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오전 일찍 수영을 한다. 내가 하는 유일한 운동이다.
내가 달리게 된 이유는 '땀' 때문이다. 수영은 아무리 해도 몸에서 땀이 나는 것을 확인하기 어렵다.
분명 숨이 턱 막힐 정도로 힘들고 얼굴이 열이 뜨겁게 오르지만 '물'에 들어가 있으니 몸에 땀이 맺힐 수 없다.
8월, 한 번 뛰어볼까. 하는 마음으로 저녁에 나가 남편을 따라 뛰었다.( 남편은 10km를 5분대로 달린다.)
난 다리도 튼실하고, 6학년 때까지 육상선수도 했던 경력이 있으니, 또 수영도 하는 사람이니 3km 정도 달리는 건 일도 아니라고 생각하고 뛰기 시작했다.
옆구리가 터질 것 같고. 온몸에 땀이 비 오듯 오고. 남편과 거리가 멀어지고. 힘들었다.
운동을 안 하는 사람도 아니었지만 뛰는 것은 또 다른 영역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내 옆으로 빠른 속도로 가볍게 휙휙 지나가는 사람이 신 같이 느껴졌다.
남편이 속도를 맞춰줬다. 멈추면 뒤에서 밀어주고 앞에서 끌어줬다. 그렇게 죽어라 달린 것이 평균페이스 9분대다. 초라한 성적 같아 보이지만 정말 옷이 다 젖을 정도로 힘들었다. 그리고 이 날 다리의 근육통으로 밤새 끙끙거렸다. 수영과는 다른 근육을 쓴다는 것을 배웠고, 뛰는 모든 이가 존경스러웠으며 '땀', 그 땀 흘림이 이렇게 기분 좋은 일이구나 느꼈다.그날 저녁 남편에게 진심을 다해 '존경합니다!' 라고 말했다.
힘들고, 숨이 차고 땀이 뚝뚝 떨어지는 그 기분이 생각나 꾸준히 시간 날 때마다 저녁에 나가 뛰었다. 긴 시간 뛰지는 못했고 3km 정도를 목표 삼아 뛰기 시작했다. 처음 뛴 날, 근육통을 한 번 앓으니 두 번째부터 다리가 뭉치지 않았다. 땀 떨어지는 것을 눈으로 보고 싶어 일부러 민소매를 입고 뛰었다.
목에서, 얼굴에서, 가슴에서, 등에서, 배에서, 팔에서 다리에서.. 온몸의 땀구멍이 열렸는지 늘 뛸 때마다 옷이 젖었고, 난 좋았다.
속도가 조금씩 줄었고 빨리 뛰었다 싶은 날은 윽 윽 거리며 마지막에 걷다시피 마무리했다.
목표를 못 채우고 7분대 최고 기록을 경신한 날도 있었다.
언젠가 남편 옆에서 속도를 맞출 수 있는 날을 기리며 오늘도 뛰고 왔다. 3.59km를 뛰었고 처음으로 6분대에 진입했다. 오늘도 역시 옷이 다 젖었다. 이렇게 옷이 젖을 정도로 땀이 나고 힘드니 칼로리가 엄청나게 소모됐을 줄 알았지만 231kcal가 고작 소모됐다.
고민이나 잡념이 땀이랑 함께 빠져나가는 것 같다. 호흡을 가다듬으면서 목표 지점까지 아무 생각 없이 달리다 보니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발걸음 소리만 듣는 그 순간이 꽤나 좋다.
꾸준하게 하는 것 하나만큼은 자신 있다. 잘하지 못해도 꾸준히 해나가는 것은 잘한다.
조금씩 속도가 줄고 거리가 늘어날 것이다. 흘려 버려질 땀도 많아질 것이고, 정리될 생각들도 많아질 것이다.
다리 근육이 생기고 지금보다는 더 수월하게 달릴 수 있을 것이다.
조금 더 소모되는 칼로리도 많아지겠지.
달리는 모든 이들 존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