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범석 May 31. 2022

상반기의 두서 없는 단상

#피드백 #개발프로세스 #퇴사 #이직


1. 성장을 위한 피드백 주고받기


일을 시작하고 6년 동안 받은 피드백은 손에 꼽는다. '잘하고 있다', '이런 건 이렇게 하면 좋을 것 같다' 정도의 구두로 받은 피드백은 종종 있었지만 말의 특성상 휘발성이 강하고 구체적이지 않다 보니 기억에 잘 남지 않는다. 메시지로 피드백을 받은 적이 딱 한 번 있는데 짧은 내용이었지만 내가 무엇을 잘했고 무엇을 개선하면 좋을지 알 수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되었고 동기부여도 됐다. 감사하고 인상 깊었던 피드백이라 노션에 저장해 두고 가끔 꺼내본다.


이렇게 피드백에 대한 갈증을 느끼던 중 과거에 인상 깊게 봤던 영상을 최근에 다시 보게 되면서 새삼스레 한 가지 깨달음을 얻었다.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판다는 말이 있듯이 내가 먼저 피드백을 요청하면 되는데 그러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의 성장을 위해서는 내가 먼저 피드백을 요청해야 하고, 또 주기적으로 해야 한다.

잘하고 있는지 못하고 있는지를 1년 또는 반기마다 듣는 것은 굉장히 더딘 사이클이다. 훨씬 더 짧은 주기로 자주 피드백을 받아야 한다. (중략) 가만히 있는데 동료들이 피드백을 해준다는 것은 거슬린다는 경우가 더 많다. 먼저 본인이 허락을 구하고 찾아다니면서 피드백을 요청해야 한다.


그래서 그동안 긴밀하게 협업했던 동료 다섯 분에게 슬랙을 통해 피드백을 드리고 나에 대한 피드백을 요청했다. 동료분들은 고마움을 표하며 바로 피드백을 주시기도 하고, 조금 놀라며 조금 더 고민해 보고 피드백을 주겠다고 하시기도 했다. 갑자기 메시지를 드려서 뜬금없고 당황스러울 수도 있을 것 같아 걱정했지만 반응이 긍정적이라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피드백을 드렸던 한 분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내가 드렸던 피드백에 대한 피드백을 듣게 되었다. 피드백을 드린 지 한 달 만이었다. 그분이 느낀 아쉬움에 대해 자세히 들을 수 있었고, 불쾌하게 받아들일 여지가 많은 피드백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땐 왜 이렇게 썼을까 후회되고 죄송한 마음이었다.

좋은 피드백은 상대가 가진 강점은 인정하고 칭찬하며 개선해야 할 행동은 바꿀 수 있도록 독려하는 것이다. 반면에 좋지 않은 피드백은 상처와 모멸감을 주거나 형식만 있고 막연해서 상대의 성장을 끌어올려주지 못하는 것이다.


나는 그분의 강점을 인정하고 칭찬하는 내용과 함께 개선했으면 하는 내용을 담은 피드백을 드렸었다. 그런데 다시 살펴보니 강점에 대한 인정과 칭찬이 개선에 대한 내용을 전달하기 위한 쿠션 역할로 무의미하게 느껴질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선에 대한 내용은 그분이 이해하기 쉽게 특정 상황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다 보니 길어졌는데 피드백 분량 중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일부는 다소 주관적인 의견이 포함되었다.

어떤 프로젝트를 함께한 직후에 피드백을 드린 것이 아니라 그분이 입사하고 거의 1년 6개월 만에 드린 피드백이다 보니 내용이 포괄적이었고 성장에 도움이 될 만한 피드백을 드리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피드백은 주관적일 수 있다. 하지만 서로의 성장을 돕고 함께 더 잘하기 위한 피드백에는 보다 객관적인 내용이 담겨야 한다. 노력을 통해 개선할 수 있는 업무적 스킬에 대한 내용이 좋은 예시가 될 것 같다. 주관적인 피드백은 사람에 따라 감정적으로 불쾌하게 느껴질 수 있으며 이는 좋은 피드백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앞으로는 주관을 배제하고 객관적으로 그 사람의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피드백을 드리기 위해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에 대한 피드백을 받고 싶다면 나에 대한 피드백만 요청하고, 그분에 대한 피드백은 그분이 요청할 경우에만 드리는 것이 상호 간에 발전적인 피드백이 된다는 것을 느꼈다. (요청하지 않았는데 피드백을 주는 경우는 부정적인 피드백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2. 개발 프로세스에 대한 고민


