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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김이 Oct 22. 2022

여유도 배워야 하는 법

리스본에서 둘째 날


여행지마다 각기 다른 특색을 가지고 있다.


어디는 익스트림 스포츠, 어디는 휴양, 어디는 자연경관이나 유적지 등 각각의 테마가 있는 것이다.

나는 리스본을 포함한 포르투갈 도시들의 테마는 '여유'라고 생각한다.

전날 반응이 시큰둥했던 엄마와 동생은 여행은 랜드마크를 찍고 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엄마와 동생에게 이번 여행을 통해 여유를 즐기는 여행을 알려주고 싶었다.





일찍 눈이 떠졌다.


오늘의 원래 계획은 리스본의 근교인 ‘호카곶’에 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내 기억을 돌이켜보면, 호카곶에 가면서 동행들과 우왕좌왕하고, 버스를 놓칠까 전력질주를 하는 등 쉽지 않았었다.

유라시아 대륙의 가장 서쪽 끝 지점인 호카곶은, 세상의 끝이라는 의미도 부여할 수 있는 상징적인 곳이자 아름다운 곳이다.

하지만 도저히 엄마와 동생을 데리고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과감하게 호카곶을 포기하고 리스본에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호카곶, 혼자였다면 다시 갔을까? (사진출처 : 픽사베이)


여유로운 여행이란 무엇일까?

내가 생각하는 여유로운 여행은 대중교통 시간에 쫓기지 않고, 잠시 앉아 쉴 수도 있는, 마치 처음이 아닌 것처럼 여유를 보여주고, 즐기는 그런 여행이다.

계속해서 새로운 전망대를 급하게 찾아다녔던 엄마와 동생을 생각하면 여유로운 여행을 할 수 있을지 우려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엄마와 동생이 아직 여행하면서 여유를 즐기는 법을 아직 모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의 나 역시, 여행이란 새벽같이 일어나서 계속 이동하고, 밤늦게 들어오는 그런 것이었다.

여러 경험이 쌓이면서 바쁘게 이동하는 것도, 여유를 즐기는 것도 모두 여행이라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


모르면 배우면 된다.


내가 엄마와 동생에게 여유를 즐기는 것을 가르쳐줘야지.



대문 밖을 나섰다.

그런데 어제와 달리, 오늘의 리스본은 조금 쌀쌀했다.

아무 말 없이 걷다, 우리는 시선을 교환했다.


“목도리라도 하고 나올까?”


다시 숙소로 돌아갔다.



아침 겸 점심은 조금 멀리 가서 먹기로 했다.

바로 리스본에서 가장 유명한 ‘파스텔 드 나타’의 에그타르트를 말이다.

파스텔 드 나타가 있는 벨렘 지구로 가기 위해서는 버스 혹은 트램을 타야 한다.





언제나부터인가 나는 연말마다 나만의 앙케이트를 진행했다.

올 해의 최고의 영화, 최고의 여행지, 최고의 책 등을 적어 내려 가며 한 해를 정리하는 것이다.

2018년 나의 최고의 음식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파스텔 드 나타의 에그타르트였다.


스물세 살의 나는 파스텔 드 나타 앞에 있는 공원에 앉아 홀로 에그타르트를 먹다가, 이 맛있는 순간을 누군가와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 아빠한테 전화를 걸었다.

에그타르트가 너무 맛있다는 내 말에, 아빠는 아끼지 말고 양껏 먹으라고 했다.

이미 에그타르트를 네 개째 먹고 있다고 하자, 아빠는 그 정도면 그만 먹으라고 했다.


파스텔 드 나타의 에그타르트는 내게 큰 충격을 주었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도 알리고 싶은 지독한 욕망이 있는 나는 벨렘지구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에그타르트에 대한 찬양을 엄마에게 늘어놓았다.

나의 에그타르트에 대한 찬양이 끝나자마자, 엄마가 물었다.


“에그타르트가 뭔데?”


