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는 어린시절 배우고 싶었던 운동이다.
아버지는 아마도 금전적 이유 때문이었겠지만, '발레하다 다리 찢어진다'는 이유로 내가 발레 배우는걸 불허했고, 나는 어른이 되면 꼭 발레를 배우리라 생각했다. 그렇게 이십대 중반에 성인 발레 교실을 찾아갔다. 지금은 성인 발레 교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지만 그 무렵 발레는 오로지 아동 발레 위주라서, 내가 사는 동네에 성인을 대상으로 가르치는 곳은 딱 한 군데 있었다. 그 한 군데도 이제 막 성인반 모집을 시작하고 있었다. 나는 주저함 없이 등록했고, 꿈에 그리던 발레를 배우기 시작했다.
가장 설레는 포인트는 토슈즈를 착용하고 운동한다는 거였다. 내 발에 꼭 맞는 토슈즈를 착용하는 것만으로도 어린 시절 로망이 상당히 실현된 것이었다.
발레라는게 유연성을 요하는 운동이다 보니, 본격적으로 발레를 배우기 전에 스트레칭을 꽤 오래 한다. 스트레칭을 할 때부터 클래식 음악을 배경으로 깔기 때문에 우아한 백조가 된듯 한 기분으로 운동을 할 수 있었다.
스트레칭이 끝나면 바를 잡고 선생님이 가르쳐주시는 동작을 하나씩 따라해본다. 앞에는 전신 거울이 있기 때문에 내 모습을 여과없이 확인하게 되는데, 전신 거울 속 내 모습을 볼 때마다 현타를 느끼는건 어쩔 수 없었다. 동작에 붙은 이름들은 우아하면서도 왜그리 어려운지. 계속 들어도 자꾸 까먹었다. 그리고 연결 동작을 하려고 하면 머리 따로 몸 따로 놀아서, 삐걱이는 로봇처럼 움직이는 때가 많았다.
삐걱이는 로봇 흉내를 석 달 정도 해도 차도가 안 보이자 나는 지쳐갔고, 지쳐가는만큼 흥미도 함께 잃었다.
내게 남은건 내 발에 꼭 맞는 토슈즈와 약간의 유연함 뿐. 그래도 발레를 향한 미련은 다 털어버렸다. 막상 해봤을 때 나한테 맞을지 안 맞을지 모르니 열망이 움트는 것은 직접 부딪혀보고, 계속하든 마음을 접든 하는 편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