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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냥갑 Aug 20. 2019

삶과 일이 매쉬업 될 때

인생을 책과 매쉬업해볼까

둠치둠치둠치.... 클럽에서 힙한 음악을 듣다가 반주와 가수 목소리가 묘하게 이질감이 느껴지면서도 새롭게 느껴지는 것을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이런 걸 곡을 매쉬업했다고 하는데 mashup은 두 가지의 이상의 곡을 원래 하나의 곡처럼 믹싱 하는 음악 수법을 말한다. 예를 들어 한 곡의 반주 부분과 다른 한 곡의 음성 부분을 자연스럽게 구성하여 한 곡처럼 느껴지게 하는 것이다.


다들 콘텐츠, 콘텐츠 한다. 멋진 곡을 만들면 돈을 벌거라고, 최고의 시나리오로 연출하면 영화가 대박이 난다고, 기가 막힌 이야기로 웹툰을 그리면 대박을 넘어 전 세계를 강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영상물 덕후인 나 역시도 오랫동안 그렇게 생각해왔다.


그러던 어느 날 느닷없는 두려움이 나를 덮쳐왔다. 이야기를 소비하고 음악을 향유하며 문화를 사랑하던 나는, 쏟아지는 콘텐츠 속에서 더 이상 이 많은 콘텐츠들을 절대로 다 소화 못 시킬 것 같다는 결론에 이르며 두려움을 느끼게 되었다. 재미있고 우리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콘텐츠는 끊임없이 나올 텐데 회사와 집만 오가던 나에게 이건 위험신호였다. 낮에는 일만 하고 퇴근하면 수동적인 문화 소비자로만 머무는 생활.... 이러다가는 정말 큰일 날 것 같았다. 어느 날 갑자기 나에게 닥쳐온 두려움과 호기심이 나를 더 이상 소비자로만 머무르면 안 되고 생산자가 되어야 한다고 내 귀에 대고 조잘거렸다. '그래, 이제 나도 생산자가 되어야겠다.' 큰 결심을 하고 내 생각들을 글로 쏟아내던 중 이런 의문 한 가지가 내 머리를 스쳤다.


콘텐츠 자체가 대박을 좌우하는 걸까?



보완재와 연결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는 콘텐츠가 중요하다고 믿어버린 나머지, 필사적으로 콘텐츠를 보호하려고 한다. 대박 사업 아이템을 남들에게 들킬까 봐 전전긍긍하는 부장님처럼 말이다. 그런데 음악업계에서 우리가 이해하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 불법 음악파일이 공유되는 일에 대해 정작 가수들의 반응은 미적지근했다고 한다면 당신은 믿어지는가. 심지어 불법 다운로드가 음악 산업을 죽이고 있다는 사실에 의문을 제기하는 가수들도 있다는 데에 나는 놀라움을 금치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여기에 수입의 비밀이 숨어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15달러짜리 CD 한 장을 팔면 가수는 겨우 1달러 정도만 가져가고 나머지는 음반사가 챙긴다. 하지만 입장료가 100달러인 콘서트를 하면 가수는 자기 몫으로 관객 한 명당 50달러 이상을 가져갈 수 있다. 애초에 음악인들은 평균적으로 수입의 70퍼센트를 콘서트에서, 10퍼센트를 CD에서 얻었다. 나머지 20퍼센트는 주로 퍼블리싱에서 얻었다. - 바라트 아난드 '콘텐츠의 미래' 중에서


그렇다면 여기에서 CD와 콘서트의 관계는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CD는 콘서트의 보완재(complements)였다. 케첩과 핫도그가 서로 보완재인 것처럼 사용자가 두 가지 제품을 함께 사용하는 데서 얻는 가치가 두 제품을 따로따로 사용할 때 얻는 각각의 가치를 더한 것보다 크면 두 제품은 보완재다. 음악 파일 공유가 늘어나자 음악을 즐기는 사람이 많아졌고 그들이 라이브 콘서트장으로 걸음을 옮기게 되는 결과를 만든다. 그래서 보완재는 싸면 좋고 무료면 더 좋은 효과를 낸다. 그러니 아주 좋은 광고 효과를 내는 보완재가 무엇인지 우리는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콘텐츠의 함정에 빠지지 말고 '연결'에 집중해야 한다. 그렇다면 연결에 집중한다는 것은 어떤 걸까?