분명 에그타르트를 홍콩에 여행 갔을 때도 먹고, 한국에서도 많이 먹었으면서 말이다.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가장 쉬운 방법은 최근의 예시를 드는 것이다.


“… 그 있잖아. 저번에 코스트코에서 스무 개짜리 샀던 거..”


“네가 사자고 해놓고 안 먹어서 버렸던 거? 으휴.”


한편 동생은 자기는 커스터드를 안 좋아해서 에그타르트는 별로란다.

우리가 이렇게나 다르다.

오늘도 시작부터 난관이다.




엄마와 동생이 화장실에 다녀오는 동안 에그타르트 두 세트를 샀다.

인 당 한 세트가 아닌 것을 용납할 수 없었지만, 엄마와 동생은 둘이 합쳐서 1인분의 양을 먹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그렇다고 나 혼자 두 세트를 다 먹기에는 사회적 체면이 허락하지 않았다.



화장실에 다녀온 엄마와 동생이 에그타르트를 커피와 같이 먹자고 했다.

커피를 마시면 이따가 또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할 거면서.

그래도 에그타르트를 커피와 먹는 것은 분명 좋은 제안이기에 받아들였다.


우리는 파스텔 드 나타 바로 옆의 스타벅스 야외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음료를 주문하자, 직원이 나에게 이름을 물어봤다.

이럴 때는 별 수 있나? 킴이다.



에그타르트는 정말 맛있었다. 역시 2018년 나의 최고의 음식이다.

반면 엄마와 동생은 누가 보면 매일같이 이 에그타르트를 먹는 사람처럼 뜨뜻미지근한 반응이었다.

처음이 아닌 것처럼 여유를 보여주는 것도 오늘 테마인 여유로운 여행이긴 하지만, 김이 새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에그타르트를 처음 먹어보는 사람인 것처럼 그 자리에서 몽땅 다 먹어버리고 싶었지만, 나 역시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주고자 두 개만 먹고 입을 닦았다.



그래도 종종 엄마는 이때 먹었던 에그타르트가 정말 맛있었다고 이야기하곤 한다.



제로니무스 수도원


파스텔 드 나타의 근처에 있는 제로니무스 수도원은 아름다운 외관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입장은 하지 않고, 아름다운 외관만 살펴보았다.

제로니무스 수도원의 외관을 보는 것은 얼마 걸리지 않았다.

우리는 제로니무스 수도원을 지나 바다처럼 보이는 테주강변으로 향했다.


테주강변에 가는 길에는 꽤나 멋진 요트들이 정박되어있었다.

그 요트들을 보고 엄마는 이모들과 통영 여행을 갔을 때 요트에서 하루를 보냈던 것이 떠올랐는지 요트 탐방 스토리를 시작했다.

요트 안의 방이 어떤 모양이었고, 요트 주인이 키우고 있는 리트리버 강아지의 얼굴은 사람만큼 큰데 겁이 많으니 어쩌니….

이야기를 듣다 보니 어느새 강변에 도착했다.


리스본 발견기념비


테주강변에는 포르투갈의 전성기인 대항해시대를 이끌었던 선원들을 기리는 발견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강변에는 젊은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었는데, 엄마와 동생은 기념비만을 한번 훑어보고 다음 장소로 이동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는 다른 젊은이들처럼 강변에 자리를 잡고 앉아 엄마에게 물었다.


아까 요트가 뭐 어땠다고?


엄마와 동생도 나를 따라 자리를 잡아 앉았고, 요트 탐방기가 다시 시작되었다.

요트에 주방이 어떻고, 베이글 샌드위치를 먹었는데 맛이 있었느니 어쩌니….

어제와 달리 날이 좋아 아무 곳에나 털썩 앉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엄마의 요트 탐방기는 끝이 났고, 엄마는 내게 물었다.


“저 바다 건너편에는 뭐가 있을까?”


바다가 아니라 강이라니까.

