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딴생각을 너무 많이 한다.
나보고 쓸대 없는 기억력에 사람들은 놀라곤 한다.
천재 아니야? 헛소리들도 한다.
그런데
집이나 약속 장소 경우.
그냥 지나쳐버리기 일수고 주변에서 헤매는 일이 많다.
그래서 다들 나보고 [길치]라고 한다.
길을 걷다가 정신 차리고 보면
난 절대로 길치가 아니다. 그런데
나와 같은 사람은 절대로 운전대를 잡으면 안 된다.
그래서 난 아직 운전면허증이 없다.
이래 저래 설명하기 귀찮아서 [길치] 맞다고 인정해 버리고 그러고 만다.
또는 이런 말을 자주 듣곤 한다.
"너의 집중력이 부러워"
"집중력이 어마어마한데? 비결이 모야?"
이런 말들이 좋게만 들리지는 않는다.
난 그저 모든 사물을 좋아하고 공상과 상상 내지는 사색하는걸 즐기는 편이다.
이런 것들이 내가 [다름]이라고 알게 된게 대략 10년 전쯤 된 것 같다.
내가 아주 천천히 철이 들어감에 따라 생활의 불편함이 점점 더 깊게 가중되고 있다는 걸 알았다.
이것이 물건이면 치우기라도 하는데...
그 [다름]이 아닌 특이하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일상생활을 불편하게 만드는 아주 큰 요인이 될 때가 아주 아주 많았다.
최근 또한.
2016년 3월 23일 12시 40분 AM
계속되는 밤샘 작업에 알콜과 음료 그리고 먹을 것을 사러 편의점에 갔다가 (건물 앞에서 60초 소요)
집에 들어가기 위해 건물에서 비번을 입력을 했다.
띡띡
(비밀번호를 입력하십시오)
띡띡띡띡 띡!
(비밀번호가 틀립니다. 확인하시고 다시 입력하여 주십시오.)
계속되는 오류 경고음에 내 머리는 실타래처럼 숫자 네 자리는 엉키기 시작했다.
원래 달봉이가 내가 필요한 물품과 먹을 것들을 퇴근길에 사주었기에
낯선 이곳에 이사 오고 난 뒤엔 늦은 시간엔 혼자 나갈 일이 없었다.
이날 따라 달봉이가 너무 피곤에 절여저 곤히 잠들었던 상황이라 깨우기 싫었고
30분 동안 비번을 이것저것 눌러보고 결국 인터폰을 울릴 수밖에 없었다.
인터폰을 20분 동안 울려뎃는데
'잠이 깊이 들었나 보다. 어쩌지...'
하지만
미안하더라도 방법은 깨우는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 아침까지 있는 건 아니잖아! 이건 아니잖아. 꿈일 거야."
울컥하니 얼굴에 뜨거운 한 줄이 그어지고 있었다.
전화도 걸어보고 부들부들 인터폰을 울려뎃다.
새벽에 차들이 왜 그리 듬성듬성 건물 주차장으로 들어가던지...
결국 지나가는 사람들이 나를 이상하게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점점 무서움이 밀려왔다.
달봉이한테 전화를 걸어놓고 통화를 하는 듯 연기를 하기 시작하며
'그래!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사람이 있다면 따라서 들어가야지!'
기회를 힐끔힐끔 보고 있었다.
어쩔...
주차만 하고 그냥 다른 데로 다들 가버리는 거 아닌가..?!
(((두둥)))
20분 더 이러고 있을 동안 달봉이와 겨우 통화가 드디어 됐다!
30초? 지났나.
엘리베이터가 계속 3층에 머물러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우리 집은 4층인데...
4층인데...
4층인데...
4층인데...
두리번 두리번
.
.
소. 오. 름!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창. 피. 소. 름. 자. 책.
엘리베이터 안에서 머리를 부여잡고 집에 들어오자마자 맥주를 마셨다.
차라리 술 취해서 이런 일이 생겼다면 반성이나 할 텐데...
' 아무도 안 사는 것일까? '
'아직 집에 오지 않았던 것일까? '
'나중에 CCTV 확인해서 날 찾아내는 건 아닐까?'
두려움이 마구 머릿속에 엉키기 시작하고 점점 하해져 갔다.
"자기가 요즘 피곤해서 그래."
달봉이가 이럼서 위로를 해 주었지만
피곤한 달봉이한테 미안해서
어디에 가서 숨고 싶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