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에세이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세영 Nov 08. 2016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사랑을 먹고산다

작년 이 맘 때쯤이었다. 짝꿍 어머님으로부터 카톡을 받았다. 김치를 담그셨는데 주소를 알려달라는 내용이었다. 주소를 보내드렸더니 어머님께서 조심스레 얘기하셨다. "조금만 보내려고 했는데 할머니가 그러는 거 아니라고 하셔서 좀 많아졌어."라고. 그로부터 며칠 뒤에 집으로 커다란 택배 상자가 도착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상자를 열어보고는 웃음부터 터졌다. 어머님께서 왜 그렇게 김치가 좀 많을 거라고 재차 얘기하셨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았기 때문이다. 주변에 다 나눠 주고도 한참을 먹을 양이었다.



사진과 함께 김치가 무사히 도착했음을 알려드리고 집에 있는 빈 통은 모조리 꺼내서 나눠 담기 시작했다. 추운 날씨에 베란다에서 한참을 정리하니 손이 꽁꽁 어는 듯했지만 식탁에 차례로 쌓여가는 김치통들을 보면서 마음은 더없이 푸근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이었다. 남편과 아이들이 좋아하는 반찬은 잊지 않고 식탁에 꼭 올리고 맛있는 음식을 보면 가족들부터 생각하는 어머니들의 마음이 어떤 마음인지 가슴으로 깨달은 순간이. 

사랑. 어머님이 보내주신 김치에서 전해진 마음이 내 가슴을 따듯하게 했다. 손에 밴 김치 냄새가 사라지는 데는 하루를 넘기지 않았지만 내 가슴에 심어진 온기는 그 뒤로 한참 사라질 줄 몰랐다.  

  


언젠가 내가 당신 딸인 거 같은 착각이 든다며 딸이라 불러도 괜찮냐고 하시던 어머님은 좋아하는 내게 그럼 당신을 그냥 엄마라고 부르라 하셨다. 내게는 조금은 가슴 아픈 단어인 '엄마'. 아쉬움과 그리움과 꿈을 담은 단어. 조심스레 엄마라 부르는 순간 그 소리가 가슴에 잔잔히 울려 퍼졌다.


엄마의 사랑은 올해에도 어김없이 우리 집 식탁 위에 올랐다. 하필이면 이른 추위에 꽁꽁 얼었던 날 김장을 했던 외할머님과 엄마. 그 추운 날에도 사랑하는 이들 먹일 생각에 열심히 준비하셨을 생각 하면 코끝이 찡함과 동시에 든든하다. 

음식을 나눈다는 것은 마음을 전하는 일이다. 특히나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며 준비한 음식에는 상대를 향한 마음이 고스란히 음식에 녹아든다. 결국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사랑을 먹고사는 것. 그러니 오늘 하루는 내게 사랑을 주는 이에게 마음을 전하면 좋겠다. 당신의 마음이 정말 고맙다고. 그 사랑에 내가 산다고.


 

매거진의 이전글 서른, 중요한 건 숫자가 아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