나는 건너편에는 엄청 큰 예수상이 있다고 알려주었다. 우리는 한동안 바다 같이 광활한 테주강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내가 말했다.


“에그타르트 하나 더 먹을까?”


우리는 에그타르트를 하나씩 입에 물었다. 원래 말을 하고, 들으면 당이 떨어지는 법이다.



시원한 강변 바람을 잔뜩 느끼고, 벨렘 탑으로 이동했다.

가는 길에는 갈매기가 많았다.

나에게 갈매기는 로마에서 목격했던, 비둘기를 사냥하는 흉폭한 맹조(猛鳥)였는데, 이곳 갈매기는 뒤뚱뒤뚱 걷는 것이 제법 귀여웠다.

우리는 갈매기를 구경하면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벨렘탑



엄마는 벨렘탑의 용도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모른다.

하지만 그것도 모르냐는 핀잔을 듣고 싶진 않아서 대충 요새라고 거짓말을 했다.

실제로 벨렘 탑은 나무다리를 건너야 들어갈 수 있는 구조였기 때문에 이 거짓말은 제법 잘 먹혀들어갔다.


나중에 찾아보니, 벨렘 탑은 포르투갈의 항해자 ‘바스코 다 가마’의 원정을 기념하기 위한 건축물로, 외국선박을 감시하는 용도였다가, 정치범을 수용하는 감옥이었다가, 현재는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지금이라도 이 사실을 밝히고 싶지만, 엄마는 이미 벨렘탑의 존재를 까맣게 잊어버려서 나의 거짓말은 영원히 정정할 수 없게 되었다.



벨렘탑 앞에서 열심히 사진을 찍고, 모형도 구경하며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한계가 찾아왔다. 배가 고팠다.

에그타르트는 에그타르트고, 밥을 먹어야 한다.



벨렘탑에서 버스로 두 정거장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식당으로 향했다.





야외 테라스가 있는 아기자기한 식당이었다.


야외에 앉고 싶었지만, 테라스 자리는 이미 만석이었기에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큰 액자가 옆에 걸린 자리에 안내받고, 메뉴판을 노려보았다.

직원의 설명에 따르면, 한 요리를 전식이나 본식으로 선택해서 먹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코스로 시킬지, 단품을 시킬지 고르라는 뜻이다.

나는 새우 요리, 문어 요리, 그리고 해물 리조또를 각각 본식으로 주문했다.


한편 내가 주문을 하는 동안 엄마는 핸드폰의 천지인 키보드로 무언가를 열심히 쓰고 있었다.

주문을 완료하고 떠나려는 직원에게 엄마는 핸드폰 화면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직원은 엄마에게 오케이 사인을 주고 떠났다.


무엇을 보여준 것이냐 묻자, 엄마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핸드폰 화면을 보여주었다.

핸드폰 화면에는 구글 번역기에 ‘짜지 않게 해 주세요’를 포르투갈어로 번역한 내용이 있었다.

구글 번역기는 또 어떻게 알았담?

엄마는 나에게 부탁하면 귀찮다고 할까 봐 직접 찾아보았다고 했다.

한편 동생은 자기는 핸드폰 용량 때문에 구글맵이며, 구글번역기며 어플들을 다 지워버렸는데, 엄마는 아직 남은 용량이 많냐며 부러워했다.


스스로 도전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요리는 그럭저럭 맛이 있었다.

다만 문어요리에 사용된 문어가 작아서 아쉬웠다.

그래서 내일 포르투에 가면 내가 두 번이나 갔던, 제법 큰 문어를 쓰는 식당에 엄마와 동생을 꼭 데려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반면 엄마는 분명 짜지 않게 해 달라고도 했는데 리조또가 짜다고 했다.

그럼 물을 더 시켜줄까 엄마에게 물었다. 하지만 한의원에서 갱년기 중에는 몸이 붓기 때문에 물을 많이 마시지 말라고 했다며 괜찮다고 했다.

