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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팥 Apr 21. 2019

오랜만에 수학책을 펴며.

요즘 내가 마주치고 있는 낯선 것

 내가 10년 만에 '쎈'을 다시 보게 될줄은 몰랐다. 학원에서 일하는 동생이 '쎈' 문제집을 가져와서 보여줄 때, 와 아직도 쎈으로 공부하다니. 아직 내가 10대랑 연결고리가 있군 하하 라고 농담을 던져보며, 기세 좋게 펼쳐 보았다. 


 그런데, 요즘 내가 구글링에 너무 익숙해졌나보다. 무언가 궁금해질 때마다 구글에 치면 전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내 궁금증에 대해 답을 달아줬는데... 문제집 풀이란 오직 나 혼자만의 싸움인 것이다. 조금 외로운 느낌을 스르르 느끼며 한 문제 한 문제 도장 깨듯 깨본다. 답안지와 답이 일치하는 것을 보면 뭔가 칭찬받는 기분이다. 내 외로움을 공감받는 기분이다. 중독될 것 같다. 


 사실, 내가 이렇게 수학을 다시 시작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고등학교 때 그나마 재미있게 느꼈던 것이 '윤리, 수학' 이었는데, 대학 다니면서 "아 수학 공부한 것이 정말 제일 내 대학생활에 쓸모없다" 할 정도로 수학을 접하기 어려웠었다. 그런데, 불쑥 요즘 읽는 논문들에 수학 공식이 들어있는 것이다. 수학 기호도 모르는 나에게 논문 속의 수학 공식은 무언가 마야문명의 상형 문자를 보는 느낌이다.


논문은 모든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한 글인데, 여기에 왜 이런 수식을 써넣은 걸까? 수식만 알아들으면, 이 논문을 이해할 수 있다는 걸까? 무언가 왠지모르게 수식이 논문 기고자의 허세(?)일 거라고 우겨본다. 생각해보면 뭔가 멋이 있기도 하다. 백문이 불여일공식이라는 건가..


 정적분, 부정적분, 미분...아직 생경한 것 투성이다. 한 문제 푸는데도 30분 걸렸다. 한 문제를 푸는 와중에도 '아 이거 내가 잘하고 있는건가..' 라는 생각이 수십번은 오간다. 사실, 수학.. 석사 졸업하면 다시 보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10년 만에 또 다시 만나는 것 보면, 또 한번은 만나겠지.. 라는 생각을 하며 또 한 문제를 풀어간다. 어서 빨리 저쪽 세계의 논문과 친해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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