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서비스에 세계관이 필요한 이유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을 관람했다. 역대급이었다.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이후부터는 '노 웨이 홈')'이 역대급인 이유는 '어벤저스 : 엔드게임'으로 마무리된 '인피니티 사가' 이후 MCU(Marvel Cinematic Universe)의 다음 10년을 이끌고 갈 다음 시리즈의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다.
이 글에는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에 대한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노 웨이 홈'에서는 삼파이더맨이 등장한다.
출처 : 루리웹
원조 스파이더맨인 샘스파(샘 레이미 감독, 토비 맥과이어가 주인공)와 어스파(앤드류가필드가 주인공인 어메이징 스파이더맨)가 MCU의 톰 홀랜드와 함께 등장한다. 삼파이더맨이 등장하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노 웨이 홈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큰 요소지만 노 웨이 홈이 역대급인 이유는 이들을 불러내는 방식이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피터 파커의 소원인 '사람들 기억에서 본인이 스파이더맨인지를 지워주기'를 시행하다 잘못해서 차원의 문이 열리고 다른 차원에서 샘스파와 어스파, 그리고 각종 빌런들이 MCU 세계관에 들어오는 것이다. '노 웨이 홈'은 삼스파와 각종 빌런들을 하나의 스토리에 등장시킴으로써 노 웨이 홈 스토리의 매력도를 올렸을 뿐만 아니라 인피니티 사가(페이즈 1~3) 이후 향후 MCU 10년(페이즈 4 이후)을 먹고 살릴 세계관을 위한 포석을 깔아 두었다. 인피니티 사가가 어벤저스 멤버들(who)이 지구와 우주의 공간(where) 안에서 최대의 적인 타노스(whom)를 깨부수는 세계관이었다면 페이즈 4 이후 세계관은 남아 있는 어벤저스 멤버들과 새로운 멤버들(who)이 멀티버스라는 개념의 차원을 넘나들며(where) 우주와 차원 속에 있는 다양한 빌런들을 깨부수는 세계관이 될 것이다. 덧붙여 노 웨이 홈에서는 뉴욕이라는 배경 속에서 활동 중인 맷 머독(데어데블)을 등장시키면서 호크아이에서 등장한 킹핀과도 연결 지점이 생겼고 쿠키 영상에서 베놈의 심비오트를 등장시키면서 베놈 세계관과도 연결 지점을 만들었다.
'노 웨이 홈'은 삼스파와 각종 빌런들을 하나의 스토리에 등장시킴으로써 노 웨이 홈 스토리의 매력도를 올렸을 뿐만 아니라 인피니티 사가(페이즈 1~3) 이후 향후 MCU 10년(페이즈 4 이후)을 먹고 살릴 세계관을 위한 포석을 깔아 두었다.
노 웨이 홈을 역대급이라고 평가하고 싶은 이유는 삼스파이더맨과 다양한 빌런들을 등장시켜서 재미있는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제공했다는 것을 넘어서 향후 MCU를 이끌 세계관을 위한 포석을 아주 자연스럽게 깔아 두었기 때문이다.
MCU 가 다른 콘텐츠와 차별화되는 단 하나의 이유를 꼽자면 세계관이다. 세계관 때문에 사람들은 더 몰입하고 다음 콘텐츠를 기대하며, 사람들은 다양한 해석 영상을 확대, 재생산하면서 끊임없이 재소비를 하게 되고 그 과정 속에서 하나의 IP는 영화뿐만 아니라 드라마, 음원, 웹툰, 굿즈 등 다양한 채널과 다양한 방식으로 무한 증식된다.
