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성냥갑 Jul 17. 2019

잃을 준비되셨습니까?

저는 상상하기도 싫은데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고 믿고 있던 한 중학생 아이가 있었다.


  연봉 10억을 꿈꾸며 좋은 대학교에 가고 유학도 갔다 오면 좋은 직장에 취직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아니 회사에 다닌다는 선택지밖에 머릿속에 없었으면서 연봉 10억을 꿈꾸는 것 자체가 현실감각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 지금 생각해도 낯 뜨거운 근거 없는 자신감이 아닐 수 없다. 실력도 없는데 막연한 긍정을 가지고 살았던 나의 과거가 이젠 얄밉기까지 하다. 아니 어찌 보면 안쓰럽기도 하다. 제대로 된 의식적 노력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무작정 '무언가'만 해댔으니 안쓰럽다는 말이 어쩌면 맞을지도 모른다. 그런 나였지만 과거의 나에게 칭찬해주고 싶은 한 가지가 있다. 고등학생 때부터 글쓰기에 재미를 붙인 일이었다. 그것조차 안 했으면 어쩔 뻔했을까. 지금도 나는 내 가슴을 쓸어내린다. 글쓰기마저 없었다면 나에게는 무엇이 남았을까.


  만나는 사람마다 글쓰기는 누구든 할 수 있다고 얘기를 하고 다니지만 그걸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적다. 아마도 내 주위에 있는 사람 중에 책을 좋아하는 사람도 적거니와 그중에서도 글쓰기에 대한 자신감이 있는 사람이 적어서일 것이다. 그 얼마 안 되는 이들을 또 나누면 글은 잘 쓰고 싶지만 잘 쓸 자신이 없는 사람과 글쓰기의 필요성에 대해서 별 감흥이 없는 사람으로 나뉠 수도 있겠다. 나는 글쓰기에 자신감도 없었고 책도 안 읽었던 나의 과거를 얘기하며 이런 나도 글쓰기에 재미를 붙였는데 그렇다면 '누구든'할 수 있는 거라며 열변을 토하지만 내 말이 그들에게 닿는 일은 거의 없다. 나의 설득 방법이 미흡한 걸 수도 있고 아무리 좋은 것도 남이 추천하면 괜히 반발심이 드는 사람의 기본적인 습성 때문일 수 있다. 좋은 걸 강요하는 게 나쁜 걸 강요하는 것보다 더 나쁘다고 하던데... 전도하는 분들도 이런 답답한 마음이겠지 싶다. 나는 종교가 없지만 전도하는 분들 때문에 특정 종교에 피로감을 느꼈던 경험이 있기에 알 수 있다. 그분들이 안 그런다면 내 마음이 동할 때 궁금해서라도 기웃거릴 수도 있을 텐데 그런 '적극적인' 행동들 때문에 나의 마음은 더 짜게 식어버린다.


  글쓰기 얘기하다가 갑자기 삼천포로 갔지만 어쨌든 글쓰기를 누구든지 할 수 있다는 걸 설득하는 데에 나는 벽에 부딪히고 있었다. 나는 방법을 바꿀 필요가 있었다. 뭘 하면 좋다더라는 모두가 얘기하는 방법이지만 이걸 안 하면 이런 손해를 본다더라라는 접근법이라면 어떨까.


사람들의 행동을 수정하게 만들고 싶을 때, 행동을 바꾸면 얻게 되는 이득을 강조하는 것이 나을까, 아니면 행동을 바꾸지 않으면 겪게 되는 손실을 강조하는 것이 나을까? (중략) 사람들은 이미 현재 상태에 만족하기 때문에 변화로써 얻는 이득에 솔깃해하지 않고 멈춤 장치가 작동한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변하지 않으면 어떤 나쁜 일들이 일어날지 강조함으로써 현재 상태를 불안정하게 만들어야 한다. (중략) 바꾸지 않으면 분명히 손실을 겪는다고 생각하면 동력 장치가 작동하게 된다. - 애덤 그랜트 '오리지널스' 중에서


  나는 당신이 글쓰기에 재미 붙였으면 하는 절실한 마음에 당신이 글을 쓰지 않는다면 잃게 되는 것들에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1. 시간을 길에 버리게 된다

