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명도 어찌 보면 '브랜딩'의 일환이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별명이 없었다. 이름이 흔하지 않은 외자여서이기도 했고 내가 특출 난 무언가 하나를 잘하지 못한 탓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어찌 보면 어린 시절 별명이 있는 아이들은 자기 '브랜딩'에 성공(?) 한 것이다. 나쁜 별명이라면 상처가 되겠지만 친근한 별명이 붙는다면 실명을 부르는 것보다 더 가깝게 느끼고 더욱 많은 이들과 친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기도 하니까.
지금의 내가 사람들에게 어떤 사람으로 보이고 있는지 누군가가 나에게 물어본다면 지금은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나의 이름 뒤에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열정 방화범'이다.
열정 방화범
열정이라는 말이 어찌 보면 닭살 돋고 오글거릴 수도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처음에는 그랬고 열정 부자라는 게 나에게는 그렇게 칭찬으로 들리지 않았다. 실력 없이 열정만 있는 걸 가장 경계했었고 열정이 있다는 말은 어찌 보면 냉정하게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못한다는 걸로도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커뮤니티 활동을 하면서 자기소개를 해야 하는 자리가 많아지다 보니 셀프 브랜딩의 일환으로 '꺼지지 않는 열정, 열정계의 성화봉'이라는 캐치 프레이즈를 낯 붉히며 말하고 다녔다. 사실 캐치프레이즈를 만들어야겠다 생각한 것도 모임에서 긍정 에너지가 넘치고 실행력이 어마어마한 분께서 항상 자신을 소개할 때 긍정을 강조한 캐치프레이즈로 인사를 하는 걸 본 이후부터였다. 나는 어떤 사람일까. 어떻게 나를 소개해야 할까를 오랫동안 고민했다. 하지만 나는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기 어려웠다. 가장 가깝고 항상 곁에 있어서 더 알 수 없는 존재가 나에게는 '나 자신'이었다.
그러다가 리더들의 독서모임 '리더 독'에서 리더들끼리 서로의 강점에 대해 이야기해주는 시간이 있었다. 그때 동료들이 나에게 얘기해준 게 아래 내용들이었다.
- 꺼지지 않는 열정, 열정의 화신, 올림픽 성화, 꺼지지 않는 횃불
- 거의 뭐 인류 최초의 불이라고 볼 수 있다(ㅋㅋㅋㅋ이건 뭐야 ㅋㅋㅋ)
- 실행력이 좋은 것 같다
- 실행력도 좋지만 계속하는 힘, 꾸준함, 지속력이 대단한 것 같다
- 푸시 걸, 남에게 뭔가를 하게 하는, "잘 될 거 같은데? 나는 머릿속에 그려지는데? 얼른 해"라며 푸시하는 (ㅋㅋㅋㅋㅋ)
- 본인이 실제로 믿어서 그렇게 말하는 게 느껴진다.
- 다른 나라에서의 경험들이 많아 글로 쓰지 않은 자기 스토리가 많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걸 조금씩만 풀어서 아쉬웠다. 여러 나라(일본, 중국)에서 생활했던 경험이 다른 사람은 해보지 못했던 거니까. 거기서 힘들었던 게 아니라 재미있었다고 했었으니. 그런 게 독특한 자기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 여러 나라의 말을 할 수 있다는 것. 관련된 것들로 뭔가 해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 언어를 많이 알면 그만큼 알 수 있는 범위가 확장되는 것이니까.
- 언어를 할 때도 그 나라 문화에 관심이 있으니까.
- 예를 들어 한 테마에 관해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다르게 생각할 거 아니냐. 그런 것도 콘텐츠가 될 수 있고(나라마다 친구라고 생각하는 경계선 등등) 경험을 녹여서 콘텐츠화 가능
- 본인이 열정이 기본적으로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리딩 할 수 있는 스킬을 키워서 내 열정이 좋은 영향을 줘서 따라올 수 있게 만드는 걸 연습한다면 좋은 리더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 스토리도 있다(아이들 양육,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데 노력으로 올라오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는 것도 좋은 스토리고)
- 글이 유일한 벗이었다. 그러다가 좋은 동료를 만났다 등등의 스토리
- 부모님과의 갈등을 봉합해본 경험을 스토리로 녹여내도 좋을 듯. 그런 경험을 하는 사람이 분명 많을 것이다
- 열정이 쏟아져 나올 수 있는 출구가 있다는 게 좋다. 글 쓰기 등등
- 유튜브 스트리밍을 한 계기로 영상도 해봐도 좋을 것 같다(이거 11월 16일에 들은 이야기인데 12월 1일부터 시작했다.이젠 영상 매일 찍기가 습관이 되었다. 나의 실행력 칭찬해애..)
- 달리기도 꾸준히 하고 있고 아... 진짜 꾸준하시다... 열정이 이렇게나 많은데 이 열정이 꾸준하기가 진짜 쉽지 않은데..(감탄이 엄청 느껴져서 너무 감사했음 ㅠㅠㅠ)
- 매일 하는 게 쉽다. 관성때문에.
- 프로젝트하다가 종결된 게 있는지. 달리기도 이쯤 하면 된 거 같다고 생각하는 지점이 있는지 물어봄(나의 대답은 없다고 함. 죽어야지만 끝나는 매일 달리기 ㅋㅋㅋㅋㅋㅋ) 오로지 확장만 있는 꾸준함.
- 잠을 가장 기본으로 생각하고 잘 잠
- 지금까지 듣고 보니 열정 부자보다 내재적 동기를 잘 설정하는 듯. 지속력 측면에서.
- 자기가 잘하면서 관심 있는 분야를 하나를 잡아서 개발시켜야 할 것 같다 - 내 관심사로 (미식, 오픈 다이닝, 소울푸드)
- 꾸준히 해보다가 주변 반응도 보고 집단의 인정도 중요. 드러내면서 테스트하는 게 중요
내가 나에 대해 대외적으로 강조하고 싶은 4가지를 생각해보니 언어를 씹어먹는 사람, 유머러스한 사람, 다양한 문화와 콘텐츠를 아우르는 사람, 꾸준함이 확장되는 사람이었다. (글을 쓰고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은 기본이고 수단이니까 강조하는 요소에서 빠졌다)
이 글을 쓰면서 과거 이야기도 돌아보고 나의 1달간의 변화도 돌아보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동료들의 질문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를 몰아붙였다는 걸 알게 되었다. 자기소개를 남들앞에서 하는게 겁이 났었지만 자꾸 자기소개를 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니까 자기소개가 갈고닦아졌다. 그리고 내가 관심있는 분야로 하나를 잡아서 개발시켜야 한다는 얘기도 듣게 되었다. 그 하나의 주제가 미식이었는데 미식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로 하고 싶냐는 질문을 듣고나니 지금처럼 오픈 다이닝에 대한 나의 목마름에 도달할 수 있었다. 결국 이때의 질문들이 최근의 공간 계약을 이끌어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가 사람들에게 어떤 사람으로 보여지고 있는지 궁금하다면 자신의 강점을 더 잘 알아야 할 것이고 신뢰할 수 있는 동료들에게 의견을 물어볼 수 있다면 정말 더할나위없이 행복할 것이다.
정말 더할나위없이 행복한 하루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