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아마존의 사바나화

29_지금은 기후열파시대

by 지구별 여행자

29_지금은 기후열파시대



아마존의

사바나화



사바나화(Savannization)란 무엇인가?

사바나화(savannization)는 원래 울창했던 열대우림, 특히 아마존처럼 고밀도의 습윤 열대림이 점차 건조해지고, 나무가 드문드문 존재하는 사바나(savanna) 생태계로 전환되는 과정을 의미한다. 이는 단순한 식생의 변화가 아니라, 생태계의 구조와 기능 전반이 전이(transition)되는 근본적 전환을 뜻한다.


이 현상은 단순한 ‘건조화’가 아닌, 생태계가 복원 불가능한 상태로 이행하는 비가역적 전이(irreversible shift)의 전형으로 간주된다. 특히 기후위기와 인간 활동(벌목, 화재, 인위적 토지이용 변화 등)이 중첩될 때 발생하며, 기후 시스템 내 티핑포인트(tipping point)의 대표적 지표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과학이 밝힌 경고: Zhang과 Basso의 연구

Zhang et al.(2021)과 Basso et al.(2023)의 연구는 아마존이 이미 사바나화 경로에 진입했음을 과학적으로 입증하였다. 이들은 아마존 상공의 이산화탄소 농도 분석, 대기 역산 모델링, 열스트레스 지수, 강수량 변화, 산불 면적 등 다양한 지표를 종합해 분석한 결과, 아마존이 탄소 순배출원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특히 학계는 아마존 열대우림의 20~25%가 파괴되면 생태계가 스스로를 회복할 수 없는 ‘임계점’을 돌파하게 될 것이라 경고하고 있으며, 현재 이미 약 17%가 황폐화된 상태이다.


열대우림의 생태 기능과 그 상실

아마존 열대우림은 단순한 나무의 집합체나 국지적 숲 생태계를 넘어서는, 지구 전체에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는 생명 시스템의 핵심축이다. 이곳은 전 지구적인 탄소 저장고로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막대한 양으로 흡수하여 기후변화를 늦추는 데 기여해 왔고, 나무와 토양은 오랜 시간 동안 안정적인 탄소 저장 창고 역할을 해왔다.


또한 아마존은 수문 순환(hydrological cycle)의 중심 축이기도 하다. 나무들은 끊임없이 수분을 대기로 방출하며, 이를 통해 지역 내 구름 형성과 강수량을 조절하는 증산작용을 수행한다. 이는 단지 아마존 자체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남미 대륙과 지구적 기상 시스템에도 파급효과를 미친다.


더불어 아마존은 지구 생물다양성의 보고이기도 하다. 수많은 식물, 동물, 곤충, 미생물 종이 이곳에 서식하며, 아직 과학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종도 무수히 존재한다. 이 생명 다양성은 생태계의 복원력과 적응력을 뒷받침하는 기반이다.


그러나 이 모든 기능은 사바나화(savannization)가 진행되면 점차 약화되거나 비가역적으로 상실된다. 키 큰 나무들이 줄어들며 덮개 효과(canopy cover)가 사라지고, 직사광선이 토양을 건조시키며 생물 서식 환경을 악화시킨다. 탄소를 흡수하던 토양은 점차 그 기능을 잃고, 오히려 탄소를 방출하는 원천이 되며, 숲이 형성하던 수분 순환은 붕괴된다. 그 결과, 아마존은 비를 불러오던 ‘생명의 숲’에서 점점 가뭄을 유발하는 건조한 초지(savanna-like grassland)로 전환된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숲의 모습이 바뀌는 차원을 넘어, 지구 기후 안정성의 근본적인 균형이 무너지고 있다는 신호이다. 아마존의 사바나화는 곧 지구 시스템의 경고음이며, 인류가 직면한 기후위기의 절박한 현실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생태계 구조 변화의 전조: 사바나화의 과정

사바나화가 진행될 때, 아마존 열대우림에서는 생태계 전반에 걸친 구조적 변화가 발생한다. 우선 수목 밀도의 감소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울창하고 조밀했던 열대우림의 고수목층은 점차 사라지고, 그 자리를 관목류나 풀과 같은 초본식물이 차지하게 된다. 나무들 사이의 간격은 점점 넓어지고, 이로 인해 열대림의 특징 중 하나인 ‘덮개 효과(canopy cover)’가 크게 약화된다. 덮개층의 소멸은 지표면의 직접적인 일사 노출을 증가시키고, 토양의 수분 증발을 가속화시켜 생태계의 열악한 환경을 더욱 악화시킨다.


다음으로 생물다양성의 붕괴가 가시화된다. 열대우림 특화 종, 특히 그늘과 수분을 필요로 하는 고유종들은 서식지를 잃고 빠르게 사라진다. 이들이 사라진 자리는 일반적인 건조지대에 적응한 종들이 차지하게 되며, 종 다양성은 급격히 감소한다. 이는 단순한 종의 교체를 넘어서 생태계의 기능적 안정성 자체를 무너뜨리는 결과로 이어진다.


