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설득의 종말과 구조 설계의 시작
감정을 중심에 둔 마케팅 모델들의 흥망
마케팅의 전통적 전략은 인간의 합리적 판단 이전에 감정을 움직이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 이론적 기반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된다: STP, AIDA, 그리고 AISAS 모델이다.
STP 모델 (Segmentation → Targeting → Positioning)
▪ Segmentation: 시장을 연령, 성별, 지역, 소득 등 기준으로 나눈다.
▪ Targeting: 가장 효과적인 고객군을 선택한다.
▪ Positioning: 그 고객군의 인식 속에 특정한 의미로 브랜드를 위치시킨다.
이 모델은 기본적으로 고객을 ‘구획화 가능한 집단’으로 간주하며, 마케터는 해당 집단의 인지적, 감성적
요소를 분석해 설득 전략을 설계했다.
AIDA 모델 (Attention → Interest → Desire → Action)
▪ Attention: 주목을 끈다 (광고, 슬로건 등)
▪ Interest: 흥미를 유발한다 (기능, 디자인)
▪ Desire: 욕망을 자극한다 (브랜드 아이덴티티, 감성 메시지)
▪ Action: 구매로 연결시킨다
AIDA는 인간의 심리 여정을 선형적으로 가정하며, 마케팅 메시지를 단계별로 설계하는 전형적인 감성 유도 프레임워크였다.
AISAS 모델 (Attention → Interest → Search → Action → Share)
디지털 환경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모델은 AISAS다. 이 모델은 소비자가 광고나 콘텐츠를 접한 후, 스스로
정보를 검색(Search)하고, 구매 후에는 SNS를 통해 공유(Share)한다는 것을 핵심 단계로 포함시켰다.
이 모델은 소비자가 정보 탐색을 직접 수행한다는 가정이 강하게 작동하던 시기에 유효했다. 즉, 사람은
충분한 정보를 검색하고, 비교하고, 결정할 수 있다는 합리적 소비자 이론이 여전히 전제되어 있었다.
이 모든 것이 무너진 이유: 소비자의 피로, AI의 부상
오늘날 소비자는 검색하지 않는다. 검색 결과가 너무 많고, 복잡하고, 피로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선택의 역설(Paradox of Choice) 개념은 이제 심리학 이론이 아니라, 현실이 되었다.
▪ “정보가 너무 많아서 아무것도 못 고르겠다.”
▪ “리뷰가 다 비슷비슷해서 도대체 누가 나랑 같은 사람인지 모르겠다.”
▪ “AI가 추천해주는 게 더 정확한 것 같다.”
이제 사람들은 감정 자극에 민감하지 않다.
의심하고, 방어하며, 판단을 미루고, 결국 기계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검색을 포기한 소비자는 판단을 ‘위탁’한다.
이 위탁의 주체가 바로 생성형 AI다.
AI 시대의 새로운 기준, 구조는 감정보다 강하다.
AI는 감정에 반응하지 않고, 논리적 일관성, 데이터 기반 신뢰도, 그리고 구조화된 정보에 반응한다.
이제 브랜드가 “기억될 수 있느냐”가 아니라, “AI가 호출할 수 있느냐”가 존재 조건이다.
▪ 감정을 자극하던 슬로건은 이제 응답에 인용되지 않는다.
▪ 개성 있는 메시지는, AI의 문맥 해석에 방해가 되면 버려진다.
▪ 브랜드는 ‘매력적’일 필요보다, ‘구조화’되어 있어야 한다.
이 변화는 단순한 기법의 전환이 아니라, 마케팅이 설득에서 참조 가능한 정보 설계로 진화했다는 뜻이다.
우리는 감정이 아니라, 호출을 설계한다.
STP, AIDA, AISAS는 모두 ‘사람을 설득한다’는 가정 위에 존재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설득할 대상을 바꿔야 하는 시대에 들어섰다.
그리고 새로운 소비자 행동 모델이 등장하고 있다:
DCA: Dialogue → Contextual Response → Acceptance
▪ Dialogue: 사용자는 AI에게 질문을 던진다.
▪ Contextual Response: AI는 맥락을 분석하고, 최적의 답변을 구성한다.
▪ Acceptance: 소비자는 AI의 제안을 수용하거나 거의 수용한다.
이 모델은 검색, 탐색, 비교, 공유를 거치던 복잡한 여정을 단축시키고, AI가 핵심 판단자가 되는 구조다.
마케터는 AI가 질문에 응답할 때 내 브랜드가 포함되도록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 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