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도전이었다..
11월 어느 날, 힙데비에 열심히 참여하던 동료 디자이너분이 글쓰기에 목말랐으나 의지가 부족한 우리에게 도움이 될만한 챌린지가 있다며 '콘텐츠 챌린지'를 알려주셨다. 글을 써본 적은 없지만 글쓰는 것에 관심이 많고 브런치 작가가 되는 게 꿈이었던 나는 바로 참가 신청을 했다. 그렇게 11월 28일을 시작으로 연말을 지나 새해가 되었고 어느덧 콘텐츠 챌린지의 마지막 주가 되었다. 8주가 이렇게 빨리 지나갈 줄이야.
연말연시에 나를 한 단계 성장시켜준 콘텐츠 챌린지에 참여한 소감을 써보려 한다.
운영 방식은 간단하다. 일주일마다 글을 써서 원하는 곳에 업로드한 후 일요일 밤 12시까지 슬랙을 통해 인증한다. 보증금 4만원을 내고 시작하며 매주 도전을 성공할 때마다 5,000원을 돌려받는다. 부담감을 줄이기 위해 6회 이상만 성공하면 100% 환급해준다. 초보 작가(?)들에게는 매주 글 쓰는 게 여간 쉬운 일이 아니라서 이건 아주 좋은 정책인 것 같다. 8회 모두 참여해야 성공이었다면 압박감에 시달리다 창작의 고통을 느끼며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독기를 가지고 어떻게든 썼을지도...)
콘텐츠 챌린지에 참여한 가장 큰 이유는 혼자 하면 꾸준히 하기 어려워서다. 처음엔 누구보다 강한 의지로 시작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느슨해지기 마련이다. 챌린지에 참여하면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기 때문에 자극을 받기도 하고, 내 돈을 되찾고야 말겠다는 마음에서 오는 동기부여가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첫 1주차에는 샤워를 하다 갑자기 떠오른 아이디어로 글을 쓰기 시작했고 몇 번의 퇴고를 거쳐 업로드했다. 내가 이런 글을 써서 공개된 공간에 올려도 되나 걱정도 했지만 '일단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나름 열심히 써서 올렸고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봐주셔서 놀랐다. 현재까지 발행한 글 8개 중 조회수 2위를 기록하고 있다. 게다가 1주차 베스트도전에도 선정됐다! 아래는 1주차 글과 베스트도전으로 선정해주신 운영위원(?) 분들의 감사한 피드백.
경험을 하며 느낀 점이 고스란히 잘 남아 있어 진정성이 잘 느껴짐. 앞으로의 실행 계획이 궁금하네요.
- 상협
쉽지 않은 주제인데, 서로 상반된 강점을 가진 지원자, 면접관과 면접자 등 균형있게 다루었어요.
- 지연
순서대로 배치된 사건. 훌륭한 연결 고리. 덕분에 가독성이 훌륭합니다. 다른 글을 적절히 이용하여 글 읽는 재미가 있습니다.
- 영영
채용에서 무엇을 신경써야할지 고민이 될 때 꺼내보고픈 글. 면접자와 채용된 분들의 이야기까지 더 알고 싶어집니다.
- 수용
언젠가부터 글을 읽다 보면 오타가 먼저 눈에 들어와서 고치다보니 맞춤법은 자신 있었다. 반면에 글을 잘 쓰는 방법은 책 몇 권 읽은 것 말고는 따로 배운 적이 없어서 내가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써도 되는 걸까 걱정했었다. 하지만 돈이 걸리고 다른 사람들이 열심히 참여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열심히 써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쓰기 시작했고 두 달 동안 살면서 가장 많은 글을 쓰게 됐다. 좋은 글은 퇴고를 많이 한 글이라며 초안을 빠르게 적어보고 수정하고 또 수정하라는 누군가의 말이 큰 응원이 되기도 했다. 좋은 글을 쓰지 못할까 두려워 걱정만 하면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일단 한 문장이라도 써야 거기서 뿌리를 뻗어나갈 수 있고 계속 글을 다듬으면서 더 좋은 글로 만들어낼 수 있다.
글을 쓰다보니 글감이 계속 떠오른다. 글을 쓰지 않았다면 이런 아이디어들이 떠오르지도 않았을 거다. 디자인 시스템에 관한 글, UX에 관한 글, 그리고 개인적으로 시도해보고 싶은 프로젝트도 생겼다.
아래는 2020년 회고에 썼던 내용인데 나의 글쓰기 근육을 푸시업에 비유하자면 처음엔 1개 하기도 어려웠는데 이제는 5개 정도는 하는 것 같다.
글쓰기 근육은 특히 디자이너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디자인은 끝이 없는 설득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글을 쓰면서 모호한 생각이 구조적으로 정리가 되고, 다른 사람을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데 도움이 된다.
- 2020년 회고 중
나에게 콘텐츠 챌린지는 적당한 부담감과 함께 즐겁고 뿌듯한 경험이었다. 물론 두 달 동안 글 몇 개 썼다고 필력이 눈에 띄게 늘진 않았겠지만 글쓰기를 '시작'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싶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는 것이고 꾸준히 지속하면 점점 더 좋은 글을 쓰게 될 것이다. 내가 바라는 대로 많은 사람들에게 유용한 글을 쓰게 되는 날도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건 기분 탓일지도 모르지만 업무를 하며 커뮤니케이션할 때 조금 더 정리된 형태로 글을 쓰게 되는 것 같다. 상대방 입장에서 이해하기 쉽게 맥락을 정리하고 요점만 정리해서 쓰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글이 매끈하고 복잡한 내용을 쉽게 잘 정리한 것 같다'는 피드백을 받기도 했다.
챌린지는 끝났지만 앞으로도 꾸준히 글을 쓸 예정이다. 당장은 개인적으로 집중해야 할 일이 있어서 브런치가 잠시 뜸해지겠지만 이후에는 부담감을 내려놓고 편안한 마음으로 글을 써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