또한 기후 피드백 약화도 중요한 문제로 지적된다. 열대우림은 나무들이 끊임없이 수분을 대기로 방출하는 증산작용(transpiration)을 통해 지역 내 강우를 유도하는 순환 구조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수목 감소와 함께 이 증산작용이 줄어들면서, 자체적인 수분 순환이 붕괴되고, 결과적으로 지역적인 가뭄이 악화된다. 숲이 스스로 비를 부르는 기능을 상실하면서, 기후위기와 맞물려 점점 더 건조한 국면으로 진입하는 악순환이 형성된다.


마지막으로, 가장 우려되는 변화는 탄소 저장 기능의 상실이다. 아마존은 세계에서 가장 큰 탄소 흡수원 중 하나였지만, 사바나화가 진행되면서 생물량(biomass)이 크게 줄고, 토양의 탄소 저장 능력도 점점 약화된다. 이는 열대우림이 탄소를 흡수하는 기능을 잃고, 오히려 탄소를 배출하는 순배출원(net emitter)으로 전환된다는 뜻이다. 이러한 변화는 기후 시스템 전체의 탄소 균형을 교란시키며, 지구 온난화를 더욱 가속화시키는 중대한 결과로 이어진다.


결과적으로, 사바나화는 단순한 식생의 변화가 아니라, 생물권의 핵심 시스템이 구조적으로 붕괴되는 복합적 징후이며, 전 지구적 기후위기와 직결된 심각한 경고로 이해되어야 한다.


되돌릴 수 없는 전환: 비가역성과 복원력 상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비가역적’이라는 점이다. 일정 수준 이상의 사바나화가 진행되면, 비가 내려도, 나무를 다시 심어도 원래의 열대우림 생태계로 회복되지 않는다. 생태계의 복원력은 한계를 넘어서며, 시스템 전반의 자생적 회복이 멈춘다.


이는 곧 지구 기후 시스템 전반의 균형이 무너지는 티핑포인트의 돌파를 의미하며, 생물권의 안정성과 탄소 순환 시스템을 동시에 위협하는 복합적 위기로 이어진다.


아마존의 변화는 지구의 붕괴를 예고한다

아마존의 사바나화는 단순한 지역 생태계 변화가 아니다. 이는 지구 생명 시스템 전체에 대한 경고이며, 기후 열파시대의 본질을 드러내는 상징적 사례이다. 울창했던 숲은 더 이상 탄소를 흡수하지 않고, 생명들은 뿌리내릴 곳을 잃으며, 기후는 점점 더 불안정해진다. 이는 과학의 문제를 넘어 윤리와 생존, 공동 미래의 문제이다.


우리는 지금, 이 거울 앞에서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그 질문이야말로 Zhang과 Basso의 연구가 우리에게 던진 근본적인 물음이다.




<참고문헌>


Basso, L. S., Gatti, L. V., Gloor, M., Miller, J. B., Domingues, L. G., Von Randow, C., ... & Marani, L. (2023). Amazonia as a carbon source linked to deforestation and climate change. Nature, 620, 580–587. https://doi.org/10.1038/s41586-023-06415-9


Boers, N., Rypdal, M., Barbosa, H. M. J., Heitzig, J., Winkelmann, R., & Dakos, V. (2022). Critical transitions in the Amazon forest system. Nature Climate Change, 12, 565–572. https://doi.org/10.1038/s41558-022-01391-z


Lovejoy, T. E., & Nobre, C. A. (2018). Amazon tipping point: Last chance for action. Science Advances, 4(2), eaat2340. https://doi.org/10.1126/sciadv.aat2340


Malhi, Y., Aragão, L. E. O. C., Galbraith, D., Huntingford, C., Fisher, R., Zelazowski, P., ... & Meir, P. (2009). Exploring the likelihood and mechanism of a climate-change-induced dieback of the Amazon rainforest.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106(49), 20610–20615. https://doi.org/10.1073/pnas.0804619106


Nobre, C. A., Sampaio, G., Borma, L. S., Castilla-Rubio, J. C., Silva, J. S., & Cardoso, M. (2016). Land-use and climate change risks in the Amazon and the need of a novel sustainable development paradigm.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113(39), 10759–10768. https://doi.org/10.1073/pnas.1605516113


Zhang, Y., Gatti, L. V., Gloor, M., Miller, J. B., Domingues, L. G., Basso, L. S., ... & Tans, P. P. (2021). Amazon rainforest becoming a net carbon emitter. Nature Climate Change, 11, 748–753. https://doi.org/10.1038/s41558-021-01050-4


keyword
이전 28화아마존 붕괴에 대한 과학적 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