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_007
한창 연인들이 들끓던 벚꽃철이 지나고 초록잎이 달리던 계절에서 하얗고 빛나던 꽃을 피우던 나무 밑을 지나다가 그 중 꽃을 피운채 꺾여 위태롭게 매달려있던 나뭇가지를 보았다. 별거아닌 그 풍경이 내 눈에 띄었던건 너와 헤어진 내 모습을 그 가지에 투영했기 때문이었을까.
꽃이 달려있지만 꺾여 죽어버린 나뭇가지처럼 나를 제외한 모든 것들이 자연의 섭리대로 빛깔을 바꿔가는데 너로부터 생명이 끊긴 내게 꽃이 피어있음을 어여뻐해야 할지 열매 맺지 못함을 가여워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천천히 시들어가는 나를 하염없이 바라보고만 있었다. 남아있는 꽃도 생명이 없는 내게서 곧 썩어버릴터. 다른 꽃을 위한 거름이 되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걸리고 만만찮은 고통도 따를 것이다. 네가 없는 계절이 유난히 더디게 지나고 있다. 언젠가 내가 피울 한 송이 꽃을 위해 오늘도 비를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