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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군 Aug 06. 2019

왜 세계의 가난은 사라지지 않는가? -장 지글러-


 왜 세계의 절반이 굶주리냐고?

 왜 세계의 가난은 사라지지 않냐고?  

 장 지글러의 대답은 이 모든 게 다 자본주의 때문이란다. 칼 마르크스가 자본주의를 비판하기 위해 ‘자본론’이라는 엄청난 책을 써냈다면, 장 지글러는 자본주의의 완전한 파멸을 위해 자신의 모든 책을 쓰고 있다.

p19
“자본주의는 지구상에 일종의 ‘식인풍습을 만들어냈단다. 극히 적은 소수를 위한 풍요와 대다수를 위한 살인적인 궁핍이 식인 풍습 아니면 뭐겠니.”

p40
“자본을 장악한 자들에 의한 소수 지배 체제의 출현이며, 점점 더 소수가 점점 더 무제한적으로 자본을 축적함으로써 부자가 되어갈 것이라는 예측, 그리고 제3세계에 사는 수억 명의 소외와 궁핍에 대해서라면 마르크스의 예상은 너무도 정확하게 들어맞았지.”


 손녀 조라에게 들려주는 대화 형식의 구성으로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자본주의의 패악성에 대해 낱낱히 고발하고 있는 이 책의 내용은 하나같이 충격적이다. 민간 거대 자본주의 기업들과 북반구의 부자 나라들이 어떻게 집요하고도 전략적으로 남반구의 가난한 나라들을 더 가난하게 만들어가는지 그 속사정을 낱낱이 고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테말라의 토지를 장악한 거대 다국적 기업들과 콩고의 키부지역 ‘콜탄’(스마트폰의 핵심 부품으로 사용되는 광물)을 채취하기 위해 죽어간 수많은 아이들, 자본주의로부터 야기되는 빈부격차와 과도한 경쟁, 필요 이상의 소유욕구를 자극시켜 소비사회를 조장하고 환경파괴를 일으키고 있는 자본주의의 모습은 너무도 무시무시했다. 민간 거대 자본주의 기업들은 아프리카와 아메리카 등지에서 부패한 정부를 돈으로 매수하고, 미약한 주민들은 무력으로 몰아내고, 비정부기구들은 강력한 정치•경제계의 배후조직으로 묵살하며 지금 이 시간에도 배를 불려 나가고 있다.

 마르크스의 말마따나 “모든 구멍으로 피와 진흙을 토해내면서” 긁어모은 ‘자본의 원시 축적’을 통해 스페인, 영국, 프랑스, 일본 같은 나라들은 수많은 원주민들의 피와 땀을 약탈하고 갈취함으로써 지금의 아름답고 멋진 도시와 유적들을 만들어 냈다. 지금도 이곳엔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와서 보고 감탄한다. 그 이면의 대가지불은 보지 못한 채...

 

 자본주의의 ‘보이지 않는 손’은 최대 이익을 추구하려는 인간의 욕심에 불을 지폈고, 어느새 돈의 위치를 그 어떤 것 보다도 높은 곳으로 옮겨 놓았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부자나라인 대한민국에 태어난 것이 엄청난 행운이라는 사실에 안도감이 먼저 드는 게 부끄러우면서도 씁쓸하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도 자본주의를 쉬이 내 마음에서 쓸어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이미 돈의 맛에 취해 익숙해진 이 작은 혜택이라도 누리고 싶은 욕망 때문일까? ‘자본주의 아니면 공산주의’라는 냉전시대 이분법적 세계관이 아직도 내 안에 자리 잡고 있어서일까?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대안에 대한 갈증이 커져갔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 저자는 자본주의를 대체하게 될 사회경제체제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고 말한다. 다만 자본주의의 완전한 파괴를 통해서만 새로운 질서를 세울 수 있다고 피력한다.

p169
“자본주의를 개혁하기란 불가능해. 완전히 파괴해야 해. 전적으로, 과격하게. 그래야 새로운 사회경제질서가 창조될 수 있을 테니까.”


 개인의 힘이 미약하다고 주저앉아 있지 말고 연대를 통한 지구촌 시민사회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고, 이것을 위한 개개인의 행동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어쩌면 내가 자본주의의 깊은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한, 남반구의 아이들은 가난과 굶주림으로 계속해서 죽어나가는 이 비참한 굴레를 영원히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내가, 우리가, 이 자본주의를 깨뜨리지 못하는 한....

 자본주의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절망보다는 가난과 굶주림으로 고통받는 이들이 없는, 좀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 살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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