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누굴 걱정하는건지.
주노의 두살
오늘은 휴가인 님이 아이를 찾으러 다녀왔다. 이곳은 알림장 같은 것이 없고 아이를 찾으러 갈 때마다 선생님께서 아이가 무얼하고 놀았는지 낮잠은 몇시에 잤는지 등을 간단하게 알려준다. 주노가 어린이집에서 잘 보냈는지 궁금했던 나는 님에게 선생님이 어떤 말씀을 해주셨는지 물었다.
오후에 운동장에 조그마한 수영장을 설치해주고 아이들에게 놀라고 했는데 주노는 그걸 거부하고 혼자 교실에 들어와 책을 보며 놀았다고 했다. 왠만한 아이들은 다 좋아하는 물놀이를 마다했다니.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주노의 사회성 걱정이었다. 주노는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 노는 곳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공이 가득한 풀장. 아이들이 바글바글한 미끄럼틀에는 절대 가지 않는다. 주노는 그럴바에야 혼자 노는 것을 선호한다. 멀리 아이들 무리가 보이면 다른길로 발을 돌렸다. 이 성향이 어디서 왔겠는가. 그렇기에 나는 주노의 성향을 이해했고 굳이 아이들 사이에 끼어서 놀라고 권유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나의 부모님이 수줍고 혼자 노는 걸 좋아하는 나에게 만날 저기가서 애들하고 좀 어울려 ! 하고 등떠미는게 싫었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한참 자기 PR의 시대라며 자기 PR을 못하면 낙오자인것처럼 말하던 때가 있었는데 그 때도 수줍은 내게 어찌나 밖으로 나설것을 강요하시던지. 쉽지가 않았다.
그렇다고해서 내가 할 일 못하고 산 것도 아니었다. 나는 살면서 하겠다고 한 일은 시간은 좀 걸려도 대부분 해내며 살았다. 거기에는 외향성이 필요한 일도 많았다. 나는 다만 혼자서 시간을 보내며 에너지를 충전하고 정적인 것들을 선호하는 사람이다. 살아보니 거대한 인맥은 가질 수 없는 팔자이지만 그래도 나름 애쓰며 눈에 안 띄게 잘 살 수 있는 사람인 것이었다. 한때는 세상이 하도 외향적인 성향만이 긍정적인 것처럼 말해서 바꾸려고 많이 노력도 하고 나는 왜 사람을 사귀고 어울리는게 어려울까, 나는 왜 말수가 적고 조용할까 고민도 해봤지만 그건 쓸데없는 일이라는 걸 알았다. 나의 생김새를 인정하고 거기서 장점을 찾아 즐기는 것이 내 정신건강에도 좋고 진짜 내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이었다. 그렇다. 내게는 이 사고가 통했는데, 주노가 같이 노는 걸 거부하고 혼자 놀았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모순되게도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주노는 어린이집에 좋아하는 친구가 없나. 어린이집 생활이 싫은가. 이렇게 친구들이랑 어울리는게 어려워서 앞으로 어떡하지. 주노가 마음이 많이 힘들겠네.
순간 참 어리석은 생각들을 했다. 주노는 주노 생긴대로 노는건데 말이다. 만날 먼저 책 들고 와서 무릎에 턱 ! 앉으며 책을 읽어 달라고 하고, 매달 구독하는 아기 잡지가 도착하면 너무 좋아하면서 십분이고 글자도 못 읽는 애가 그렇게 책을 보는데. 물놀이보다 시원한 실내에서 책 읽는게 더 좋을 수도 있지. 사실 나라도 그 선택을 했을 것 같긴 하다. 역시, 넌 내 아들이다.
자식 이야기가 되면 사람이 더 예민해지고 뇌가 비이성적이 되는 것 같다. 당연한건가. 좀 더 여유있게 상황을 보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그러면 아이를 더 잘 관찰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더 잘 도와 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