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대 기부하게 생기지 않아 생긴 드라마틱한 썰
세상 쉬운 게 없다. 독서대 기부하는 것도 쉽지 않다. 도서관은 이메일을 공개하지 않는다. 그래서 일일이 전화해야 한다. 도서관에 전화해서 이러이러해서 독서대를 기부하고 싶다. 이메일을 알려주면 독서대 정보를 보내드리겠다 말한다. 바로 이메일을 알려 주기도 하고, 담당자 오시면 전해드리겠다고 하기도 한다.
이메일을 보내면 답변이 오기도 하고, 안 오기도 한다. 독서대 너무 좋다고 보내달라는 답변을 받기도 하고, 우리 도서관에는 필요 없다는 답변을 받기도 한다. 독서대를 기부하다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나름 노력이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 좋은 일을 많이 해보지 않는 나는 이제야 배운다.
복싱 체육관에서 회원으로 만나 호형호제 하는 형님이 있다. 같은 회원이지만 경력 14년 차인 이 형님은 나의 스파링 파트너가 되어 트레이닝을 도와주는 고마운 분이다. 알고 지내는 동안 우리는 서로 직업을 얘기한 적은 없다. 독서대 기증이 지지부진 한 최근에 우연한 자리에서 3자를 통해 듣게 되었다. 두둥. 그 형님이 지역 도서관 관리 팀장님이란다.
팀장님에게 독서대 기증 얘기를 하고 독서대를 보여줬다. 독서대 너무 마음에 들고, 취지도 좋고, 이렇게 좋은 일 하는 사람인 줄 몰랐다고(나는 어떤 사람으로 보였던 것일까) 지역에 도서관이 27개(너무 많아서 살짝 당황했다)가 있는데, 고르게 배포될 수 있도록 전달해 주시겠단다.
뭐랄까. 거짓말 같기도 하고, 영화 속 그냥 그런 우연 같은 느낌이랄까. 처음 사랑의 독서대 만들고 '도서관 관계자분 연락 주시면 기부하겠습니다.'라고 여러 곳에 외쳤는데도 지금까지 고작 한 건의 연락이 있었을 뿐이다. 그러는 와중에 매일 밤 체육관에서 서로 주먹을 휘둘렀던 사람이 '도서관 관계자' 였다는 건 좀 드라마틱하다. 도서관 관리 팀장처럼 생긴 얼굴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도서관 관리 팀장처럼 생기지 않았고, 나는 독서대 기부하는 좋은 일을 하는 사람처럼 생기지 않아서 그런 것이니, 이 일은 어쩔 수 없이 그렇게 저렇게 되다가 이렇게 풀릴 일이었겠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