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스갯소리 May 31. 2024

연기 학원의 잘생긴 학우

눈만 깜빡여도 잘생겼잖아

스물셋, 연기 학원에 등록했다.

연기를 통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어볼 수 있는게 매력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다양한 경험을 하리라는 생각에 꽂혀있다보니 캐릭터를 넘나드는 연기라는 분야까지 관심을 두게 되었다. 연기로 내면의 무엇을 끄집어 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다.


학원비는 비싼 편이었지만 그간의 아르바이트를 통해 모아둔 돈으로 충당했다. 기차를 타고 2시간 거리에 있는 학원을 일주일에 두 번 갔다. 내가 들어간 반은 신설된 반으로, 반 사람들은 모두 나와 같이 연기를 배워본 적 없는 생초보들이었고 연령대는 스무살부터 마흔살까지 있었다. 나를 제외하고는 모두 배우지망생이었기 때문에 다들 외모가 출중했다. 외모가 출중하지 않아도 연기할 수 있는 것이지만 외모지상주의인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배우=출중한 외모'라는 보이지 않는 공식이 있는 것 같다. 빌어먹을 외모지상주의.


학원을 통틀어 주목받는 사람이 우리 반에 있었는데, 다름아닌 모델 비율의 신체와 잘생긴 얼굴 때문이었다.

그가 바로 지금의 서강준이다. 당시에는 데뷔하기 전이었으니 그를 서강준과는 다른 본명으로 알고 지냈다. 나는 연기학원을 석 달 정도 다녔으니 그 시간동안 같이 밥을 먹거나 한 반에서 연기 연습을 했지만 그에 대해 아는 것은 별로 없다. 단지 그가 눈만 깜빡여도 잘생겼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연기학원을 그만두고 몇 달 후 식당에서 부리또를 먹으며 무심코 시선을 둔 티비에 그가 나오기에, 카톡으로 그에게 티비에 나오는걸 봤다고, 축하한다고 했더니 고맙다며 뮤직비디오를 찍었다고 답을 받았었다. 배우와 잠시나마의 인연으로 카톡을 주고받을 수 있었던건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나에게 조금은 특별한 경험이었다.


그는 이후 워낙 많은 작품을 찍고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이름을 알렸고, 나는 나대로 내 꿈을 이뤘다. 드라마에서, CF에서, 커다란 전광판에서 그를 마주할 때면 잠시나마 연기를 배웠었던 그 때를 떠올린다. 연기는 아직도 다시 배워보고 싶은 것 중 하나다. 내가 아닌 전혀 다른 사람의 캐릭터에 몰입해볼 수 있는 것은 연기가 지닌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남은 생애의 언젠가는 취미로나마 연기에 다시 도전해보리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