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음식을 먹지 않아도 된다면 참 편할 텐데.
냉혈 동물(변온 동물)은 체온을 유지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많은 에너지가 필요 없다. 반면, 온혈 동물(정온 동물)은 일정한 체온 유지를 위해 많은 양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특히 식사를 중요시한다. 어떤 사람과 친해지고 싶으면 밥 한 끼를 같이 해야 한다는 등, 인사에서도 "식사 하셨어요?", "나중에 밥 한 번 먹자.", "밥 값 좀 해라."라는 식이다.
유튜브를 보다가 카멜레온 관련 영상을 봤다. 카멜레온은 변온 동물로 며칠에 한 번만 밥을 먹으면 된다는 것이었다. 인간은 정온 동물이라 매일 밥을 먹어줘야 한다는 과학적 사실을 33살이 되어서야 알았다.
인간이 변온 동물이면 식비도 줄일 수 있고 "오늘은 뭐 먹지?", "오늘 메뉴는 뭐지?", "이 반찬 맛있네."와 같은 고민을 안 해도 된다.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 중 하나다. 식사는 생존뿐 아니라 인간관계에서 필수라고 교육(?) 받아 왔다. 그런데 그 유튜브 영상을 보고 나니 인간 중심 적라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먹는 게 당연한 것이 아니라면 약속을 음식점이나 카페로 잡을 필요도 없고, 식습관에 대해 평가를 내릴 필요도 없다.
거리에 빼곡한 카페와 음식점들은 무엇으로 대체될까? 다른 감각을 느끼며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 많아질 것 같다. 가령, 자신이 원하는 향수를 제조해서 그 향을 맡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카페라든지, asmr을 들을 수 있는 부스형 카페라든지 말이다.
예전에 '인간의 조건'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쓰레기 없이 살아보기', '스마트폰 없이 살아보기'와 같이 살면서 꼭 필요하다고 했던 조건들 없이 일정 기간 견디는 예능프로그램이었다. 환경문제, 스마트폰 중독, 소비습관과 같은 시사적인 문제와도 연결되어 당시 인기가 많았다. 카멜레온 영상으로 시작되어 인간의 조건(?)으로 이어지는 단상은 결국, 일상을 새롭게 바라보자는 또 하나의 상투적인 문장으로 정리됐다. 하지만 그 상투적인 문장도 나만의 의미로 새롭게 해석한다면 그 또한 일상을 새롭게 바라본 것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