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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라 Dec 06. 2023

속은 것은 그냥 속은 것이다.

세비야의 유태인구역에서는 속아도 행복할까?

(이게 원래 글 제목이었지만, 글을 쓰고 나니

속은 기분에 대한 나의 감정을

대변하기에는 적절치 않은 면이 있다)

   

그렇다! 그러나, 당신이 여행자라면 맞다.

그러나, 거주하는 그 사회의 일원이 된다면

또 다른 얘기가 될 수 있다.

게다가 그들과 생김새가 다른 외국인이라면,

가끔 생각이 깊어지게 하는 구석이 있다.

 나는 구불구불 미로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세비야의 구시가지의 유태인구역에 꽤 오랫동안 살았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연예인급의 외국인들을 보면,

아마도 한국에 대해서 비판하고 싶은

면이 많을 텐데,

방송에 나와서는 긍정적인 얘기만 해야 하니,

참 고역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스페인에 살 때는

나는 스페인 친구들에게 거침없이

여기 왜 이러냐고 투덜거리기를

많이 했는 데, 지금 생각해 보면 무척이나

미안한 맘이 들기도 한다.

지금이야 다 지나간 얘기지만,

그때는 우와~~ 진짜 이건 아니지...

이런 일들이 많았다.    

  

일요일 아침에 갓 튀긴 추로스를 먹는 게 참 좋았다.

내가 매 주일 가던 추로스집은 세비야에서

가장 맛있게 하는 집일 것이다.

추로스집은 아주 유명한 레스토랑과 레스토랑 사이의 모퉁이에 잡고 있어서,

일요일 아침엔 그 레스토랑의 야외테이블에서

커피를 주문하면 그 테이블에 앉아

 추로스를 즐길 수 있었다.

휴일 아침을 추로스와 함께 시작하는 것은

소소한  기쁨이자,

빼먹기 싫은 루틴의

하나이기도 했다.


지금은 사람들이 종이 신문을 거의 보지 않지만, 20년 전만 해도 종이 신문을 많이 봤었다.

일요일판 종이신문을 사면 사은품으로 뭔가를 주곤 하는 데, 일요판 종이신문을 사고, 덤으로 따라오는 것을 얻고

추로스와 따뜻한 초콜릿과 함께 먹는 것

그리고 적절한 광합성!

그 자체로 즐거웠다.


가끔 종이신문이 주는 시리즈. 컬렉션을

건너뛰는 주에는 그게 왜 그리 안타깝던지..

그때 시리즈로 받은 것 중에는

안달루시아 전통 부채 컬렉션

그리고, 스페인의 유명 셰프들의 레시피가 들어있는

소책자, 심지어 Dvd가 포함되기도 했다.

  

추로스집은 일요일 아침에는  길게 줄이 선다.

동네사람들부터 시작해서

관광객들까지, 모두가 한 마음으로

일요일의 추로스를 기다린다.

밀가루 튀겨서 설탕 뿌린 게 이렇게 맛있을 수 있을까?   

   

하루는 친구와 일요일 아침 추로스를 먹는 데, 그 친구가 내게 추로스 양이 적은 것 같다고 하는 것이었다.

나는 원래 이 양이라고 말했지만, 내 친구왈, 아마도 나에게 조금 적게 준 것 같다는 것이다. 그래서,  먹기 전에 봉지채 다시 들고 가서 주인 할머니에게 양이 내가 주문한 양과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신경질적으로 내 추로스봉투를 다시 받아, 저울에 재더니, 몇 개 빠졌네. 하며 다시 담았다. 그러면서, 이런 실수는 할 수 도 있지 하는 표정을 지었다.


 처음에는 나도 그런지 알았다.

그러나 그 일이 있은 후부터 나는  추로스를 주문할 때 저울에 다시 한번 재달라고 얘기를 했고, 그때마다 번번이 나에게 담아준 양이 작아서, 추로스를 더 담는 과정을 반복해야 했다. 어느 날은 할머니가 자꾸 이럴 거면 담아주는 종이 값도 내야 하지 않겠냐고 말하기도 했다. 모든 스페인사람에게 안 받는 추로스를 포장지값을  나만 받겠다고? 정말 미쳤구나.

 이럴 때는 동방예의지국이고 뭐고 없다.

그냥 외국인을 속이는 고약한 늙은 상인일 뿐이다.      


과연 나에게만 이랬을까? 여행후기를 남긴 많은 블로그들을 보면 이 집에서 추로스를 먹으며 올린 인증숏이 넘쳐난다. 여행 가서 한번 추로스를 스페인사람들 보다 양을 적게 받았다고, 그렇게 기분 나쁠 것은 없을 것 같다.

 아예 그 자체를 몰랐을 테니까.

그리고, 이제 할머니는 연로하셔서

더 이상 추로스집에 출근하지 않으신다.


나는 격주로  추로스집을 갔으니,

내가 동네사람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수시로 속인 것이다.

그러나, 나는 자존심도 없이 그 후로도  나는 가끔 갔다.


아이고! 내 자존심

맛난 것 앞에서 한없이 약해지는 인간의 먹성이라니.


 사람은 사람이고, 추로스는 추로스다라는 생각이 아니었을까 싶다.  항상 주인 할머니가 있는 것이 아니고 히피스타일을 한 할머니의 아들이 팔기도 했고, 그의 여자친구가 나와 있을 때도 있었고, 중남미에서 온  종업원들이 있을 때도 있었다.

 그러니까, 주인할머니가 없을 때만 갔다고 보는 게 맞다.     

 

나는 내가 애정하는 나라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그것을 당하는 것이 외국인이어서라는 점이 너무 화가 났지만, 사람 사는 곳 다 이런 거다. 크게 다르지 않다.

에이~. 한국은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싶겠지만,  한국이건 스페인인건 뭔가를 속았다는 느낌을 받았을 때의

감정은 동일하다.


왜 유튜브에 보면 수산시장에서

수족관에 있는 생선이 아닌 다른 사이즈의 생선이

 상에 올려지지 않는 상황이 종종 생기니

조금 하라는 영상 같은 게 올라오는 것이

보이던데

피차일반이라고 말할 수 도 있을까?



게다가 한국이 인종차별이 심하다는 데 에는

반대의사를 낼 수가 없다.

 이 말은 스페인 친구가 한 말이기도 하다.      


나는 되도록 스페인에 대한 좋은 얘기만 하고 싶다.  스페인이 좋았고, 그 스페인이 만들어 낸 플라멩코가 좋았고, 사람들의 유쾌함이 좋고 많은 것들이 나와 맞았다. 그러나, 이러한 작고 큰 이러한 해프닝들 속에서

나의 애증은 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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