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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예신 Jun 06. 2023

인공지능을 대하는 자세

My stance on artificial intelligence

하이프 사이클(Hype Cycle)이란 개념이 있다. 미국 유명 IT 자문사 가트너(Gartner)가 제시한 이 그래프는 유망기술의 성숙도 혹은 과대 광고 주기를 나타낸다. 대부분의 신기술은 등장 초기에 인기가 급격히 상승한다. 미디어, 정치권, 투자사들은 마치 해당 기술이 세상을 단박에 뒤바꿔놓을 것처럼 집중적인 보도와 정책과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그러나 어떤 시점이 되면 거품이 꺼지기 시작한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지루함, 기술적 한계, 대중의 관성, 수익화의 어려움, 윤리적 문제 등. 어느샌가 미디어의 언급은 줄어들고, 정치인들은 정책을 번복하며, 투자사들도 발을 빼기 시작한다. 하이프 사이클의 바닥을 치기 시작하는 것이다.


가트너 하이프 사이클

진정한 시작은 그때부터다. 해당 신기술이 정말 유용하고, 수익성이 있으며, 인류의 삶을 개선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여부를 밑바닥부터 입증하며 올라와야 하기 때문이다. 하이프 사이클이 정점일 때 촉망받던 많은 신기술과 관련 스타트업들은 그때부터 생존 경쟁에 들어선다. 클라우드, 메타버스, 디지털 트윈 등 역대 수많은 기술과 기업들은 현재 바닥을 통과하는 중이다. 내가 몸담고 있는 블록체인 산업도 하이프 사이클의 바닥을 허우적대고 있다.


생성형 AI 기술은 어떨까? 인간의 업무 생산성, 특히 콘텐츠 창작에 있어서 AI는 대단히 유망한 기술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AI라고 해서 하이프 사이클과 무관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아마 AI는 높은 확률로 향후 기술적 문제(할루시네이션 등), 환경 문제(막대한 컴퓨팅 자원 필요), 윤리적 문제(딥페이크 등), 정보 유출 문제 등이 불거지며 하이프 사이클의 바닥을 경험할 것이다


또한 생성형 AI 기술의 유용성과 AI 관련 스타트업들의 생존은 다른 문제다. AI 기술이 아무리 유망하더라도, 수익성 있는 BM을 바탕으로 지속적, 장기적 투자를 유치해내는 소수의 AI 기업만이 결국 규모의 경제를 갖춰나가며 생존한다. 사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얘기이기도 하다.


이 글은 AI에 대한 회의론이 아니다. 모든 신기술과 유관 산업이 겪는 하이프 사이클을 염두에 둔다면, 너무 호들갑을 떨거나 포모(FOMO)에 시달릴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신기술의 등장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공부와 준비 없이 무작정 불나방처럼 뛰어들었다간 머지않아 환상이 깨지며 괴로워지는 순간이 반드시 찾아 온다.


누구에게 조언하는 것처럼 글을 썼지만, 사실 나 스스로에게 하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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