물을 마시는 건 무조건 몸에 좋은 거라고 알고 있었는데 아니었나 보다.


동생은 이것도 맛있고, 저것도 맛있다고 하더니 금방 배가 찼는지 포크를 내려놓았다.





멀리 이동을 하기에는 시간이 애매해서, 우리는 다시 전망대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트램을 타러 정류장으로 향하는데, 구시가지처럼 공사를 하거나 바닥이 파이지 않아서 길이 깔끔하고 아기자기했다.




어제는 나 역시 리스본에 대한 감흥이 사라졌었는데, 리스본의 다른 계절도 겪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엄마와 동생에게, 리스본은 ‘공사를 하고, 바닥이 축축하고, 정신없는 도시’가 아니라 ‘아기자기한 도시’라는 이미지를 남길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한편 리스본의 또 다른 명물, 트램이 왔다.

트램을 보고 엄마는 소리를 질렀다.


“이걸 어떻게 타니!”


엄마는 트램에 타는 것을 망설였지만, 걸어가면 해가 져야 도착할 것이라는 내 말에 트램에 올라탔다.


리스본의 트램 내부



웬만한 전망대를 다 가는 리스본 28번 트램은 소매치기의 성지라고 불린다.

하지만 오늘은 사람이 많지 않아서 걱정을 덜 수 있었다.

동생은 트램이 신기하다며 왔다 갔다 바쁘게 사진이며 영상을 찍었고, 엄마는 그런 동생을 위험하다며 옆에 앉혔다. 그리고는 좁고 가파른 거리를 무자비하게 올라가는 트램이 무섭다며 눈을 질끈 감았다.

나는 엄마에게 그렇게 눈을 감고 있으면 소매치기의 표적이 될 수도 있다고 일러주었다.



트램은 오래된 운영방식을 고수하고 있었는데, 방향을 바꿀 때면 기사가 운전석에서 내려 직접 레일의 방향을 돌려야 했다.

우리가 탄 트램의 기사가 레일을 돌리는 것에 애를 먹고 있자, 다른 트램 기사들이 내려 도와주었다.

나는 그 모습이 정겹다고 생각했는데, 엄마는 머리가 아프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미라도루 다 세뇨라 전망대



어제와 달리 오늘은 비가 오지 않았어서 아무 곳에나 편하게 앉아 쉴 수 있었다.

구글맵에 따르면 이 전망대에서 버스킹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는데 오늘은 정말 조용했다.

가만히 앉으니, 엄마가 말문을 열었다.


전 회사에 대한 분노, 아빠에 대한 서운함, 돌아가신 할머니에 대한 아쉬움 등

엄마는 나누고 싶은 말이 이렇게 많은 사람인데, 계속 바쁘게 여행을 하느라 참은 것일까?

사실 나로서는 세내 번 정도는 들었던 이야기들이긴 하지만, 그냥 또 들었다.

대화는 열심히 사진을 찍던 동생이 우리의 시야에서 사라졌다는 것을 깨달을 즈음에 마무리되었다.

동생은 저 앞에서 좋은 곳에 자리를 잡고 속 편하게 앉아있었다. 그리고 우리를 발견하곤 잘 왔다며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다.


전망대는 고즈넉했고, 음악까지 있으면 분위기가 완성될 것 같았지만 우리에게는 블루투스 스피커가 없었다.

그런대로 리스본의 전경을 바라보고 있는데, 별안간 등장한 자동차에서 큰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우리는 소음이라면 소음인 그 노래를 음악 삼아 여유롭게 리스본을 즐겼다.



이제 다시 트램을 타고 숙소로 돌아가려는데, 오토바이 같은 교통수단인 ‘툭툭이’ 투어 기사들이 우리를 향해 니하오!라고 외쳤다.

나 역시 그들을 향해 코리안!이라고 외쳤다. 코리안이라는 말에 그들은 ‘안녕하세요’라며 호객행위를 하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를 백날 해봐라 우리가 툭툭이를 타나, 트램을 타지.


