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행복도 슬픔도 초연하게 받아들이는
여느 노인과 같은 마음을 지니었으면 좋겠다
불일듯 일어나는 열정도, 아이가 커가는 기쁨도
다 지나가는 한때임을 아는 체념한 인생처럼
너그럽게 이완된 마음을 지녀 슬픔과 고통을
넉넉히 이겨내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살고자 하는 의지가 있어서 오래된 나무가 되었을까
한 것이라고는 기실 견겨낸 것밖에는 없을지도 모른다
자라고 싶어서 자라고 크고 싶어서 컸을까
살아보니 되고 싶다해서 되는 것이 아니었다
어느 날 엄마는 말했다
빨리 육십이 되고 싶었노라고
사랑이란 무거움이 세월을 버티게 해주었다
모두 젊어지고들 싶어할 때에
늙어지고 싶었던 인생이
왜 그러한가에 대해 이해하는즈음이다
강하지 않아도 강해져야하고
포기하고 싶어도 포기할 수없는 이유가
엄마처럼 나를 지탱하고 있구나
엄마는 나를 보고 웃었지만 결코 기쁨의 생이 아니었다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일까
정적이 흐르는 캄캄한 밤에
홀로 앉아 기도 드리는 것이
나의 마지막 보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