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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용선 Dec 11. 2024

신에게는 이름이 필요하지 않다

신 또는 신적 존재에 대한 인간의 상상은 우주의 기원, 대자연의 주재자, 인격적 신의 형태로 변화합니다. 우주의 근원적 존재인 신은 ‘없음에 가까운 있음’ 또는 혼돈 또는 공허와 함께 언급됩니다. 그는 완전한 인식이 불가능한 고차원의 존재입니다. 그 다음은 하늘, 대지, 산, 바다, 강, 낮과 밤 등 자연이나 자연현상의 주재인 신들입니다. 이들은 인간의 경외심이 낳은 신들입니다. 마지막은 인격을 갖춘 신들로서, 대부분 이름과 감정과 형태가 있으며 고유한 성전이 있습니다. 이들은 인간의 상상력에 의해 ‘만들어진 신들’입니다.

근원적 존재인 신은 모든 것을, 시간과 공간은 물론 이름과 감정과 형태를 초월합니다. 고대 근동의 경우라면 엘(복수형 엘로힘), 야, 아노나이, 알라, 여호와 등이 그를 가리키는 호칭 또는 별명이었습니다. 인도에는 이슈바라(스스로 존재하는 신), 브라흐마, 관자재 등이 있고, 극동아시아 삼국은 하늘(天)을 숭배 대상을 넘어 근원적 존재를 가리키는 호칭으로도 사용했습니다. 우리말의 하느님과 하나님은 ‘하늘’에 존칭접미사 ‘–님’이 붙어 변화한 것으로서 하늘의 임금 즉 천제天帝 또는 상제上帝라고도 합니다. 

신을 지칭하는 용어나 별명이 많은데, 그것이 무엇이든지 본래 용도를 잃고 배타적인 이름이 되면 종교의 수호신으로 전락합니다. 이를테면 유대인은 고대 근동 여러 나라의 다신교 신화와 설화를 차용해서 유일신 체계로 재정립한 작품을 경전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창조주에게 이름(여호와, 예호와, 야훼 등)을 붙였는데, 그로 인해 그들의 신은 우주의 신보다는 민족수호신 성격이 더 강해지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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