되었고, 이는 117년 기상관측 역사상 7월 상순 기준으로는 전례 없는 폭염이다. 이러한 고온현상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생명을 위협하는 ‘생존의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생명을 앗아간 열기…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특히 이번 폭염은 소중한 생명을 앗아갔다. 경북 구미시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일하던 23세 베트남 국적의 젊은 외국인 노동자는 무더위 속 야외에서 작업하던 중 쓰러졌고, 발견 당시 체온은 40.2도였다. 숨진 채 발견된 그의 모습은 기후재난이 불평등한 방식으로 노동 현장과 약자에게 더 가혹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또 공주시의 90대 농부, 경북 봉화와 의성의 고령 농민들 역시 폭염 속 야외 활동 중 열사병으로 추정되는 원인으로 유명을 달리했다. 이들의 죽음 앞에서 깊은 애도와 조의를 표한다.
더 빠르게, 더 강하게 다가온 열파
기상청에 따르면 7월 초 서울은 37.8도를 기록하며, 1907년 근대기상관측 이래 최고치를 갱신했다. 같은 날 정읍, 서산, 인천, 대전, 광주, 부산 등 97개 기후관측소 중 35곳에서도 7월 상순 기준 최고 기온이 새롭게 기록되었다. 이러한 양상은 단순한 기온 상승이 아니라, 기후 시스템이 급속히 가열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장마전선의 조기 북상으로 고온다습한 대기가 한반도를 조기 점령하면서 이례적으로 폭염이 앞당겨졌다.
농작물과 산업에도 번지는 재난
기온 상승은 생명을 위협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전남 영암군에서는 감나무에서 ‘일소 현상’이 발생하며 조기 낙과가 관측되었고, 이는 농민들의 생계를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산업현장에서도 피해가 잇따르고 있으며, 온열질환자의 30% 이상이 건설·물류·조선업 등 실내외 노동 환경에서 발생했다는 고용노동부 발표는 이 재난이 계층과 노동조건에 따라 얼마나 불평등하게 영향을 주는지를 보여준다.
“쉼이 생명이다”…현장의 경고
정부는 뒤늦게나마 긴급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폭염대책 점검회의를 소집하고, 고용부는 공공사업 현장을 중심으로 폭염 안전수칙 준수 여부를 조사 중이다. 그러나 이미 여러 명이 목숨을 잃은 지금, 예방과 조기 경보 체계는 그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야외 활동 자제를 권고하고, 30분마다 10분 이상의 그늘 휴식, 수분 섭취, 복장 조절, 이상 증상 시 즉각 중단을 당부하고 있다.
기후열파 시대, 어디로 가야 하나?
이번 사태는 단순한 ‘더운 여름’의 문제가 아니다. 20세기 후반 냉각에 대한 경고가 있었던 것처럼, 지금은 열파가 삶의 안전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과거에는 ‘빙하기 공포’가 언론과 과학 사이의 경계에서 생성되었지만, 오늘날에는 현실의 폭염이 가난한 이들, 이주 노동자, 고령자, 농민, 군인 등 사회적 약자를 향해 가장 먼저 달려들고 있다.
기후위기는 더 이상 미래의 일이 아니다. 기후열파는 이미 우리 사회의 구조적 불평등, 취약한 노동환경, 느슨한 대응 체계와 맞물려 인간의 생명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동하고 있다. 우리는 이 비극 앞에서 ‘더 자주 쉬고, 더 많이 나누고, 더 일찍 대처하는’ 사회적 전환이 시급하다는 것을 배워야 한다.
“고인의 명복을 빌며, 다시는 이와 같은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모두가 책임 있게 행동해야 할 때이다.”
<참고문헌>
‘체온 40도’ 공사장 첫출근 외국인, 앉은채 숨졌다
https://www.donga.com/news/Society/article/all/20250708/1319613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