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겨울날, 이른 아침 잠수교에 러닝 하러 가는 남편을 처음 따라나섰던 날이다. 평소 같았으면 잘 다녀오라며 이불속에서 손을 흔들었을 나인데, 강제 집순이가 되어 답답했던 걸까, 이날만큼은 괜히 따라나서고 싶었다. 물론 나는 다친 무릎이 안 좋다는 핑계로 운동화 대신 카메라를 챙겼지만.
손발이 꽁꽁 얼마큼 추운 날이었지만 한강 공원은 이미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어느새 남편도 그 무리 속으로 사라져 버리고 혼자 남은 나는 출렁이는 한강 물에 몸을 맡긴 채 쉬고 있는 철새들을 만났다.
'어디서 왔을까? 애기 오리도 있네. 물이 차갑지 않나 보다. 신기하네. 배는 안 고픈가? 이제 어디로 가려나. 날아다니면 어떤 기분일까? 어디든 갈 수 있으니 좋겠지?'
혼자 시답잖은 질문들을 던지며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니 지나가던 몇몇 사람들은 뭐가 있나 싶어 내 곁을 기웃거리다 이내 사라졌다.
한참을 바라본 그날 한강의 물결은 참 고왔다. 일렁임은 잔잔하면서도 깊었고, 건물에 가려 빛은 들지 않았지만 그래서 푸름이 더 짙었다. 어느 순간 그 고요한 장면 속으로 유유히 한 녀석이 들어왔다. 참으로 자유로워 보였다. 정작 녀석은 그 말의 의미를 모르겠지만. 수영 실력을 뽐내듯 내 앞을 왔다 갔다 하는 게 꼭 약을 올리는 것 같기도 했다. 가까이 왔다 재빨리 도망가기를 반복하며 힘차게 헤엄치다 잠시 쉬어가기도 했다.
가만히 앉아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저런 자유를 느꼈던 적이 언제였던지, 희미한 기억이 떠오를 듯 말 듯하다 끝내 뿌옇게 흐려져버렸다. 아마 그 기억이 꽤 멀리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다음은 언제일까? 멀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다시 자유롭게 유영할 수 있는 날이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