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육이 가게를 차린다는 선언을 한지 어언 석 달이 지났다.
혈육은 직업이 따로 있고 비교적 밥벌이를 잘 하고 있어, 굳이 일을 벌이지 않아도 되는 형편이었다. 그런 그가 가게를 차린다는 말을 들었을 때, 가족 모두가 만류했다.
특히 부모님은 분식집에서 시작해 돼지갈비집까지 어언 10여년 이상 장사를 해봤기에, 고생 길이 훤하다며 뜯어 말렸다. 나 역시 혈육이 불황기에 가게를 오픈하는게 염려되었지만, 당사자가 본인의 자산을 투자해 해보겠다는데 말릴 수는 없겠다는 입장이었다.
우리가 불안해 하는 동안에 혈육은 가게 자리를 알아보고, 계약을 하고, 인테리어 공사를 시작해서, 오늘에 이르러 개업을 했다. 이제는 주사위가 던져졌기에 과연 어느 정도의 손님이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사이트에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손님들의 후기를 찾아 보면서 반응을 점검했다. 맛있어서 또 오고 싶다는 후기를 보면, 가족들과 공유하며 혈육의 미래를 낙관하며 가슴을 쓸어내리는 것이다.
하지만 엄연히 음식을 파는 식당이니 직접 먹어봐야 흥망을 논할 수 있는 법. 가족이라는 것을 떠나서 신랄하게 평가할 생각으로 먹고싶은 메뉴를 주문했다. 일단 비주얼은 합격이었고 한 술 크게 떠서 입에 넣어보니 와오, 맛있다.
깐깐한 입맛과 거침없는 입담을 동시에 소유한 아빠가 먹어봤을 때도 맛있었나보다. 맛은 괜찮다는 투박한 품평을 뱉어냈지만 평소 아빠의 언행을 파악하고 있는 우리는 그게 얼마만큼 강한 긍정인지를 알 수 있었다.
보통 음식이 맛있으면 입소문을 타 손님이 모여들게 마련이지만, 아무리 음식이 맛있어도 손님이 없으면 말짱 꽝인 경우도 있기에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다. 더군다나 맛이 보장된만큼 음식 가격도 만만치 않기에 이런 불경기에 손님들이 꾸준히 많이 찾아올지도 관건이다. 혈육이 가게를 처음 차린만큼 매일 매일 장사 얼마나 됐나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야 크지만 꾹 눌러두고, 당분간은 가게 사이트에 수시로 접속해 후기를 모니터링하게 될 것 같다. 가족이 신장개업을 하면 이렇게나 떨리고 집착하게 되는데 당사자는 얼마나 크게 느낄지... 흥해라, 혈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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