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가로 다가가 창문을 열고 시야를 방해하는 방충망을 제쳤다. 눈이 바람에 실려 얼굴 위에 살포시내려앉는다. 그대로 창가 가까이 거실장 위에 걸터앉았다.
눈 내리는 날은 그것으로 충분하다. 마침 오디오에선 눈만큼 달달한 음악이 흐르고 있다. 함박눈과 향기로운 커피 그리고 달달한 음악. 그것으로 충분하다.
"enough.. enough now!"
영화 <러브 엑츄얼리>에서 절친의 아내가 된 키이라 나이틀리를 몰래 짝사랑한 남자가크리스마스이브에 찾아가 캐럴 싱어스로 가장하고 종이를 넘겨가며 고백한다. 키이라는 고백 후 돌아서 가는 남편의 절친에게 달려가 키스해주는데, 이때 키스를 받고 돌아서며 남자가 내뱉는 대사이다.
"enough.. enough now!"
"enough.. enough now!"
짧고 간결한 대사지만 그 여운은 매우 강하게 남아있다.
펑펑 내리는 눈을 바라보는 지금 내 기분을 충분하다는말만으론어딘가 부족하게 느껴져 자꾸영화 속 이 대사가 맴돈다.
아직도 창밖엔 눈발이 거세게 날리고 있다. 가슴이 벅차오른다. 오늘 하루의 선물은 이것으로 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