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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ke Jun 07. 2024

무엇을 하며 살아갈 것인가?

호주카페 취업기

일하지 않는 인간은 늙는다.


이건 나만의 통찰 일 수 있는데 사람이 너무 오랜 시간 일을 하지 않으면 정신이 점점 빨리 늙는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일을 많이 하면 몸이 늙겠지만!

한참을 쉬었더니 몸도 근질근질하고 더 이상 쉬면 정신이 늙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과연 호주에서 나라는 사람이 필요한 인간인지도 알아보고 싶어졌다. 우리 부부는 한국에서 제법 오랜 시간 수영을 가르쳤고 카페도 운영을 해본 경험이 있었고 시켜만 준다면 뭐든 할 열린 마음도 있었다.


호주에서 처음 할 일을 만든 건 호주 한인 커뮤니티에 수영강습에 대한 홍보를 올려 한인을 대상으로 수영을 가르치는 사업이었다. 호주가 수영 강국인 만큼 수영을 할 줄 아는 사람은 많지만 대다수가 수영을 한국처럼 잘 짜인 강습 프로그램으로 배운 수영이 아니다 보니 한국식 수영강습이 여기에 꼭 필요할 것이고 특히나 수영을 배우고 싶은 호주에 사는 한국 사람들의 수요는 무조건 적으로 있을 거라 생각했다. 홍보물을 올리기 전에 우리와 같은 생각으로 수영강습을 하시는 분들이 있는 찾아본 결과 2명 정도의 강사들이 있었고 그들의 홍보글에는 수영강습에 대한 경력 어필이나 자신이 어떻게 수영을 가르칠 것인지에 대한 어필이 없었다. 따라서 우리의 홍보글에는 자세한 경력을 적었고 한국에서 수업을 열어 수영강습을 하고 노션으로 피드백을 줬던 링크하나를 추가적으로 올려서 어떻게 수영을 가르치고 어떻게 피드백을 줄 것인지에 대한 정확한 계획을 올렸다.


결과적으로 홍보글을 올리고 몇 시간 뒤부터 상당수의 문의문자가 왔고 그렇게 호주에서의 첫 일이 시작되었다. 그 이후에 몇 개월이 흘렀고 지금은 우리가 처음 가르쳤던 회원들의 입소문으로 항상 일정 수준의 회원수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커피에도 관심이 많은데 호주 커피 시장은 어떻게 돌아가고 그 안에서 일하는 바리스타들은 어떻게 일하는지 엄청 궁금했다. 그래서 꼭 카페에서도 일 해봐야지 생각했고 워홀러들이 많이 쓰는 일자리어플로 카페를 알아보고 지원서를 넣었다. 호주에서 카페 일을 해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레쥬메에 최대한 자세히 내가 커피를 대하고 생각하는 것, 카페를 운영했을 때 마음이나 경험을 자세히 적어서 지원을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완전히 실패했다. 10일 정도만에 그 어플에 나오는 모든 카페에 지원서를 넣었는데 실제로 연락이 오는 카페는 한 곳도 없었다.


이유가 궁금했다.


실망한 마음으로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호주 요식업은 아직까지도 매장에 직접 찾아가서 레쥬메 드롭을 하고 빠르면 그날 면접도 보고 트라이얼을 해본다고 적혀 있었다. 아직도 문화가 그렇다 보니 어플에 구인글이 올라오면 이미 그날 수많은 이력서를 가지고 사람들이 찾아갔을 것이고 빠르면 그날 사람을 뽑을 것이다. 그다음 날 바로 시티에서 이력서를 10장 뽑았다. 그리고 카페에 앉아 내가 생각하는 시드니에서 커피가 맛있고 일해보고 싶은 카페를 나열했다. 그 카페에 사람을 뽑든 뽑지 않던 가서 꼭 일해보고 싶다고 말하기로 마음먹고 레쥬메 드롭을 시작했다.

그렇게 내 레쥬메가 도달한 곳 중 한 곳에서 일하게 되었다.


많은 호주 워홀러들이 호주에서 찾는 일이 카페 일자리 일 것이다. 외국인들과 ‘Hi, How are you?’ 하면서 말도 걸고 스몰톡도 하며 커피를 내리는 상상을 한 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외국에서 그것도 커피를 사랑하는 이 나라에서 커피업에 종사한다는 건 어쩌면 낭만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실을 다르다.

호주 사람들은 회사에 커피타임이 있을 정도로 커피를 사랑하는데 그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려 했을 때 카페에 사람이 몰리는 볼륨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내가 한국에서 얼마나 커피업에 종사했든지 여기는 어나더 레벨이라 생각하면 된다. 혹시나 이 글을 읽는 워홀러들에게 조언을 준다면 레쥬메에 한국 경력을 잔뜩 나열해 봤자 별 도움이 안 된다는 것, 차라리 내가 얼마나 커피에 관심이 있고 일해보고 싶은지, 레쥬메 드롭을 할 때 믿음 감 있는 미소와 태도를 장착하고 가는지가 일자리를 구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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