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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군 Apr 06. 2020

스토너 -존 윌리엄스-


지금은 사라진 팟캐스트 ‘이동진의 빨간책방’에서 소개된 것을 듣고 사 두었다가 수년이 지난 이제야 읽게 되었다. 출간 후 50년 만에 베스트셀러가 된 책이라서 일부러 그랬던 건 아니다.^^;


‘스토너’라는 한 남자의 삶을 태생부터 죽음까지 펼쳐 보여주는 책이다. 아주 깡 시골의 농부의 자녀로 태어나 대학교수로서 40년의 세월을 보낸 우직하고 성실한 한 인간에 대한 깊은 성찰이 담긴 소설이다. 시종일관 건조해 보이는 스토너의 삶을 보며 과연 행복할까? 란 씁쓸한 질문을 중간중간 던져보게 됐다.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이 돌아가시기까지 무뚝뚝한 가정의 모습도 행복해 보이지 않았고, 첫눈에 반한 결혼도 불행하게 평생을 지속하는 것 같았고, 딸과는 어린 시절 잠깐 행복한 시절을 보내는 듯했지만 결국 단절과 파행으로 치닫는 딸의 모습을 보아야만 했고, 진정한 사랑도 시한부적인 불륜일 뿐이었고, 자신의 적성과 열정을 불태웠던 대학에서의 강의와 연구도 자신의 행복을 갉아먹는 학생과 동료 교수로 인해 불편한 시간들로 채워질 수밖에 없었다. 물론 중간중간 소확행 같은 것들이 있기도 했지만 스토너의 삶 전체를 볼 때는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정작 작가는 스토너의 삶을 실패나 불행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다. (어쩌면 이 책의 가장 큰 반전은 작가의 이런 생각이지 않을까?) 가정의 화목과 직업적 명성을 성공의 척도로 삼는 요즘의 모습과 달리, 스토너가 살던 시대적 상황과 그 개인의 가치와 신념에 따른 작가적 의도가 담겨져 있기 때문일까? (물론 나는 그런 발견보다는 비참하고 씁쓸한 모습만 부각시켜 보았지만..ㅠㅠ)

 

이 책의 가장 의미심장한 한 문장은 죽음을 앞둔 스토너에게 던져진 질문 하나다.

“넌 무엇을 기대했나?”

스토너는 행복할까?로 시작했던 이 책에 대한 3인칭 관찰자로서의 독서가 말미의 이 질문으로 인해 나에게 던져지는 것 같았다. 난 무엇을 기대하며 살고 있는 걸까? 가족에 대해, 직업에 대해, 수많은 타인과의 관계에 대해... 내가 기대하는 것을 얻어야 행복한 것일까? 이 기대를 채우기 위해 오히려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희생시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스토너는 군더더기없이 자기 삶을 성실하고 충실하게 살아냈다. 아내에게도 연인에게도,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이나 싫어하는 사람에게도 어떤 기대를 내려놓은 듯이 보였다. 그래서 오히려 스토너는 행복한 삶을 살았다고 작가는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스토너의 모습처럼 잔잔하면서도 진중한 재미와 아름다운 영미소설의 문체를 만끽할 수 있는 책으로 행복한 삶에 대한 성찰을 일으켜 준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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