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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글로제이 Aug 13. 2021

확진 (4)

생활치유센터의 마지막 밤

드디어 내일이면 퇴소입니다.


그렇게 길게 느껴졌던 열흘이 다 끝나가네요. 감사하게도 양성 판정을 받고 증상이 아주 약해서 있는 동안 글도 쓰고 룸메와 이런저런 소소한 담소를 나누고 제법 일도 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로 가장 힘든 게 있다면 무력감과 고독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다행히 저는 여기서 같은 고충은 나누는 룸메가 있었지만 일반적으로 코로나로 입원을 하거나 격리 중에 다른 증상이 있는 분들은 그걸 혼자 감내해야 하거든요. 아플 때 혼자인 것만큼 외로운 게 또 어디 있을까요. 해외 거주 경험이 있다 보니 해외에서 아프면 한국이 그렇게 그립고 알 수 없는 억울함이 올라왔던 기억이 있습니다. 한국이라도 혼자서 그 시간을 보내야 한다면 참 외로울 것 같습니다.


어제저녁, 퇴실을 두 밤 남기고 남편한테 연락이 왔습니다. 몸살 기운이 있다고.

아직 한국말도 잘 못하고, 오자마자 격리를 하는 바람에 한국 전화번호도 못 만들고 제가 시설 격리를 하게 되어 내내 걱정이 되었는데 아프다고 하네요. 부디 코로나는 아니길 바라는 맘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마음만 졸이고 있습니다. 열은 없는데 몸살 기운이 있는가 봅니다. 멀리 언어도 통하지 않는 타국에서, 그것도 혼자서 아픈 몸을 추스를 남편을 생각하니 괜히 미안하고 답답한 마음이 듭니다.


에콰도르에 있을 때 시 아버지가 코로나에 두 번이나 걸리셨었는데, 두 번째는 병원에 입원해야 할 정도로 증상이 심하셨습니다. 아직 백신이 풀리기 전이었고, 한참 코로나 환자가 많이 나올 때여서 입원해 있으면서도 별 다른 치료를 받지 못하고 그냥 코로나 병실에 방치되어 계셨다고 합니다. 그때 같은 병실에 코로나 환자가 시아버지 포함 8명이나 있었는데 그중 유일하게 퇴원을 한 사람은 우리 시아버지뿐이었습니다. 그때를 생각하면 코로나 증새로 아픈 것보다 하루 이틀 싸늘하게 식어가는 같은 병실 환자들을 보는 것이 더 공포스러웠다고 하셨습니다. 얼마나 무서웠을까요. 물론 같은 상황은 아니지만 남편도 혼자 내가 알 수 없는 불안과 싸워야 한다고 생각하니 자꾸 마음이 약해집니다. 괜히 한국에 오자고 했나... 하고요.


남편 걱정에 밤새 잠을 설쳤습니다. 혹시 증세가 심해져서 연락을 하진 않았을까 몇 번씩 핸드폰을 확인했거든요. 다행히 아침까지 별다른 연락은 없었고, 오늘 아침에 연락이 왔습니다. 자기 살아있다고. 갑자기 울컥하고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아... 지금도 생각하면 눈물이 나려고 하네요)

한국에서 혼자 힘든 일 겪게 하지 않겠다고 약속을 하고 왔는데 남편이 아픈 게 제 탓인 양 느껴졌습니다. 새벽에 산란한 맘을 다스리기 위해 명상을 하면서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봐야지, 약해지지 말아야지, 다짐했는데 사람의 맘이 참 간사합니다.


코로나 시국으로 참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경험에 노출되는 것 같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생계가 위협받는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들, 학교 한번 제대로 가보지 못하고 마치 사이버 대학생처럼 수업을 받고 있을 우리 새내기 대학생들,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나보낸 많은 사람들... 코로나 이후의 세상은 아마 이전과는 전혀 다른 세상 이리라 생각됩니다. 아니, 이미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아무쪼록 지금 이 시간을 통해 모두들 더 강한 회복력과 정신력으로 무장하는 시간이 되길 바라봅니다. 모두들 힘을 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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