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암동 빌라 사람들-3
위층에 새 이웃이 이사 오게 됐다. 두 살 아기와 두 마리의 고양이가 있는 가족으로 우리와 비슷한 나이대의 부부가 집을 보자마자 마음에 들어 바로 그 자리에서 계약금을 냈다고 했다. 자유라는 이름을 가진 아기는 성격이 활발하고 낯가림이 없어서 존재만으로 사랑스러움 자체였다.
계약한 주의 휴일에 자유 부모님은 집을 다시 보러 오셨다가 옥상 정원에서 임대인 가족을 만났다. 이때 대형 사건이 발생했다.
두 살 된 오바마는 사람 어른이나 동물들과 사교성이 좋았지만 자기보다 작은 어린이만 보면 큰소리로 짖는 편이었다. 처음 율이 솔이를 만난 날도 오바마는 큰소리로 짖어 사람들을 놀라게 했지만 강아지를 키우는 우리 아이들은 겁먹지 않고 쉽게 친해질 수 있었다.
자유는 강아지와 정반대 성격인 조용한 고양이 두 마리와 살고 있어선지 자기 몸집보다 큰 오바마의 쩌렁쩌렁 짖는 소릴 듣고 사색이 되어 버렸다고 했다.
평소 주인 아저씨의 말을 잘 듣던 오바마인데, 그날따라 왠지 통제가 전혀 되지 않아 어른들도 다 경황이 없게 돼버렸다. 자유에겐 트라우마가 되어 강아지를 무서워하는 어린이가 됐다.
그날 밤 자유는 잠이 들었다가 놀라서 깨기도 하고 반복해서 울음이 터지는 등 후유증이 컸다는 걸 며칠 후에 알았다.
5층 이모도 그날 밤 자유 가족이 돌아간 후에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다.
“오바마 때문에 아무래도 자유 부모님이 계약 의사를 철회하겠구나 생각했죠. 그런데 다음 날에 연락이 와서...”
자유 부모님은 이모의 걱정대로 아이와 개의 관계 때문에 이사해도 될지 많은 생각을 했다. 하지만 집이 마음에 들었고 고민 끝에 이모에게 전화를 걸어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희도 동물과 함께 살기 때문에 가족과 다름없는 것을 잘 이해합니다. 아이가 적응할 때까지만, 옥상에서 서로 부딪치지 않도록 동선과 일정을 배려해 주실 수 있을까요. 정말 죄송합니다.”
글로는 짧게 썼지만 실제 자유 부모님은 송구한 마음을 겨우 감추며 어렵고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고 했다. 만약 임대인이 이를 받아들이지 못해 계약을 파기하자고 했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모의 반응은 예상 밖이었다.
“먼저 아이가 놀라게 돼 진심으로 죄송해요. 저는 계약을 유지하고 싶은데 강아지 때문에 계약을 포기하실까봐 걱정했어요. 오바마가 우리에겐 가족이지만 사람보다 중요한 동물이 어딨나요? 자유 가족이 옥상에 올 때 오바마는 집에 있도록 할게요. 걱정 마세요.”
이 일화를 듣고 나는 두 가족이 다 대단하다고 느꼈다. 자기에게 소중한 것을 상대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포용성도, 계산 없이 인정하고 양보하는 용기도, 진정으로 멋진 사람들이었다.
자기에게 소중한 반려동물이라고 해서 다른 이들에게 민폐를 끼쳐도 안하무인인 사람들이 뉴스를 도배하는 사회에서 이런 이웃들이 내게 온 건 정말 큰 행운이었다.
자유와 오바마가 친해질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