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삭 산모가 된 나는 2주에 한 번씩 산부인과에 간다.
담당 의사 선생님은 초음파로 아기의 성장은 물론이고 내 체중도 체크하는데, 이번 진료에서는 산모가 살이 덜 쪄서 아기 무게가 덜 늘고 있으니 다음 진료까지 살을 찌워 오라는 미션을 받았다. 선생님 말씀은 잘 들어야 하는 법. 나는 선생님 말씀을 구실 삼아 남편에게 소고기를 사달라고 했다.
마침 다음 날이 토요일이었기에 늘어지게 자고 느즈막히 일어나 오로지 소고기를 먹기 위해 외출했다. 소고기 구이를 먹는건 무지 오랜만이었다. 소고기 500g을 주문하고 반찬부터 해치우기 시작했다. 아침식사를 건너 뛰고 정오가 넘어서야 먹는 첫 끼니이기에 입으로 들어가는건 다 맛있게 느껴졌다. 고기가 나오고, 남편이 본격적으로 소고기를 굽기 시작하자 금새 고기가 익었다. 소고기는 돼지고기처럼 바짝 익히는 노고 없이 바로 바로 먹을 수 있는 점이 크나큰 장점이다. 타기 전에 먹어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인해 천천히 꼭꼭 씹어 먹자는 다짐이 무색하게 재빨리 씹어 먹었다.
절반 정도 먹어 치우자 이만하면 됐다 싶은 포만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소고기를 남길 수는 없는 법이라, 어찌됐든 마지막 한 점까지 먹어 치웠다. 만삭이기에 이미 불러있는 배이건만 더 불러진 배를 두드리며 식당을 나섰다. 소고기만 먹고 바로 집에 가기에는 아직 대낮이었다. 마침 가보고 싶다고 점 찍어뒀던 카페가 눈에 띄었다. 집돌이라서 어쩌면 바로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을 남편의 손을 이끌고 카페로 향했다.
하필 우리가 들어간 카페는 치즈케익이 시그니처 메뉴인 카페였다. 배가 부르지만 시그니처는 먹어봐야지 싶어 음료와 함께 치즈케익도 하나 시켰다. (산부인과 의사 선생님의 미션에도 부응해야 하고 말이다.) 창가에 자리를 잡고 치즈케익과 음료를 받아와서 남편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눴다.
남편과 나는 둘 다 교육이라는 공통 관심사가 있어, 그 주제에 관해서라면 두 시간이고 세 시간이고 말하게 된다. 이번에는 치즈케익을 야금야금 베어 먹으며 '효과적인 학습법은 무엇인가'를 놓고 이야기를 나눴다. 주말 낮에 카페에 앉아 이따금씩 창문 밖 사람들을 응시하기도 하면서 음료를 한 모금 마시는 순간들. 아기를 낳으면 이제 다른 세상이 펼쳐질 것이기에, 둘만의 시간이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 남편이랑 결혼한지는 2년 반, 만난지는 5년. 앞으로도 틈틈이 이렇게 데이트 하면서 지내고 싶다.
보고 있나, 나의 집돌이 남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