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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당 Oct 17. 2024

채식주의자

<디카에세이>

여수 장도 근린공원(2024.10.05)




                        채식주의자 



                                                     원당 임형묵 



여자는 처음에 음식을 가리지 않았다. 채소나 고기도.

그러던 어느 날 여자는 꿈에 시달린다. 악몽이다. 

그녀의 머릿속을, 뱃속을 헤집는 그 무언가에 시달려 피를 흘린다. 

옴몸이 피로 물든다. 


먹었던 음식을 뱉어낸다. 거부한다,


육식에 의한 악몽, 아버지에 의한, 

오토바이에 온몸이 질질 끌려 죽어간 개를 보았고, 

그 살점을 먹었고, 같이 음식을 먹었던 사람들의 피 묻은 입술, 핏빛 어린 눈들이 보였고,

분노가, 폭력이 그녀를 세상으로부터 멀어지게 했다. 


폭력은 고기첨에 의한 것만도 아니었다. 살 부대끼며 사는 가족, 한 이불 덮고 자는 남편, 

어쩌면 욕망 덩어리를 잠재우지 못하는 인간들로부터 올 수도 있다는 것을. 

그러나 그녀는 그것들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힘이 없었다. 우리에서 나오지 못했다. 


그녀는 온몸으로 고깃덩어리에 저항했다. 그녀를 고깃덩어리로만 보는, 그리 여기는

사람들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나신의 몸으로 세상과 맞섰다. 절규했다. 

자기 몸이 불살러질지라도. 곤두박질처 고깃덩어리처럼 부서지고 짓이겨질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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