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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

by 원당

<디카에세이>

여수 장도 근린공원(2024.10.05)




채식주의자



원당 임형묵



여자는 처음에 음식을 가리지 않았다. 채소나 고기도

그녀의 머릿속을 뱃속을 헤집는 꿈.


옴몸이 피

먹었던 음식을 뱉어낸다 거부한다.


육식에 의한 악몽, 아버지에 의한

오토바이에 온몸이 질질 끌려가는 죽어간.


그 살점을 먹었고, 같이 음식을 먹었던 사람들의 피 묻은 입술, 핏빛 어린 눈들이 보였고,

분노가, 폭력이 그녀를 세상으로부터 멀어지게 했다.


폭력은 고기첨에 의한 것만도 아니었다. 살 부대끼며 사는 가족, 한 이불 덮고 자는 남편, 욕망 덩어리를 잠재우지 못하는 인간.


그녀는 그것들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힘이 없었다. 우리에서 나오지 못했다.


그녀는 고깃덩어리에 저항했다.

고깃덩어리로만 보는 사람들에게 절규했다.

자기 몸이 불살러질지라도,

고깃덩어리처럼 부서지고 짓이겨질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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