올해 2월 두 가지 사업 목표에 따라 본부를 나누고 구성원 한 명이 하나의 제품을 담당할 수 있도록 하는 조직 개편이 있었다. 기존에는 디자이너나 개발자가 여러 제품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아 하나에 집중하기 어려웠고, 이로 인해 병목이 발생하고 제품에 대한 오너십을 갖기 어려웠던 문제를 개편된 조직 구조가 해결해 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조직 개편이 갑작스러웠던 탓인지, 인력이 부족한 탓인지 여전히 일부 인원은 2개 이상의 제품을 맡고 있는 상황이 지속되었다. 특히 어느 PM은 2개의 제품을 맡게 되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당장 PM을 더 채용할 수는 없으니 상황을 탓하기보다는 제약 안에서 최대한의 결과를 내야 한다. 새 본부에는 두 개의 제품이 있는데 제품A는 매달 정해진 날짜에 정기배포를 하고, 2월에 출시한 제품B는 초기 단계라 우선순위가 높은 작업들을 비정기적으로 일정을 잡아 배포하고 있는데 여기서 두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1) QA 담당자의 병목으로 인한 배포 일정 지연

개발이 기한 내에 완료되어도 QA 담당자가 한 명이라 배포 일정이 밀리는 경우가 생겼다. QA 담당자는 두 개의 제품 QA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서 사실상 QA 일정에 배포 일정을 맞추고 있다. 그렇다고 출시 후 빠르게 성장하는 제품의 개발 항목을 줄일 수는 없으니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채용인데, 이는 아쉽게도 내가 해결하기는 어려운 문제다.


2) 구체적이지 않은 기획과 요구사항

다행히 이건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제품B의 사업총괄은 B사업팀이 담당하고 있는데, 출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필요한 기능과 개선사항이 많다. 그래서 나는 디자인 관련 요구사항만 맡고, 디자인이 필요하지 않은 요구사항은 사업팀이 PM에게 직접 전달했었다. 하지만 사업팀은 Jira를 통해 스토리 티켓 형태로 요구사항을 작성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서 다소 추상적인 내용을 전달하는 경우가 많았다. 기능을 추가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사이드 이펙트, 엣지 케이스에 대한 고려 등이 부족해 PM이 여러 번 검토하고 수정해야 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PM은 두 개의 제품을 맡고 있었기 때문에 이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 그래서 최근에는 디자인과 관련이 없더라도 모든 요구사항을 검토하고 보완하면서 개발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는 형태로 구체화하는 데 힘을 보태고 있다.





3. 퇴사


2020년 1월에 입사하여 약 2년 반 동안 함께 했던 회사를 떠나게 되었다. 시간 참 빠르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서의 새로운 시작에 대한 설렘도 있고, 현재 회사에 대한 아쉬움도 있다. 하지만 미련은 없다. 2년 반 동안 어려운 환경 안에서 나름대로 많은 고민을 했고, 디자이너로서 오너십을 갖고 회사의 발전에 많은 부분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 몇 달 되지 않아 바쁜 시기에 떠나게 되어 남겨진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지만 지금까지 그랬듯이 앞으로도 잘 해낼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리고 이런 미안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덜기 위해 앞으로 남은 시간 동안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예정이다.





4. 이직


현재 회사에서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UX 개선 외에도 높은 비중을 두고 진행했던 프로젝트가 디자인 시스템이다. 문제를 발견하고 프로젝트를 시작한 후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디자인 시스템을 리드해 오면서 맨땅에 헤딩도 하고 지금의 모습이 갖춰지기까지 쉽지 않은 과정이 있었다. 하지만 이 과정을 통해 디자이너와 개발자들의 업무 효율이 높아지는 것을 보면서 성취감과 재미를 느꼈다. 그러면서 나의 성향과 역량이 플랫폼 디자이너라는, 토스에서 처음 쓰기 시작하여 만들어진 지 오래되지 않은 이 직무가 내 강점을 더욱 뾰족하게 발휘할 수 있는 직무일 것이라는 생각을 작년부터 하게 되었다. 그러다 최근에 지인의 추천으로 좋은 기회를 얻게 되었고, 세 달 동안 준비하던 포트폴리오를 과장을 조금 보태서 거의 3일 만에 빠르게 완성하여 새로운 회사로 이직을 하게 되었다. (포트폴리오를 완성하려면 데드라인과 채찍이 필수..)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지금 회사의 10배인 20명 가까이 된다고 하는데 그 안에서 잘 해낼 수 있을지 걱정도 되지만 그만큼 더 큰 임팩트를 낼 수 있겠다는 생각에 설레기도 한다.


완전히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프로덕트를 디자인한다는 것은 어렵지만 설레는 일이다. 더 잘하고 싶은 마음과 성과를 내고 싶은 욕심이 커진다. 하지만 조직과 프로덕트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상황에서 성과만 내려고 하다가는 되려 화를 부를 수 있으니 새로운 조직 문화에 빠르게 적응하고 작은 성과를 통해 신뢰 자산을 쌓아가 보려 한다. 한 가지 다행인 점은 전 직장에서 함께 일했던 분과 올초에 커피챗으로 만났던 분이 같은 팀에 계신다는 것이다. 이런 적은 처음인데 낯선 회사에 아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왠지 모를 안정감을 준다.

작가의 이전글 콘텐츠 챌린지를 마치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