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 건조대를 장만했다.
곧 아기가 태어나면 하루에도 몇 번 씩 빨래를 해야하고 건조기에 못 돌릴 옷이 많아, 실내에서 쓸 수 있는 빨래 건조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건조대를 사면 꼭 연마제 제거 작업을 하라는 글을 봤기 때문에 상품을 받은 즉시 스텐으로 된 봉 부분을 하나하나 닦기 시작했다.
얼마 만큼 까맣게 묻어날까 싶어 닦은 키친타올을 확인해 보니 닦아내는 족족 시커멓게 묻어나왔다.
'호오, 안 닦았으면 어쩔 뻔 했어?'
닦는 행위의 유용함을 확인하고 약간의 뿌듯함을 느꼈다.
그리고 다섯 번 쯤 닦아내면 되려나 싶어 다섯 번을 닦아냈을 때, 이 작업이 그리 호락호락하게 끝나지 않으리란 것을 직감했다. 연마제가 더이상 묻어나지 않을 때까지 닦아내는 일이 순간적으로 나에게 중요한 과업처럼 느껴졌다. 나는 오기가 생겨 연마제 제거에 더욱 집착하게 되었다.
남편은 옆에서 함께 연마제를 제거하다가
"이 정도로 했으면 됐어. 너무 열심히 해서 스텐이 닳겠어."
라며 손을 털었다.
"그래야지."
수긍하는 대답을 했지만 홀로 연마제 제거에 몰두하기를 한 시간여...
그럼에도 여전히 희미하게나마 묻어나오는 연마제라니!
대체 얼마나 더 닦아야 이 일이 끝날지 가늠되지 않았다.
나는 그만 연마제와의 전쟁에서 휴전을 선언했다.
밤이 깊었고 끊임없이 묻어나는 연마제에 질렸기 때문이다.
한숨 자고 저 치(연마제)를 다시 새로운 마음으로 마주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당장은 일보 후퇴지만 기필코 박멸하고야 말리라.
분하다.
Brunch Book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