세계관이 가지는 힘은 개별 콘텐츠 자체가 가진 매력도를 뛰어넘는다. SM 이 탄생시킨 에스파가 매력적인 이유는 네 명의 멤버와 노래, 안무뿐만이 아니라 에스파가 존재하는 SMCU(SM Culture Universe) 때문일 것이다. SMCU 내에 공간, 인물, 이야기들이 파편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거대한 SMCU 내에서 다른 아이돌 그룹의 세계관과도 연결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SM은 SMCU로써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메타버스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보여주고 있다. SM은 콘텐츠의 미래로서 SMCU를 언급하면서 그들이 갖고 있는 IP를 메타버스 시대에 어떻게 차별화할지, 어떻게 새로운 문화를 보여주고 어떤 콘텐츠 경험을 제공해줄지를 보여주고자 했다.
https://brunch.co.kr/@leeshyup/6
BTS는 엔터테인먼트가 세계관을 활용한 또 다른 성공 사례이다. 하이브(BTS 소속사) 세계관라이브러리 팀장을 지낸 김동은 대표는 BTS가 수출한 것은 아이돌이 아니라 '팬덤'이라고 한다. BTS의 성공은 단순히 좋은 노래, 안무, 아이돌 멤버들 등 전통적인 방식 때문만이 아니다. BTS는 연습생 때부터 꾸준히 연습 영상을 올리며 팬들(ARMY)과 소통했고 언제 어디서나 ARMY를 언급하며 관계를 끈끈하게 이어 갔다. 김동은 대표는 이 성공 사례의 원인을, 팬덤을 위해 '더 적극적으로 움직였기 때문'이며 '투표가 사랑을 증명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를 다시 해석해보면 팬들과 아이돌 사이를 이어주는 다양한 활동들을 지원했고, Vote for BTS라고 하는 대표적인 행동양식을 통해 팬들끼리 존재를 확인하고 그들의 팬심을 증명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BTS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관은 에스파 세계관처럼 가상 세계에만 존재하는 세계관이 아니라 현실에 존재하는 ARMY와 팬덤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세계관이다. 이는 좋은 노래, 좋은 무대, 잘 생긴 외모 등으로 대변되는 전통적인 방식의 아이돌 팬덤을 넘어서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이 어떻게 성장했고 나와 어떻게 소통하는지, 그들은 일관되게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지, 내 삶에 어떤 영향을 주고 내 삶을 어떻게 긍정적으로 바꿔주고 있는지 등 이 모든 것을 포함한 세계관이다. ARMY는 이 세계관 속에서 그들의 사랑을 표현하면서 위로받고 그들이 속한 커뮤니티를 더 공고히 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baKZdUZ2Uko&t=188s
엔터테인먼트가 메타버스를 활용하는 방법으로 세계관을 활용한 사례를 살펴보았다. 에스파 세계관은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게 하고 몰입하게 함으로써 콘텐츠의 매력도를 올리고 있고 BTS 세계관은 현실에 있는 팬들의 행동 양식을 지원하면서 팬덤을 공고히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둘이 세계관을 활용하는 방식은 조금 다를 수 있지만, 비즈니스적으로도 세계관이 가지는 영향력은 크다. 첫째, 세계관 안에서 그들이 속한 커뮤니티로 팬들을 끌어모으게 한다. 세계관이 있는 Product는 그 Product를 사용하는 사람들끼리 유대감을 공유하게 한다. 둘째, 팬들은 그들이 즐기는 콘텐츠를 스스로 확대, 재생산함으로써 증식한다. 셋째, 아티스트들과 팬들이 만든 콘텐츠들은 음원뿐 아니라 웹툰, 영화, 공연, 굿즈 등 다른 채널과 다른 방식으로 생산되고 소비가 가능하다.
세계관이 있는 Product는 그 Product를 사용하는 사람들끼리 유대감을 공유하게 한다.
