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기울이면 들을 수 있는
(Claude Monet, The Magpie, 1868-1869)
눈이 온다. 이 때다. 얼른 이것저것 닥치는대로 입고는 우산을 챙겨든다.
이럴 때는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포크로 그어가며 먹어야한다.
아이스크림 가게를 나오는 길에 눈발이 제법 굵어졌다.
하얗고, 너무 얇아서 만지면 부서저버릴 것만 같은 콘 플레이크, 그 소리마저 바스락 거릴 것 같은,
우산이 만든 돔은 우산 밖에서 흩어질 법한 소리들을 안에서 동그랗게 모아 내 두 귀로 가져온다.
우산 위 떨어지는 눈 소리… 얇은 우산 위에 타닥 타닥 가볍게 떨어지는,
장작불 사이로 비집고 나오는 타들어가는 소리… 타닥 타닥 날카롭게 간질거리는.
비슷한듯 따뜻하고 차가운 소리.
발로 밟는 눈은 폭폭하다. 새로이 쌓여가는 곳만 밟는다. 그래야 폭폭하다. 쌓여갈수록 포옥 포옥, 포오옥 해진다.
멀지 않은 곳에서 까치 소리 들리는데 ,
눈장난하는 아이들의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껴입자. 부츠도 신고, 장갑도 끼고, 모자도 쓰고, 목도리도 휘뚜루마뚜루 두르자.
아이스크림은 잠시 냉동실에 넣어두고,
집었던 우산은 그대로 두자. 내 손은 눈사람 만드는데 쓸거다.
아니다. 우산을 들자. 내 눈사람도 눈내리는 바스락거림을 밤새 들을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