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향인의 주택생활
아침에 일어나서 하는 것들
주택 생활 3년 차,
보통은 골목사람들의 소리에 잠이 깬다.
오늘은 비가 와서 후드득 아스팔트를 때리는 빗소리로 아침을 시작한다.
비 오는 날은 몸이 더욱 무겁기 때문에 누운 채로 간단하게 스트레칭을 한다.
눈도 많이 뻑뻑하고 나날이 몸이 노쇠하고 있음을 느낀다.
예전과 비슷한 생활인데 체중이 많이 불어나고 있다.
아이들은 의아하게 나를 보지만
나도 변명한다.
"은교"에서 나온 문장 "늚음은 죄가 아니다"를 인용하여
"내 잘못이 아니야..."라고 애써 변명해 본다.
그다음 커피를 내리고 옷을 주섬주섬 갈아입고 신문을 가지러 나간다.
신문을 2층 문 앞에 놔두라고 지국에 말하면 될 터이지만
그럼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배달부가 멈추고 내려서 올라와야 하기 때문에
그냥 오토바이 탄 채로 던지고 가게 놔둔다.
대신 나는 아침부터 옷을 갈아입고 현관의 거울을 슬쩍 보고
신문을 주우러 1층으로 내려간다.
그렇다, 나는 I 성향의 인간이다.
내향인의 주택생활,
내 평생 처음 주택생활이다.
그것도 여유로운 교외의 아름다운 단독주택이 아니라
도심의 오래된 주택에 여러 세대가 밀집해서 살고 있는 주택이다.
엘리베이터등 공용공간에서의 타인과의 불필요한 공감각적 접촉을 좋아하지 않아
주택생활을 찬미했으나(물론 좋은 점도 많다)
이제껏 접해보지 못했던
다양한 인간군상들이 서로 경계를 넘어왔다 갔다 하는 것을
원하지 않게 관찰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