그렇다면 엔터테인먼트가 아니라 메타버스 서비스나 플랫폼을 만들 때 세계관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사전을 살펴보면 세계관은 '어떤 지식이나 관점을 가지고 세계를 근본적으로 인식하는 방식이나 틀'을 의미한다. 판타지 소설에서 세계관은 '콘셉트'이다. 캐릭터들이 살아 움직이도록 하는 무대 또는 시간적, 공간적 배경 등을 총체적으로 포함한다. 메타버스 서비스는 세계관을 활용하기 위한 요건들이 갖춰져 있다. 메타버스는 바로 세계관에 필요한 캐릭터(아바타)나 공간, 배경들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상 오피스를 메타버스로 구현한다고 가정해보자. 가상공간 속에 내 아바타가 있고 내가 일하는 공간이 있다. 단순하게 다양한 아바타와 다양한 공간을 제공할 수도 있지만 세계관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이 모든 것들이 달라질 수 있다. 가상오피스의 콘셉트, 즉 세계관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아바타, 공간, 배경을 어떻게 설계하고 디자인할지가 정해진다. BTS 세계관에서 ARMY와 BTS는 소통하고 투표함으로써 그들의 팬덤과 커뮤니티를 공고히 하면서 그들의 실제 삶에서도 영향을 미쳤다. 이를 비추어 보면 매력적인 세계관은 가상 세계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나에게도 의미 있는 영향'을 줄 수 있어야 한다. '현실의 나에게도 의미 있는 영향'이라 함은 이 서비스의 핵심 가치에 해당한다. 코로나 시대에 재택근무를 하면서 줌 피로 증후군(Zoom fatigue)에 시달린 사람들을 위해 '부담 없이 나를 보여줄 수 있고 편하게 소통하고 내 공간을 꾸밀 수 있게 함'을 핵심 가치로 두면 그 핵심 가치에 맞춰서 아바타, 공간, 배경들이 설정될 것이다. 현실에서 보다 더 편하게 나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하고, 내가 일하는 공간은 내 취향대로 꾸밀 수 있어야 하며, 다른 사람과 다양한 방식과 표정, 제스처로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세계관을 잘 접목한 메타버스 가상 오피스에는 SoWork 이 있다.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면 SoWork은 '훌륭한 팀이 일하는 곳'을 내걸면서 '훌륭한 팀이 즐기기를 좋아하는 곳', '훌륭한 팀이 소통하기를 좋아하는 곳', '훌륭한 팀이 즐기기를 좋아하는 곳'임을 보여주고 있다. 코로나 시대에 재택근무에 지친 직장인들이 '즐기고 소통하면서 일할 수 있는 장소'임을 핵심 가치로 내걸면서 세계관을 설정했고, 그 세계관에 맞게 아바타, 공간, 배경, 사물들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실제로 Sowork을 사용해 보면 아바타, 공간, 사물 등 각 요소들을 섬세하게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아바타를 보면 헤어스타일, 패션, 액세서리뿐만 아니라 피부색이나 제스처, 표정까지 표현함으로써 재택근무를 하면서 우리가 스스로를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고 쉽게 소통하기 위한 장치들을 제공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현실 세계에서 내 책상이나 공간을 꾸미고 싶은 것처럼 가상 오피스 내에서 책상 배치나 나무를 심는다거나 크리스마스 시즌에 트리를 만들거나 하는 장치들도 활용할 수 있게끔 했다.
세계관을 설정하고 활용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다. 그들이 무엇(what)을 원하고 어떤(how) 행동을 하고 왜(why) 그런 행동을 하는지 알아야 한다. BTS가 진정성 없이 세계관 자체에만 몰입했다면 지금의 BTS 가 없었을 것이다. BTS는 ARMY와의 유대감을 위해 연습생 때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ARMY와 소통했고 그들을 지지하고 있다. 모든 시상식에서 BTS가 ARMY를 언급하는 이유도 그것이다. 우리가 메타버스 서비스를 만들면서 세계관을 활용할 때도 마찬가지다. 내가 만들고자 하는 도메인에서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고 어떤 행동을 왜 하는지 진정성 있게 살펴봐야 한다. 그것을 알고 아바타, 공간과 각종 오브젝트들을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
MCU는 앞으로 나올 시리즈들을 촘촘하게 이어가면서 MCU를 즐기는 팬들에게 그들의 진성성을 보여줄 것이다. 우리는 사람들이 현실 세계에서 무엇을 원하는지 진정성 있게 살펴보고 가상 세계와 현실세계를 어떻게 연결할지를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그것이 메타버스에 매력적으로 세계관을 입히는 과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