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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한 가능성


우리 아이들은 미술 학원을 대차게 거부한 아이들이다.

크게 그리라면 작게 그리고
작게 그리라면 크게 그렸다.

바지를 그려보자고 하면 치마를 입히고
동작을 다듬자고 하면 "왜지?..." 질문을 했다.
아이는 몇 번 미술을 배워보더니
시키는 그림 말고 내가 그리고 싶은 대로 그리고 싶다고 학원을 거부했다.

나는 아이의 그 고집이 멋있기도 때론 걱정스럽기도 했던 것 같다.

아이는 상장을 들고 와 보여주더니
" 그림으로 탔다!" 신나 했다.
미술 잘하는 아이들도 많을 텐데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좋았나 보다. 그림 원래 잘 그린다 등의 이야기를 주고받다 아이가 이런 말을 한다.

" 엄마 난 다방면으로 다 잘하나 봐. 깊게 말고 얕게.."

내가 6학년 때 했던 말이다.
뭐든 다 조금씩은 잘하는데 완벽하게 잘하지는 못하는 그 느낌.
그래서 뭐든 어려움은 없지만 무엇이 가장 1순위인지 고르기 애매한 마음.

그때 담임 선생님은 나에게
작가. 아나운서. 화가. 선생님. 변호사 등등
뭐든 원하는 걸 할 수 있다고 해주셨다.
조금씩 잘하는 것도 엄청난 재능이라는 말과 함께.

오늘 그 말을 아이에게 해주었다.
" 뭐든 얕게 잘하는 것도 엄청난 능력이야!
뭐든 가능성이 있는 거야. 골라잡아!"

아이가 웃는다.
얕게 잘하면 어떤가. 이것도 저것도 작게 흥미를 느끼면 또 어떤가.
상을 굳이 받지 못해도 뭐 어떤가.

나는 아이가 이런 생각을 하는 과정이 무척이나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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