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_001
촉촉한 봄비가 하루종일 줄기차게 내리던 날이었다.
길에는 까만색 장우산을 쓰고 바쁘게 걸어가는 남자와 한 우산 아래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짓는 남녀가 있었고, 비에 젖은 도로를 지체없이 달리는 차 안에서는 어느 그룹의 인기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빗방울이 눈물처럼 흐르는 창가에 앉아 가만히 밖을 보는 여자도, 비의 습기를 가득 머금어 부스스해진 머리를 다듬으며 연신 손거울을 확인하는 여자도 그 곳에 있었다.
그들 사이를 느린듯 신중한 발걸음으로 지나가는 사람이 있었다. 그녀는 그녀를 떠나간 것들을 그리워하며 눈물짓기도 하고 곁에 있는 소중한 이들을 위해 따스한 포옹을 건내기도 하며 때로는 폭풍같은 슬픔에 하릴없이 울기도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거침없이 사랑을 뿜어내기도 했다.
그녀는 자신의 발걸음을 글로 옮겼고, 그 글이 온 지면을 적시는 비처럼 모든 사람들에게 읽히고 각자에게 필요한 만큼 위로를 주어 그들이 더욱 제 빛을 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그 소망을 담은 맑음인형을 오늘 밤 창문에 걸어두었다.
오늘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행복한 마음으로 하루를 보냈습니다.
앞으로 제 글이 여러분의 맑음인형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