보완재의 효과를 톡톡히 본 결과인거죠?


적용하지 않고 그저 읽기만 한다면 당신은 그저 소비자


콘텐츠의 미래를 읽으면서 씽큐베이션을 떠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씽큐베이션은 보완재였다. 근데 더 소름 돋는 것은 콘텐츠의 미래를 씹어먹으며 실제로 씽큐베이션에 하나하나 적용을 시키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요새 들어 드는 생각이 책을 읽는 사람이 드문데, 있어도 그걸 체화시키려고 글을 쓰는 사람은 더더욱 드물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읽고 쓴 것을 내 일에 적용시켜 실제 내 생활의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내가 왜 이렇게 책 읽은 것을 실제로 적용해야 한다는 데에 집착을 하냐면, 찔끔씩만 읽으며 쓰지도 않고 실천하지도 않으면서 사람만 만나고 자극만 받던 시절의 이야기를 먼저 해야 할 것 같다.


커뮤니티 모임에서의 경험

커뮤니티 '오픈컬리지'는 나에게 추이대(ecotone : 두 개 이상의 서식 유형이 만나 다양한 동식물 개체가 존재하는 영역)였고 그 곳에서는 정말로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다. 그 당시 나는 퇴근 후만을 기다렸다. 처음에는 다른 사람이 열어놓은 프로젝트 중 관심 있는 분야에 수강을 했었지만 몇 번 기웃거리다가 흐지부지되곤 했었다. 뭔가 새롭고 나와 맞는 사람이 없을까 살펴보다가 '자기 프로젝트 만들기'를 해보는 수업을 듣게 되었다. 내가 프로젝트를 이끄는 주체가 되어 어떤 프로그램을 열까 고민하고 실행해보는 수업이었다.


나는 이욱정 PD의 '요리인류'에서 영감을 받은 '고메 인류'라는 프로젝트를 구상했다. 고메는 식도락가를 뜻하는 gourmet를 말한다. 각자의 소울푸드는 무엇인지 질문하는 '미식과 추억', 나라별 음식과 세계관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미식과 세계', 더욱 깊이 식자재를 탐구해보는 '미식과 식자재', 외식 문화와 문 닫는 식당들 문제를 파헤치는 '미식과 젠트리피케이션' 등등 그저 먹는 음식이 아닌 문화로 향유하는 미식에 푹 빠져있던 나는 이런 프로젝트를 구상했었다. 지금은 오래되어 잘 기억이 안 나지만 그런 프로젝트를 만들어보고 내가 뭘 하고 싶은지 고민을 했었는데 개인적인 사정으로 아쉽게도 발표 후 실제로 팀원을 모집하지는 못했다.


커뮤니티 활동이 나에게 좋은 영향을 끼친 것은 사실이지만 그 모임에 나갔다고 내가 바뀌진 않았다.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걸 하는 것 같은데 이 공허함은 뭐지?'라는 생각을 그 후로 오랫동안 했다. 그러다가 한 가지가 빠져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느끼고 새로 알게 된 것을 실제 생활에 적용하지 않았다는 사실 말이다.


다른 모임에서도 그 중심에 있는 사람이 내 인생을 바꿔줄 것 같아서 들어갔는데 사실 적용시키는 나는 없고 나와 맞는 사람, 내 얘기에 공감해 주는 사람만 찾았다. 나에게 자신이 없었던 거다. 내가 바로 서면 남이 뭐라 하든 내 할 일 하느라 바쁘니까 내 말에 동의해줄 사람을 찾을 필요 없었는데 말이다.


그 당시 나에게.......옛다 정신차리거라!!!


씽큐에서의 적용 3단계

씽큐베이션은 나에게 오아시스다. 내가 어떻게 찾은 오아시스인데 지금까지의 실수를 반복한다면 나 자신이 용납이 안될 것 같았다. 결국 배우고 느낀 것을 이용해서 내 실생활을 바꾸고 경제 활동도 한 단계 더 끌어올려야 했다. 인풋만 넣고 알고 있다고 착각하지 않는 것과 나의 아웃풋으로 만들어내야 한다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다.

체인지그라운드가 빡독과 씽큐베이션이라는 보완재를 사용하고 또 그 이상의 결과물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은 '콘텐츠의 미래'를 자신의 것으로 적용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남들이 따라 하기 어려운 그들의 길을 찾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나만의 방식으로 실제 삶에 적용시킬 수 있을까.


