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가현숙 Sep 27. 2023

힘들어도 괜찮아, 기타가 있잖아!

 Plug in baby - Muse.

Plug in baby’는 영국 밴드 Muse의 01년도 발표곡이다. 처음, 이 곡의 전주를 듣자마자 ‘아, 너무 좋은데?!’ 라고, 감탄했다. 단순 반복되는 기타 연주는 불편하면서도 묘하게 매력적이다. 보컬의 음색은 퇴폐적이면서도 세련되고, 직설적인 가사는 유치하지만, 매우 귀엽다.


https://www.youtube.com/watch?v=99I7gpswhQ4

Muse - Plug In Baby [Live From Wembley Stadium]


‘Plug in baby (내 사랑 전자기타는)

Crucifies my enemies (나의 적들을 부숴버려)

When I’m tired of giving’ (내가 모든 것을 포기할 때)


내 느낌대로 이 노래를 표현하자면, ‘지금은 힘들지만, 괜찮아, 나에겐 기타가있잖아!’ 라고나 할까. 

지난 사춘기 시절, 친구와 나눴던 오글거리는 편지 내용들을 들킨 것 같아 갑자기 부끄러워진다.


중3 때, 난 록 음악에 빠졌고, 취향이 같은 친구와 함께 전자기타를 배웠다. 

우린 훌륭한 기타리스트가 되고 싶었다. 꼭 멋진 밴드를 만들자고 약속했다.

자주 얼굴 보면서 지내면서도 셀 수 없이 많은 손 편지를 수시로 주고받았다.

‘미래 기타리스트 친구야 힘내!’ ‘기타 연습 열심히 하자, 파이팅!’ ‘지금은 힘들지만, 괜찮아, 우리에겐 음악이 있어!’ (지금도 이렇게 서로에게 힘이 되는 청소년들이 있는지 정말 진지하게 궁금하다)


실제로 고등학교 때부터 이 친구와 밴드 활동을 했다. 그렇지만 취업을 준비하면서, 그토록 바랐던 ‘음악이 있는 생활’도 흐지부지 끝나게 되었다. 돌이켜보면, 음악을 진심으로 하고 싶다기보다는 음악에 빠진 내 모습이 좋았던 것 같다.


친구 노진아(중앙)와 함께한 밴드 구락부 시절 모습.  베이스 임혜경, 드럼 류미향, 난 보이는 오른쪽

                <공연장은 인천의 락캠프. 백운역에 있음>




사춘기 시기엔, 전두엽의 크기가 뇌의 다른 부위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다. 그래서 비이성적인 판단과 충동적인 행동이 잦다고 한다. 그렇다고 사춘기 시기의 판단이 늘 어리석었던 걸까?

어른이 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주로 한다고 해서, 옳고 행복한 결과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뇌의 성장이 안정을 이룬 어른이 되니 “힘들어도 괜찮아. 나에겐 OOO가 있으니까.” 할 만큼 앞뒤 가리지 않고 뭔가에 깊이 빠지는 일이 없게 되었다. 뭔가에 깊이 빠지는 것 자체를 중독이라 생각하고 멀리하게됐다. 

“친구야 힘내, 조금만 더 노력하면 잘될 거야!”라고 응원할 만한 희망의말은 전두엽 속에 넣어두게 되었다. 선택의 순간이 되면 내 욕구는 절제했으며, 원하는 것은 뒤로, 또 뒤로 미루며 살았다. 

이렇게 이성적으로 애쓰며 살아도 자주 손해를 봤다. 때로는 어리석은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모두 잘

사는 것 같은데, 나만 제자리여서 실망하기도 했다. 나중으로, 나중으로 미뤄두고 참았던 일들은 결국 나이가 들어 버거운 일이 되어 버렸다.


이젠 좋아하는 것을 해보며 살려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을 찾으며 살려 한다. 

앞뒤 가리지 않고 좋아하는 것에 빠져 즐겁게 살고 싶다.

때로는 손해 보는 판단도 하고, 친구들에게 손발 오그라드는 위로도 진심으로해주고 싶다. 

사춘기 그 시절처럼.

작가의 이전글 야구와 맥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