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서희 Dec 15. 2022

눈 내리는 날은 그것으로 충분하다.

enough.. enough now!


커피 한 잔을 내려 돌아서니 거실 창 가득 눈발이 날리고 있다.

하! 짧은 감탄음이 새어 나왔다.

창가로 다가가 창문을 열고 시야를 방해하는 방충망을 제쳤다. 눈이 바람에 실려 얼굴 위에 살포시 내려앉는다. 그대로 창가 가까이 거실장 위에 걸터앉았다.

눈 내리는 날은 그것으로 충분하다. 마침 오디오에선 눈만큼 달달한 음악이 흐르고 있다. 함박눈과 향기로운 커피 그리고 달달한 음악. 그것으로 충분하다.


"enough.. enough now!"



영화 <러브 엑츄얼리>에서 절친의 아내가 된 키이라 나이틀리를 몰래 짝사랑한 남자가 크리스마스이브에 찾아가 캐럴 싱어스로 가장하고 종이를 넘겨가며 고백한다. 키이라는 고백 후 돌아서 가는 남편의 절친에게 달려가 키스해주는데, 이때 키스를 받고 돌아서며 남자가 내뱉는 대사이다.


"enough.. enough now!"

"enough.. enough now!"


짧고 간결한 대사지만 그 여운은 매우 강하게 남아있다.

 

펑펑 내리는 눈을 바라보는 지금 내 기분을 충분하다는 말만으론 어딘가 부족하게 느껴져 자꾸 영화 속 이 대사가 맴돈다.


아직도 창밖엔 눈발이 거세게 날리고 있다. 가슴이 벅차오른다. 오늘 하루의 선물은 이것으로 족하다.


enough..  enough now!


글쓰는 사이 눈이 많이 쌓였다.


https://youtube.com/watch?v=B7u6bMBlCXw&si=EnSIkaIECMiOmarE

영화 <러브액츄얼리>의 베스트 씬



keyword
작가의 이전글 집 앞 도서관은 내 서재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