Lev.1 처음에는 씽큐에서 1주일 내에 제때 책을 읽고 글까지 쓰는 게 목표였다. 책을 제때 못 읽을까 봐 모든 것의 최우선을 읽는 시간 확보에 목맸다. 잠깐 시간만 나면 책부터 읽었다. 평소에는 모든 걸 하고 남은 시간에 책을 읽었는데 지금은 반드시 해야 하는 급한 일(생존과 직결된 일, 아이들 식사 등등) 이외의 시간에는 책부터 읽었다.


Lev.2 그러다가 팀원분들의 재미나고 흡입력이 있는 글을 보니 나도 저렇게 사람들에게 술술 읽히고 재미있는 글을 쓰고 싶었다. 이젠 잘 쓰는 게 목표가 되었다. 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내가 더 나아지는 게 쉽지 않듯이 내가 1주일이라는 시간 안에 할 수 있는 한계가 보였다. 더 좋은 글을 쓰기 위해 추가로 2~3권의 책을 더 읽을 수 있느냐 하면 쉽지 않았다. 그럼 지금까지 읽은 책에서 섞어야 하는데 그것마저 다독하지 않은 나에게는 쉽지 않았다. 그렇다면 좋은 글귀에 대한 나의 놀라움(우와 몰랐다. 반성한다... 그러지 말아야겠다. 이렇게 해야겠다.. 등등)이 아니라 내 경험과 적당히 매쉬업해야 했다.


Lev.3 그렇게 내 경험과 책 내용을 섞는 것까지는 어느 정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이것만으로는 안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자꾸만 컴포트 존을 벗어나고자 했다. 그러다가 문득 예전의 커뮤니티에서의 경험이 생각이 났다. 이렇게 사람들에게 영감 받고 글쓰기를 제출하고 12주가 지나가고 나면 내 일상은 다시 그 이전과 별 달라진 게 없는 허무한 상태가 될 것이다. 그럼 뭐가 달라져야 할까. 내 실생활이 바뀌어야 한다. 글 쓴 것을 바탕으로 적용시켜야 한다. 안 그러면 그냥 글 12개와 좋은 팀원들과의 추억만 남는다. 12주간 책 12권 읽었다는 뿌듯함과 자의식만 더욱 높아진 변함없는 내가 남아있을 수 있겠다는 두려움이 일었다. 이젠 내 생활에 어떻게 적용시키느냐가 관건이었다. 그게 전부다. 그걸 안 하면 그냥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속 주인공처럼 현실은 트레일러에 살면서 가상현실 속에서만 내가 원하는 모습인 거다. 그러고 싶지 않았다.


계단 앞에서 멈춰서서 생각만 하는 건 이제 지겹다. 그냥 할랜다!


내 생활에는 어떻게 적용할까

최근에 구글 애드센스 승인이 떨어져서 티스토리에 광고가 붙기 시작했다. 두 번 떨어진 후 마음을 비우고 있던 상태에서의 승인이라 얼떨떨하기도 했다. 승인이 되기 전과 된 후의 마음 상태가 다르다는 데에 또 한 번 신기했다. 승인만 된다면 다 이루어질 것 같았는데 그렇지 않다. 어떻게 하면 양질의 정보를 잘 가공해서 나에게도 도움이 되고 읽는 사람에게도 도움이 될 것인가를 고민하게 되었다. 글을 지속적으로 쓰면서 '콘텐츠의 미래'에서 말하는 콘텐츠가 아닌 연결을 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내 글이 native ad(자연스럽게 콘텐츠 내용에 녹아들면서 그것만으로도 좋은 정보를 제공하는 광고)로써의 가치가 있어야 한다. 내가 공부하는 것들(간이 콩알만 한 사람의 돈 공부, 창업, 앱 만들기 등)을 아웃풋으로 정리하면서 책과 매시업을 하는 방법으로 말이다. 차별화를 하려면 좋은 것을 다 갖다 붙이는 것이 아닌 자신에 대해 더 깊이 알고 덜어내야 한다.


데이비드 버커스의 책 '친구의 친구'와도 연결고리가 보인다. 읽고 쓰고 적용하고 연결한다. 나의 삶이 책과 경제활동과 영감을 주고받는 사람과 매쉬업이 된다. 그리고 그게 하나의 아름다운 선율로 세상에 또 하나의 떨림을 안겨 줄 수 있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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