  매일 꿈속에서 일어났던 일을 선명하게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까? 깊이 잠들지 못하는 사람의 경우 그럴 수 있지만 대부분 우리는 꿈을 꾸지만 그것들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런 것처럼 우리 머릿속에 떠오르는 좋은 아이디어, 다짐들은 허무하게 휘발되고 있다. 그것도 그런 일은 매일 일어난다. 책을 아무리 다독해도 글을 쓰지 않으면 우리는 그것을 이미 읽었다고만 생각하지 구체적인 내용들이 뇌의 장기기억으로 넘어가지 않는다. 그래서 책을 많이 읽었다고 생각하지만 우리의 삶은 변하지 않는 것이다. 읽었던 책을 또다시 읽어도 다시 휘발된다. 날아가버리는 것을 막지 못한다면 우리는 시간을 버리는 게 된다. 휘발된 생각 때문에 우리가 얼마나 많은 실수를 또다시 반복하고 있는지 생각해보면 소름이 돋을 정도다. 휘발되려는 것들을 잡아두지 않는다면 우리는 더 많은 시간을 길에 갖다 버리는 꼴이 될 것이다.


2. 기회를 잃는다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아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나 자신을 잘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조차도 그렇다. 토드 로즈의 '평균의 종말'에서도 나왔듯이 우리는 맥락과 시간에 따라서도 다른 역량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내가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기록하는 것이다. 내가 어떤 상황에서는 이런 감정을 느꼈고 이런 일을 겪었을 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는 걸 적어보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깊이 아는데 도움이 된다.


  그렇다면 자신을 잘 알지 못했을 때 발생하는 손실은 무엇일까. 내가 누구인지 모르기 때문에 자신의 장단점을 몰라 내가 어떤 곳에 제대로 쓰일지 알 수 없다. 즉 실력 발휘를 제대로 못한다. 자신의 강점을 더 키울 수도 없다. 어떤 기회가 와도 '나는 그 일이 잘 맞지 않았잖아'라며 걷어차버리는 실수를 범할 수도 있다. 아.... 나 자신이 누구인지 몰라 나의 기회를 갖다 버린다면 나는 나에게 얼마나 아까운 짓을 하고 있는 걸까. 사람들이 돈 들여 가며 수업을 듣는 자소서, 논술학원 모두 결국 쓰는 것이다.(학원가서배우라는 얘기가 절대 아니다. 난 오히려 반대한다. 단발적으로 기술을 익히지 말고 재미를 느껴야 오래 지속할 수 있다. 그리고 꾸준히 지속한다는 것은 강력한 무기다.) 제대로 나에 대해 어필하지 못해 대학에도 떨어지고 좋은 직장에도 떨어지는 것이라 생각하면 가슴이 철렁하지 않은가.


3. 인간관계를 망친다

  감정조절을 잘할 수 있는 이가 있다면 이미 성인군자이거나 AI일 가능성이 크다.(어떤 사고로 최첨단 인공지능 칩을 뇌에 심은 사람일 수도.... 미안합니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 감정의 노예가 된다. 그런 감정이 가라앉기를 기다리거나 다른 방식으로 스트레스 해소를 한다. 얼마나 많은 감정의 소용돌이 때문에 우린 일을 그르치고 있는 걸까. 감정조절이 된다면 우린 더욱 생산적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감정 표출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할 때조차(기분은 풀리겠지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감정 표출을 한 뒤 기분이 풀릴수록 더 공격적으로 변한다. 자신을 혹평한 사람들뿐만 아니라 무고한 사람들에 대한 공격성도 높아진다. (중략) 감정 표출 방법이 지닌 가장 근본적인 문제점 가운데 하나는 부당한 짓을 저지른 가해자에게 지나치게 집중한다는 점이다. 자신에게 부당한 사람을 생각할수록 복수심에서 더욱더 폭력적으로 대응하게 된다. - '오리지널스' 중에서


분노를 생산적으로 해소하려면 가해자가 끼친 해악에 대해 감정 표출을 하게 하는 대신, 그 해악으로 고통을 겪은 희생자들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중략) 불의에 희생된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추면, 권위에 도전해 진실을 외칠 동력을 얻게 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 '오리지널스' 중에서


