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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넘어파 Dec 29. 2023

새벽 3시, 부자아빠의 기상시간

장인어른께 100억 상속받기 5화

새벽 3시.


나의 부자아빠, 장인어른께서 눈 뜨는 시간이다. 알람 시계 따윈 필요 없다. 기상하시면 물을 한 컵 마시고 거실에서 신문을 읽으신다. 신문을 다 읽으신 후 골프 방송을 켜신다. 나긋한 해설사의 목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눈을 감고 명상하신다. 소파에 누워 눈을 감은 자세로. 다시 주무시는 걸까. 장인어른께서는 주무실 때 코를 고신다. 코 고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걸 보니 명상하시는 게 분명하다.


명상하시면서 무슨 생각을 하실까? 여쭤본 적은 없다. 극극극 J성향인 장인어른께서는 그날의 일정에 대해 생각하실 것이다. 회사의 앞날을 계획하고 자신이 인생계획서의 이정표를 따라 잘 가고 있는지 점검하시리라.


5시 30분쯤,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하시고 6시가 좀 넘으면 집을 나서신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서 교통체증을 피하려면 남들과 다른 시간에 움직여야만 한다. 도로에서 시간 허비하는 걸 극도로 싫어하시는 장인어른께서는 늘 먼저 움직이신다. 허둥지둥이란 단어는 있을 수 없다. 


@ pixabay





여자친구 아버지와 늦은 밤까지 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 그날 밤. 나는 오래도록 잠들지 못했다. 뒤척였다. 새벽에 아버님께서 일어나신 기척이 들려 거실로 나갔다.


"굿모닝"


'굿'이라고 하기엔 너무 뒤척였고, '모닝'이라고 하기엔 많이 이르다.


"안녕히 주무셨어요." 


아버님께서는 뜸 들이지 않고 바로 어제의 대화를 이어간다. 당혹스러운 두 번째 질문.



"부자를 리스펙하니?"



당시, 나는 사업에 성공한 사람들이 쓴 자서전을 읽으며 가슴이 뜨거워지던 때였다. 그럼에도 자신 있게 부자를 존경한다고 말하는 게 왠지 어색했다.


"사람들은 부자가 되고 싶어 하면서도 부자를 존경하지는 않아."


"어떤 면에서는 경멸해. 뭔가 옳지 않은 방법으로 부를 축적한 탐욕스러운 사람이라고 속단하지."


"나도 젊어서 어려운 시절을 보낼 때,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어."


"평일에 골프 치는 사업가들을 보며 나라를 망치는 좀벌레라 생각했지. 노동의 가치를 짓밟고 돈을 함부로 쓰는 사람들인 줄 알았어."


"근데, 내가 평일에 골프 치는 사람이 되었네. 평일에 골프 치는 사업가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근로자들의 노동을 착취하여 얻어낸 돈으로 골프나 치면서 펑펑 돈 쓰는 사람들일까?"


"절대 그렇지 않아."


"사람을 기차에 비유하면 기관차와 객차로 나눌 수 있어."


"기관차는 동력을 발생시키며 선두에서 달리지. 기관차는 객차를 이끌기 위해 비바람과 역경을 뚫어내야 해.

 ~임에도 불구하고 해내야만 하는 사람들이야."


"객차는 따라만 가면 돼. 수동적이고 편하지.

~ 때문에 하는 사람들이야."


"부자들은 기관차야. 무너진 집안을 일으키기 위해, 가족들을 가난에서 건져내기 위해, 직원들의 생계를 지키기 위해 처절하리만큼 치열하게 살아가는."


"부자의 몸은 자신의 것이 아니야. 가족들, 직원들의 것이지."



가족들, 직원들이
사람답게 살게 하기 위해
 
부자는
사람이길 포기하며 살아.



"훈이가 어떤 인생 목표와 계획을 갖고 살아가는지 모르겠으나 돈과 부자를 존경하길 바란다."


"많은 사람들이 앞으로 닥칠 어려움을 생각하지 않아. 지금의 젊음이, 건강이, 수입이 영원할 거라 착각하지."


돈은 아플 때 약이 되고

돈은  배고플 때 일용한 양식이 되고

돈은 추위를 막아줄 따뜻한 거처가 되고

돈은 너의 아들, 딸이 배우고 싶어 할 때 학비가 된다.


"부자가 되면 너를, 너의 가족을, 너의 사회를 지키는 든든한 요새가 될 수 있어."


"부자가 되는 출발점은 돈과 부자를 존경하는데서 시작되는 거야."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부자아빠 장인어른께서는 3시에 기상하신다. 신문을 읽고 골프 해설가의 나긋한 목소리를 배경 삼아 눈을 감고 되뇌시겠지. 오늘도 힘차게 달리자. 가족과 직원을 지키기 위해.





여자친구와 데이트를 한 건지, 여자친구 아버지와 데이트를 한 건지 헷갈리는 그날 이후로도 여자친구 어머니께서는 꽤 오래 병원에 계셨다. 여자친구도 한 동안 어머니 곁에서 간병했다. 그 기간 동안 여자친구와 만날 때면 여자친구 아버지와 함께 밤을 보냈다. 부자아빠에게 배우려는 의지가 충만해진 나는 그 밤이 기다려졌다. 믿거나 말거나.


하루는 아버님께서 나에게 다리미질을 부탁하셨다. 어머니께서 병원에 계셔 다리미질을 못하신 게다. 세탁소에 맡기지 않는 걸 보고 진짜 검소하시다 생각하는 와중에 다리미를 가져오시는 걸 보고 뜨악했다.


'이런 다리미를 쓴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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