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누워만 있고 싶은 사람들에게
사람들은 편한 걸 좋아한다. 한번 편한 걸 맛봐버리면 과거로 돌아가기가 더욱 힘들어진다. 넷플릭스 30일 무료 사용을 거친 후에 탈퇴를 한 사람이 드물듯이, 유튜브 프리미엄을 쓰면 안 쓰던 때의 불편은 상상하기도 싫어지듯이.
우리는 건강을 위해서 운동을 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그 습관을 유지하기 힘들어한다. 그건 우리의 의지가 약해서도 아니고 그게 너무나도 힘든 작업이기 때문이다. 한없이 누워있고 싶은 몸을 일으켜 추운 날씨에 달리러 나간다는 건 미친 사람들만 가능하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얼마나 독하길래...'라는 마음마저 들 때가 있다.
오늘 나 역시도 그동안 잘도 유지해왔던 매일 4킬로 달리기에 현타가 오고야 말았다. 매일 이렇게 달린다고 내게 엄청난 체력이 갑자기 생기는 것도 아니고 영어랑 스페인어 공부하고, 책 읽고 글을 쓴다고 당장 돈이 떨어지는 것도 아닌데 왜 이런 일을 매일 하고 있지 조금은 슬퍼졌다. 그러다가 어제 펼친 책의 한 구절이 생각이 나면서 정신이 번쩍 드는 것을 느꼈다.
멍게라고도 불리는 우렁쉥이는 빛을 감지하는 안점, 중력을 감지하고 균형을 잡을 수 있게 해주는 이석뿐만 아니라 뇌신경절이라 불리는 작은 뇌를 갖고 있다. 어릴 적 우렁쉥이는 바다를 자유로이 헤엄치며 자신이 뿌리를 내리고 살 만큼 영양분이 풍부한 장소를 찾아다닌다. 적합한 장소를 찾으면 자리를 잡고 물결에 쓸려가지 않도록 몸을 바닥에 단단히 붙인다. 그리고 평생 동안 식물처럼 물속의 영양분을 걸러 먹으며 살아간다. 그런데 우렁쉥이는 자리를 잡을 때 흥미로운 변신을 한다. 자신의 뇌를 흡수해버리는 것이다. 뇌는 더 이상 필요 없는 것처럼 말이다. 케임브리지 대학의 신경과학자인 대니얼 월퍼트와 동료들은 신경학적으로 보았을 때 우렁쉥이를 통해 뇌의 존재 이유를 알 수 있다고 했다. 더는 움직일 필요가 없어진 우렁쉥이가 뇌를 흡수해버렸듯이, 뇌는 신체의 움직임을 위해서 존재한다는 것이다. - <일취월장> 중에서
우리는 결국 편리함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 경제적 자유를 누린다면 맛있는 거 먹으며 누워서 온종일 유튜브랑 넷플릭스 보면서 쉬어도 질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상황을 상상했을때, 평생 동안 식물처럼 물속 영양분을 걸러 먹으며 살아가는 우렁쉥이의 모습이 떠올랐다. 뇌가 점점 퇴화되는 우렁쉥이 말이다.
우리는 어쩌면 점점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그럭저럭 목숨은 부지하고 살만한 세상 속에서 길들여지고 있는건지도 모른다. 수명도 더 늘어나서 살날도 많은데 몸의 기능뿐만이 아니라 뇌의 기능마저 점점 더 퇴화되고 싶지 않았다.
더 많은 행복과 즐거움, 더 많은 풍요로움을 누리기 위해 우리는 열심히 돈을 번다. 경제적 자유를 위한 수익화를 끊임없이 고민할 뇌가 잘 돌아가려면, 우리가 해야 하는 첫 번째 일은 무엇인지 이제 명백해졌다는 생각이 든다. 더 많은 시간을 일하고 더 적게 잠을 자는 게 아니라, 더 많이 내 몸을 움직여야 한다. 그 좋은 습관을 유지하기 위해 주 3일보다 더 쉬운 '매일'이란 선택을 해야한다. 그리고 그 선택을 오래 유지하기 위해서 나는 <저질 체력 씹어먹기>라는 환경설정을 만들어 사람들과 '함께' 해내고 있다.
사실 오늘의 나도 운동이 하기 힘들었지만 결국 해낸 이유의 8할은 내가 리더이기 때문에 '안 할 수가 없어서'다. 좋은 습관을 유지하려면 나 자신을 '기분 좋은 책임감' 속에 넣어두어야 한다. 함께 하고 싶은 분들은 언제나 환영이다. 어차피 이 프로젝트는 내가 살면서 쭈욱 지속할 것이기 때문이다.(내가 수명을 달리해야지만 끝나는 프로젝트ㅋㅋㅋㅋ) 나는 외국에서 한달살기를 하더라도, 오랫동안 휴가를 가더라도 이 운동습관은 유지할 것이다. 해변에서 노을을 느긋하게 보는 게 더욱 달콤하려면 아침에 해변을 달리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걸 나는 안다. 그게 나의 휴가 고정 일정이 될 거라는 것 또한 나는 안다. 그런 의미에서 습관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서 'Habit'(웬디 우드, 다산북스)을 주문했다. 제임스 클리어의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을 뛰어넘을 것인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