  감정표출이 도움이 되지 않는 거라면 생산적인 분노 해소를 위해 우리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분노를 일으킨 당사자가 아닌 피해를 입은 대상에게 초점을 맞추면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 대안이 떠오를 것이다. 그렇지만 감정조절이 안될 때는 이런 식으로 머리가 돌아가지 않는다. 그걸 가능하게 하는 것이 머릿속에 일어나는 생각들을 객관화시켜서 글자로 옮기는 일이다. 이걸 하기 귀찮아서 우리는 많은 시간을 감정이 우리를 흔들어서 다른 더 중요한 일을 못하도록 방치하고 있다. 인간관계가 지금보다 수월하다면 우린 더 많은 시간을 즐거운 일에 집중하며 보낼 수 있다.


4. 돈을 잃는다

  시간을 버리면서도 우린 별 감흥을 느끼지 못한다. 눈에 보이지 않고 당장 나에게 손해를 주지 않는 것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돈이라면 눈이 번쩍 뜨인다. 그래서 시간을 버리면서까지 공짜 행사품을 얻기 위해 긴 줄을 서거나 응모 당첨을 위해 손가락을 분주히 움직이곤 한다. 내가 얘기하고 싶은 것은 글을 쓰지 않으면 진짜 돈을 잃고 있다는 것이다. 글쓰기가 재미있어서 나의 취미가 된다면 나이가 들어서 타자칠 힘만 남았을 때도 경제활동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걸 지금 당장 하지 않는다면 여든이 되어서 무슨 자신감으로 '이제부터 나의 자서전을 써볼까나? 나의 인생도 참 드라마지.'라며 글을 쓸 수 있을까. 장담하건대 글쓰기가 재미있지 않으면 쓰기 정말 힘들다. 고역이고 고문이다. 차라리 쥐꼬리만 한 연금을 아껴 쓰면서 노후를 보내는 게 낫지 굳이 머리 아프게 글을 쓰겠다는 마음은 들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 미래의 돈벌이를 잃기 때문에 돈을 잃는다고 말한 것이다. 당장의 일이 아니니까 와 닿지 않는다면 지금 당신의 연봉은 어떨까. 기록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나의 연봉이 차이가 나고 더 많은 기회를 걷어찬 게 된다면 억울하지 않은가.




고작 문자들의 나열인 것만 같겠지만 우린 그걸 쉽게 하지 못하고 있다. 즐긴다는 건 더욱 쉽지 않아 보인다. 글을 쓰면서 나는 나의 감정을 돌아봤고 감정을 다스릴 수 있었다. 시간을 얻었고 잃을 뻔한 돈을 얻었다. 그리고 글을 쓰고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누기 좋아하는 사람들과 만나는 기회들을 얻었다. 또한 그들과의 피드백을 통해 더 발전할 수 있었다. 기존의 관계를 망칠 뻔한 상황을 잘 이겨냈고 나를 사랑하게 되었다. 이 모든 것을 잃는다는 게 상상이 되지 않는다.


지금 나의 글이 부족할 수도 있고 당신을 설득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글쓰기가 너무 즐겁다. 글 쓰는 게 힘들지 않다. 내가 쓴 글을 읽고 또 읽고 또 고쳐나가면서 더 술술 읽히게 될 때 희열을 느낀다. 내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이 즐거움이었던 것 같다. 나는 이 즐거움을 가지고 있기에 내일이 기대되고 앞으로 더 성장하게 될 내가 기대된다. 내 마음속 가득한 충만함을 시각적으로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을 정도다.


이 즐거움을 잃는다면 나는 견딜 수 있을까? 견디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글을 쓴다. 그리고 또 다른 성장으로 이동 중이다. 지금까지 글쓰기가 즐겁고 글쓰기에 중독되었다면 이제는 머릿속 생각을 행동을 옮기는 것을 나의 즐거움으로 삼으려고 한다. 이 글은 나의 지금까지의 이야기이자 실천의 즐거움을 느끼게 될 앞으로의 나의 예고편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