생각해보니 이번 리스본 여행 중에는 호객행위를 많이 겪지 않았다.

리스본에 관광객이 많던 시절, 코리안이냐며 접근하는 식당 호객행위가 너무 심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었다.

호객행위를 하는 식당 직원에게 나는 사우스코리안이 아니라 노스코리안이라며 로켓맨에 대한 설전을 벌였던 것을 생각하면, 이번 리스본은 아주 평화롭고 여유롭다.



숙소에 가는 길에 마트에서 제대로 된 파스타 소스와 모짜렐라 치즈 한팩, 토마토를 샀다.

그리고 여러 서칭 끝에 꽤나 평이 좋은 청포도 와인도 한 병 샀다.

오늘은 꼭 내가 먹었던 그 청포도 와인 맛을 보여주겠어!




청포도 와인은 또 실패했다.


어제 같은 레드와인인 것은 아니었지만, 내가 아는 그 청량하고 달콤한 와인이 아니었다.

그냥 화이트 와인의 맛이었다.

엄마는 이 와인도 괜찮다고 했지만, 역시 한 잔 이상 마시지 않았다.

분명 열심히 검색했는데, 분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낮에 식당에서 맥주를 마시지 말고 와인을 마실걸 그랬다.


그래도 오늘은 음식들이 다 맛있다고 했다.

엄마는 특히 토마토 카프레제가 맛있다며 한국에서도 토마토와 치즈로 이렇게 해 먹어야겠다고 좋아했다.

야채나 발사믹 소스가 없어서 간략하게 만든 것인데 엄마의 입에 맞아서 다행이다.




식사를 마치고, 근처에 있는 산타후스타 엘리베이터를 타보자고 제안했다.


산타후스타 엘리베이터 (사진출처 : 픽사베이)


하지만 엄마는 높은 곳은 무섭고, 지금 피곤하니까 쉬겠다고 했다.

결국 동생과 나만 숙소에서 나오게 되었다.

우리는 산타후스타 엘리베이터를 타는 줄이 길까 봐 열심히 뛰어갔는데 사람이 거의 없었다.


에펠탑을 건축한 ‘구스타브 에펠’의 제자 ‘라울 메스니에르 드 퐁사르’가 설계한 산타후스타 엘리베이터는 포르투갈의 국가 문화재다.

100년도 훨씬 넘은 이 엘리베이터는, 리스본의 언덕 지형인 리스본 시내의 상부와 하부를 연결하는 교통수단이다.

다만, 우리가 아는 현대식 엘리베이터처럼 자동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관리자가 매번 작동을 시켜줘야 한다.


덜덜 거리며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엄마가 탔으면 정말 무서워했겠다고 생각하며 상부에 도착했다.




전망대가 아니라 엘리베이터이기 때문에 대단한 뷰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특히, 계단으로 올라갈 수 있었던 최상단은 코로나 때문인지 아니면 점검 중이어서인지 올라가 볼 수 없었다.

동생과 나는 애매한 아쉬움을 안고 숙소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이제 리스본을 떠난다.

모든 도시들은 떠날 때 아쉬움이 남곤 하지만, 이번 리스본에서는 못한 것들이 많아 더 아쉬움이 남는다.


이 여유로운 여행으로 엄마가 리스본을 기억할 수 있을까?


나중에 엄마에게 리스본이 기억이 나냐고 물었더니, 골목골목 다니는 트램이 부산의 시내버스보다 더 심한 곳이라는 답을 들었다.

역시나 예상한 답은 아니었지만, ‘힘들었어’ 보다는 나은 답이라고 생각한다.


여행은 힘든 기억만으로 가득한 것보다 아쉬움이 남는 것이 낫다. 긍정적인 여지를 남겨주니 말이다.


여유로운 리스본 여행이 엄마와 동생에게도 예민과 짜증이 아닌, 긍정적인 여지를 남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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