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그린그래스는 역시 긴장 가득한 시퀀스에 강하다. 절대강자도 절대약자도 없고, 절대악자나 절대선자도 없다. 주인공과 그와 대립하는 인물들 사이에는 복잡한 감정이 흐른다. 서로를 이해하기도 하고 이해관계에 의해 서로를 해치기도 하고 그런 와중에 서로를 신경쓰고 위하기도 한다. 이것이 폴 그린그래스의 영화들이 장르 영화이면서도 여타 장르영화를 넘어서는 이유일 것이다. 이런 복잡한 감정들이 엮이면 두 인물 간의 갈등 상황이 되었을 때 예측이 어려워진다. 그리고 단순히 주인공만을 응원하지 않게 된다. 즉, 보는 이도 인물들을 향해 복잡한 감정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장르의 법칙대로 가다보면 관객은 자연스럽게, 무의식적으로, 결국은 주인공이 승리 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이것은 주인공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의 긴장감을 축소시킨다. 어차피 나쁜놈은 죽고 착한 놈은 살거며 나쁜놈은 죽어 마땅하기 때문이다.
그래. 폴 그린그래스의 영화는 진지한 말들을 쏟아내면 안된다. 7월 22일을 보고 조금 실망한 내 마음을 이 영화가 가득 보듬어주었다. 액션 장면 속 긴장을 극대화 시키는 핸드헬드와 편집은 폴 그린그래스가 최고 인 것 같다.
그리고. 톰 행크스. 아. 톰 행크스. 그의 모든 영화를 다시 보고 싶게 만드는 이 놀라운 연기. 과장되지 않고 세밀하며 강인한 것 같으면서도 결국 여느 인간처럼 나약하기도 한 그 복잡한 면모를 너무 쉽고 담백하게 보여준다. 비결이 뭘까. 촬영 현장에서 일을 할 때 배우의 연기를 눈 앞에서 보고 말 그대로 소름이 돋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아. 저런거구나. 배우들은 정말 어떤 의미에서 경이롭구나. 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게 꼭 감정을 표출해야하는 씬이라 그런 생각을 한 건 아니었다. 다리 역할을 하는 평범하고 무난한 씬에서도, 쉬는 시간에 잘 쉬다가 갑자기 인물에 몰입하고 그러다 애드리브도 하는 그런 모습이 참 놀랍고 신비했다. 그런데 이 복잡한 인물을 이렇게 단순하게 과장없이 연기하는 톰 행크스의 연기를 눈 앞에서 보면 어떨까. 게다가 영화는 시간 순대로 연기를 하는 것도 아닌데, 어쩜 이렇게 섬세한 연기를 담백하게 할 수 있는건지. 화면으로 편집이 완벽하게 된 영화를 봐도 이렇게 놀라운데 그걸 눈 앞에서 본다면. 와.오.와.오.으으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